지난겨울에 나는
달렸다.
매일 달리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눈이 와도 달렸고, 비가 와도 달렸다.
왜 그토록 달렸는지, 잘 모를 정도로 미친 듯이 달렸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도록,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도 죽어라 달리기를 했다.
퇴근하고 달리기를 하고 난 다음에 집에 돌아와 먹는 삶은 달걀과 닭가슴살 샐러드의 맛이 일품이었다. 열심히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아 주변인들에게도 인증 사진을 보냈다.
이상하게 그건 한 번도 거른 적은 없다.
결국 자꾸만 인증하고 싶어 지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달렸던 것인가.
나, 이렇게 애쓰면서 살고 있다고.
정기적으로 달리기를 하고 싶어서 모임에도 가입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인생 이야기를 했다. 때로는 다 같이, 때로는 혼자.
하루를 돌아보면서 헛헛한 마음을 달랬다.
그 모임에서 친해진 언니와는 꽤나 긴 시간 동안 함께 정을 쌓았다.
고민도 나누고, 밥도 자주 같이 먹었다.
불안했던 내 삶의 일부분을 그 언니로부터 위안받았다.
언니는 자전거 타기를 참 좋아했다.
어느 날 내가 회사에서 둘도 없는 짝꿍인
남자친구를 만나고 난 뒤로
언니와는 점점 뜸해졌다.
언니도 어디선가 연애를 시작했다고 전해 들었지만,
지금은 어찌 됐는지는 잘 모른다.
단지 이전보다 자전거를 더 열심히 타고 있는 것 같아 묻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끊은 지 오래되었다.
달려야 하는 이유를 상실했다.
더 이상 헛헛하지도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있다.
쓸데없는 고민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도 않았고,
애쓰고 산다며 이야기할 주변인들도 하나둘 씩 멀어져 갔다.
앞으로 다시 달리고 싶지는 않다.
달리기를 했을 때
사실
나는 조금 슬펐던 것 같기 때문에.
yeoulhan@gmail.com
글 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