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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Aug 08. 2022

진짜 소중함의 의미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서른이 되면, 참 많은 인연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20대 초중반쯤에는 시간이 나는 대로 친구들을 만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도넛 같은 것들을 먹으러 다니고 떡볶이를 먹거나 쇼핑을 하러 다니는 것조차도 참 재밌었다. 걱정거리나 깊은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우리'라는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고 할까. 편하고 익숙함 속에 안정감과 행복감,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보냈다. 서로의 유년 시절도 잘 알고, 라이프 스타일이 꽤나 비슷하니 사소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아무 때나 만나니 편하고 좋을 수밖에. 


소중한 사람과 잘 지내는 법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이나, 좋은 사람을 판별하는 법이나,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이나, 사랑하는 법 같은 건 사실 이론 적으로는 다 필요가 없다. 내가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으면서, 고쳐나가면서, 하나씩 적용해가면서, 배워야 한다. 그래도 브런치에 한 번쯤은 내 경험을 글로 풀어보고 싶었다. 소중한 사람과 오랜 관계를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경우도, 서른이 되고 나서도 아예 모르고 살았다. 어딜 가나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크게 어렵지 않게 친해질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모든 관계에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노력이라는 것은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복잡하지도 않다. 진짜 간단하다. 


나와 성격이 맞지 않아서 피하고 싶은 사람 제외하고, 내가 적어도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고, 상대방도 그러하다면 여기서 당신은 이 세 가지의 표현을 반드시 인지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아, 여미! 이 정도 표현은 저도 하는데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당신에게 편하고, 익숙한 사람에게 이 멘트를 자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길 바란다.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하고,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더 자주 하는 말이 아닌가? ("사랑해"는 제외입니다....) 지하철에서 내가 누군가의 발을 밟았을 때, 나 때문에 회사 동료가 야근을 하고 있을 때, 배달기사에게 주소를 잘못 알려줬을 때, 우리는 얼마나 빨리 사과를 하는지 모른다. "미안합니다 ㅠㅠ, 죄송합니다 ㅠㅠ"


아이러니하게도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사소한 사과는커녕 고맙다는 말도 잘 안 하게 된다. 괜히 안 하던 표현을 하기 시작하면 어색해서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서로 그런 문화가 처음부터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도 있다. 그저 '당연히', '말 안 해도 아는 사이'로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점점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생략하게 된다. 어차피 서로 알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정말 다 알고 있을까?


무엇 때문에 미안한지, 어떤 것 때문에 고마운지,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표현을 하지 않으면 내가 장담하건대 절대 모른다. 말을 하지 않으면, 진짜 모른다는 말이다. 물론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는 날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것으로 마음이 상하는 날에는 과거의 기억까지 밀려오게 된다. "내가 도움을 준 것에 대해 아무 말이 없는데, 고맙게 생각하고는 있는 걸까?"


예전에 대학에서 만난 한 친구는, 개인 작품의 용도로 내 지인에게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촬영 요청을 했다. 친했던 친구이기에 시간, 장소를 내가 다 조율하고 심지어 내 작품도 아닌데 커피값도 내가 계산까지 했다. 카드를 깜빡 두고 왔다는 말에 서슴없이 내주긴 했는데, 시간을 투자해준 나에게 고맙다는 말이나 따로 커피를 사준다거나 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직도 그 친구가 나에게 고맙다고 생각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평소 심성이 착한 친구였어도, 그 행동 하나로 굉장히 나에게는 마음이 상하고 말았다. 물론 마음속으로 고마워할 수도 있겠지만, "아, 그쯤은 그냥 해줄 수도 있는 거 아니야?"라고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다.  


내가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이 주제로 글을 써보기로 한 이유는, 다름 아닌 현재 남자 친구 덕분이다. 

펭귄(남자 친구)은 나의 사소한 행동이라도 항상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사랑한다고 자주 속삭여준다. 매일매일 어떤 점이 고마운지, 어떤 점이 미안한지 말을 해주니, 서로 감정이 상할 일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세 가지의 표현은, 다시 말해서 "내가 너를 이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당신이 관계를 오랫동안 맺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그동안 잘 모르고 살아왔던 이 세 가지의 표현을, 이 글을 읽는 당신만큼은 조금이나마 더 일찍 실천해보길 바란다. 




yeoulhan@gmail.com

글/그림 여미 


진짜 해봐요! 당장 해봐요! 헤헤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등장해서 미안합니다. >_< 

(게으른 나 자신.... 그만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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