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찌질이 울보다.
조금만 힘들어도 울고, 많이 힘들어도 운다. 도대체 무슨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대인 관계에 조금이라도 무시를 당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마음처럼 소통이 되지 않은 날에는 자책의 나라에 빠져버리게 된다.
"아, 그런 말은 하지 말걸", "혹시 기분이 나빴나? 내가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말할걸"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쉽게 상처받고, 쉽게 혼란을 겪는다. 그래서 내 삶에 힘들만한 일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힘들게 살아간다.
이러나저러나, 그것 때문에 울고 질질 짜는 내 모습도 싫어서 이불속에서 엉엉 울어버리고는 아무한테도 말 안 한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작은 부분들, 그러려니 넘기면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어쩌면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가 있는 걸까 싶기도 하다. 툭 건드려도 툭 상처받는 그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가장 약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 한들, 해결될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속으로 삼키고 또 삼킨다. 우울함이 와도, 열심히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자고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그 감정이 사라지기를 기도한다. 나는 찌질이 울보지만, 시도 때도 없이 불평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는 또 싫다. 그렇게 나 자신과 저항하면서, 적당히 타협하면서, 속으로 참아내면서, 속상한 감정들을 바닷물 저 멀리 보내버리려고 노력한다.
며칠 전, 펭귄(남자 친구)에게 너무 힘들어서 지나가듯이 말했다. "아, 인생은 왜 사는 거지? 조금 우울한 것 같기도 해" 사실 이 말할 때, 내 마음의 병은 이미 최고 수치를 찍고 있었고, 우울증이 의심될 정도로 하루 종일 컨디션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싫어서 겨우 뱉어낸 말이 그 정도였다. 펭귄은 가만히 듣더니, 나에게 힘든 시절을 극복한 한 학원 강사의 조언이 담긴 유튜브 링크 주소를 보내주었다. 나는 그 영상을 보고 그날 많이 울고 잤다.
강사는 말한다. 정말 살기 싫은 순간이 온다면, 그 사람은 자신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또 잘하고 싶기 때문에, 완벽해지고 싶기 때문에, 더 속상한 거라고.
나는 이렇게 자주 우울해지는 나에게 스스로 비난을 하곤 했는데, 그 과정은 사실 나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잘하고 싶기 때문이고, 완벽해지고 싶기 때문이고, 그래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요즘 애통령으로 불리는 오은영 박사님에게 푹 빠져 사는데(?) 그분의 장점은, 아무리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거나, 자신에 대한 단점을 상담을 하더라도 그에게 특별한 해결책을 내어놓기보다는, 다른 측면으로써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을 칭찬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북돋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힘든 게 당연한 거예요. 잘하고 싶은 거잖아요. "
잘하고 싶다. 그리고 잘 살고 싶다.
그래서 가끔 많이 힘들 뿐이다. 그러니 애썼던 마음을 다독이고, 칭찬하자.
주말이 끝나가네요. 오늘도 따뜻하게 주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