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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May 29. 2022

진짜 실패의 의미

실패


나에게 누군가가 살면서 실패를 몇 번 해봤냐고 하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거의 매번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실패의 정의는 이러하다. 시작이 어쨌건, 결국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를 나는 '실패'했다고 받아들였다. 여기서 집고 넘어갈 점은, '아,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네'라며 어느 정도의 타협했던 경험은 제외한다. 정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는데, 완전히 끔찍한 결과를 받았을 때, 그로 인해 내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기분을 느꼈을 때, 그리고 내 진심에 상처가 났을 때, 나는 이때를 이렇게 정의 내린다. 나는, 실패했다고. 


나의 첫 책인, '울면서 걷다'에서도 썼지만, 나는 학창 시절에 그림을 그다지 잘 그리지 못했다. 아니,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게 그렸다. 내 상상력을 펼치는걸 워낙 좋아해서, 누구나 보기 좋게 그리는 법을 잘 못했다. 그러다 보니 미술 학원에서 그림을 이상하게 그린다고(?) 놀림거리의 대상이었다. 그 누구도 내가 애니메이션으로 특화된 대학에 입학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나는 혼자 그곳에 합격했다. 그것도 학원에서 가장 잘 그린다고 소문난 친구들을 제치고, 나 홀로 합격했다.  


여기까지 보면, 나의 첫 성취이자 성공으로 보이겠지만, 절대 아니다. 나는 운 좋게(?) 그 대학에 갔지만, 나만 빼고 미술 고등학교 출신인 동기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당연히 성적은 뒤쳐졌다. 심지어 졸업작품을 만들 때, 가장 큰 혹평을 들었다. 교수님들로부터 이 작품은 절대 대중들에게 통하지 않을 거라는 가슴 아픈 피드백까지 듣고야 말았다. 매번 발표 시간마다 눈물로 지새웠다.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누구한테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존심 지우기


지금 생각해봤을 때, 위기를 기회로 바꾼 나의 장점은 이러하다. 나는 실패라고 느끼면, 모든 자존심을 버린다. 모든 혹평을 받고 나서 내가 그다음에 한 일은,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에게 찾아가서 내 작품의 문제점을 지적해달라는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내게 상처 준 모든 교수님도 찾아갔다. 내가 부족한 것 같으니, 당신의 조언이 너무나 절실하다고, 제발 알려달라며 발로 뛰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되고,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다. 공중파 애니메이션 채널에도 소개되어, 꽤나 큰 방영료도 받았다. 그때 당시 동기들 중에서 유일하게, 내 작품이 가장 큰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내가 경험한 실패의 에피소드는 한 트럭도 넘는다. 회사를 다니다가, 영화 공부를 하기 위해 과감히 사직서를 내던지고, 2년 동안 편입 공부를 했다. 결국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 편입을 했는데, 그때도 영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혼자 또 영화를 이상하게(?) 찍었다. 몇 번 그렇게 영화를 찍었는데,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다 이상했다. 당연히 학과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매번 받았다. 이때도 나는 실패했다고 느끼고, 모든 자존심을 버리기로 했다. 자존심이 없는 나라는 인간은, 참으로 무서운 힘을 가지게 되나 보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을 때처럼, 나의 실패를 인정하고 하나하나 찾아가서 자문을 구했고, 내 영화는 또다시 큰 영화제에 초청이 되어 나에게 짧고 굵게 먹고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내 재능으로서의 실패와 성취를 오고 가는 경험 말고도, 나는 여러 인간관계에서도 실패를 많이 경험했다. 친구 관계에서든, 연애에서도 그랬다. 상대방에게 베푸는 것에 인색했고, 내가 받을 수 있는 손해에 대해 민감했으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너무 갇혀 살았다. 그렇게 멀어지고, 헤어지고, 가슴 아픈 경험들을 몇 번 경험하니, 내가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 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노력 중이지만, 나는 지금 훨씬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진짜 실패란 무엇인가. 정말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나는 사람이 실패를 하는 이유가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하면 정말 슬프고 아프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내가 무언가에 크게 진심을 다 했는데 결과가 부정적이면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회복의 과정이지, 시험 점수처럼 고정적인 결과가 아니다. 


당신이 회복을 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냐면, 동일한 시도를 했을 때 분명히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다는 사실이다. 한 번 돌에 걸려 크게 넘어진다면, 당신은 이다음에 바닥을 살피고 걷게 될 것이다. 실패를 통해 회복의 과정을 겪는 순간, 당신은 더 강력해지고 똑똑해진다. 그러니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자존심을 일단 던져버리자. 그러면, 회복의 시간이 찾아온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많이 아파보았기 때문이다. 

많이 아파본 사람은, 건강해지는 법을 배운다. 


글/그림 여미 

yeoulhan@gmail.com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저는 오늘 또 실패를 했습니다. 치킨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닭갈비를 먹었는데 배가 너무 아프네요....

다음엔 그냥 치킨을 먹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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