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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Aug 20. 2024

지나치게 생각이 많을 때

생각 과부하


나는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인가? 네, 그렇습니다. 


엄마말로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하도 울고 불고 꽥꽥 소리를 질러대서, 영양실조까지 걸렸다고 한다. 3살 터울 언니는, 잠만 잘 자고 잘 울지도 않았다는데, 나는 툭하면 울고, 툭하면 짜증을 부린 심술 가득 아기였다. 밥도 주고 잠도 잘 재웠는데, 이유도 모른 채 매일 같이 울어대니 엄마는 얼마나 나를 갖다 버리고 싶었을까?(그때 그냥 버리시지 그러셨....... 아닙니다)


아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게 서른이 넘은 지금도 심술쟁이 마녀 예민 보스 킹왕짱 인간으로 성장했다. 생각보다 크고 거창한 일에는 "할 수 있다! 파이팅!" 하면서 무덤덤하고, 조그맣고 사소한 일에는 버럭 화를 내거나 순간적인 짜증이 몰려오는 일이 잦다. 하루에 계획한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잠들기 전까지 후회를 하고, 걱정을 끌어안고, 온갖 불만과 불평을 만들어내면서 둥글둥글 커질 때까지 굴리고 또 굴린다. 이를 테면 나는 밀크초콜릿이 먹고 싶었는데, 펭귄(남편)이 나한테 상세하게(?) 안 물어보고 모카 초콜릿을 사 왔을 때....(네, 죄송합니다). 모처럼 휴일에 재밌게 놀고 싶었는데 그날따라가는 곳이 모두 만석이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시시하고 재미없었을 때. "아! 이럴 수가! 차라리 다른 데 갈걸!" 끄아아아악 크게 외치고 내 선택에 대해서, 하루종일 후회를 한다. 나라는 인간은 삐죽삐죽 고슴도치인 걸까. 이 예민함 어떻게 해?


나는 태어날 때부터 까탈스러운 인간으로 태어난 걸까. 아니면 혹독한 사회를 겪으면서, 더더더더 뾰족 이가 돼버리고 만 것일까. 아니면 프로 말랑깽이 인간으로서 저체력이 불러일으킨, 원인 불명의 "힘이 없어서 생긴 뾰족 민감 예민병"을 앓고 있는 걸까. 뭐가 되었든 간에 이상한 찌질이병을 앓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요즘 유독 더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어렸을 때 엄마가 우유를 적게 줬나. 아니면 정말 엄마가 나를 다리 밑에 갖다 버리려다가 나와 눈이 마주쳐서 실패한 게 아닐까? 여러 원인을 생각해 봐도, 해결 방법은 없었다. 어차피 이런 "나"는 고칠 수 없고, 영원히 떠안고 살아가야 하고.... 이 스트레스를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펭귄(남편)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아무거나 좋고, 요무거나 좋고, 그냥 다 좋아하고 괜찮아 보인다. 더워도 괜찮고, 추워도 괜찮고, 어딜 가도 좋고, 안 가도 좋고, 어떻게 그렇게 사나 싶다. 이 사람은 그냥 고기 몇 개 쥐어주고, 핸드폰 게임만 하게끔 해주면 내가 아프리카를 가자고 해도 갈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만 맨날 아프고 이 사람은 건강한 걸까?


그냥 무덤덤하게 보내는 하루라고 생각해



이래도 짜증, 저래도 짜증, 어제는 하루종일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심술이 하늘을 솟고 있을 때, 펭귄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덤덤하게 좀 보내면 어때. 그냥 그런 하루인 거지"


완벽한 하루, 내가 원하는 하루, 원하는 것을 모두 얻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하루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 괜히 이것도 후회, 저것도 후회, 후회의 브리핑을 읊는 나에게 펭귄이 와서 무덤덤하게 보내면 어떠냐고 한마디 하더니 쓱 사라졌다. 그래, 무덤덤하게 보낼 수 있지. 내가 또 미친 예민쟁이라서 그래, 흑흑


생각이 많은 사람, 걱정과 불안, 짜증이 쉽게 나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동네 요가원을 끊었다. 신혼집에 이사 온 지, 이제 4개월이 지났는데, 제대로 된 운동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나의 고슴도치 말랑깽이 찌질이 심보를 치유해 줄, 가장 평화롭고 편안한 공간이 필요했다. 마음을 정화하고, 심호흡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지난날들을 먼 바다로 흘려보내고, 현재를 살고 싶었다. 이곳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곳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래, 요가를 다시 해보자. 


오늘 저녁, 7시 30분으로 예약해 두었다. 오늘부터 요가를 하면서, 명상을 하면서, 나의 예민함이 잠재울 수 있기를.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만큼은, 다정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도록 노력해야겠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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