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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Oct 01. 2024

결혼 준비, 언제가 가장 힘들었어?

신혼 일기 2화

언제가 가장 힘들었어?


어제 펭귄(예비남편)이랑 가게 마감을 하고, 집에 와서 거하게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새벽 산책을 나갔다. 평소보다 손님도 너무 많은 날이었고(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지친 상태에서 새벽 거리를 나섰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는데,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것인가, 배고파도 위장을 위해 굶을 것인가?"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가지고 한참 토론하다가 결국 펭귄이 "그냥 맛있게 먹고 새벽 산책이나 가자"를 제안했다. 


결국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에 게살 볶음밥과 군만두, 순두부 짬뽕밥을 시켜 먹고 새벽 산책길을 나섰다. 요즘 펭귄과 자주 가는 산책로를 걸었다. 커다란 나무들과, 잔잔한 하천이 흐르는, 아기자기한 공원이다. 둘 다 너무 좋아하는 곳이라, 쉬는 날마다 아침밥을 먹고 꼭 이 길로 산책을 한다. 산뜻한 공기를 마시면서 걷고 있는데, 펭귄이 한 마디 했다. "헉, 우리 이제 결혼하네" 


결혼식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식을 올리기로 결심한 것은 올해 5월이다. 남들은 1년 전부터 준비하는 결혼식을, 우리는 불과 5개월 전부터 부랴부랴 준비했다. 1년 내내 두드렸던 임대 주택 청약에 우연히 당첨돼서 신혼집이 먼저 구해졌고, 혼인신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양가 부모님을 만나 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결혼식은 생략하거나, 소수의 친가족들과 간단히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뜻을 부모님께도 말씀드린 상태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나와 예비남편 둘 다, 평범한 가족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파티를 열고 싶지 않다는 것. 

두 번째는, 둘 다 자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초대할 만한 동료나 지인도 많이 없을뿐더러, 원래도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 


결혼식은 부모님과, 친척들과, 또 신랑신부 지인들의 잔치의 느낌이 큰데, 히키코모리 신혼부부에게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파티 현장 같은 것이었다. 그랬던 우리가, 결혼식을 다시 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은, 우리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우선, 부모님께서 우리가 일반적인 결혼식을 올리기를 원하셨다. 두 번째로는 스몰 웨딩이라고 불리는 곳들은 일반 예식장보다 금액이 저렴하지 않았고, 소수의 사람을 초대한다고 할지라도, 편리한 위치나 맛있는 밥을 대접하고 싶기도 했다. 여러모로 따져보았을 때, 그냥 일반적인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있었다. 


그렇게 5개월 동안 웨딩홀도 어찌어찌 계약하고, 웨딩링도 맞추고, 예복도 사고, 웨딩 사진도 찍었다. 나 같은 경우는, 웨딩플래너를 통해 모든 플랜을 계약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장소가 촬영 작가님과, 여러 업체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다 알아보고 선택하느라 더 고생을 했다. 학교에서 단편영화를 만들었을 때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사실 나는 내가 직접 발로 뛰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내가 마음에 드는 곳을 직접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그랬는데(지금 생각해 보면 뭔 개고생을 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었고, 지금도 후회 없이 만족한다.


결혼 준비, 언제가 가장 힘들었어?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펭귄이 내게 물었다. 와, 언제가 힘들었냐고? 글쎄........


우리가 예식장을 알아봤을 때는 따뜻한 봄이었던 5월이었지만, 웨딩 촬영을 했던 7월은 정말 저말 무더운 여름이었고, 반지를 맞출 때도, 드레스를 고르러 갈 때도, 모두가 햇빛이 쩅쨍 내리쬐는 여름이었다. 땀도 뻘뻘 흘리고, 비도 자주 왔고, 뭐, 여름에 결혼 준비를 하는 것은 정말 비추 중에 비추인 것 같긴 하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리고 수많은 선택지 중에, 무조건 골라야 했다.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에 여러 곳을 방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쉽게 대답을 했다. 


"예식장 알아볼 때가 제일 힘들고 진짜 막막했어. 지역도 정하는 것도 힘들고, 가격대도 합리적인지 감이 잘 안 왔고, 또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야 해서 어려웠고, 또 부모님이 동의하실까?라는 것도 걱정되었고, 밥도 맛있을지, 어떻게 방법도 없고, 너무너무 막막했어"


진짜 그랬다. 다른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면 그만인데, 예식장 하나만큼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부모님과 부모님 지인까지 고려해야 해서 더 막막했다. 지역도 또, 어디서 해. 날짜는? 그리고 시간대는 어떻게 정해. 홀 분위기나, 주차는? 밥은 맛있는지?(내가 어떻게 알아!!!!!! 흑흑)


나와 신랑은 머리를 쥐어 싸매고, 중간중간 부모님께 사진을 보내드리면서 반응을 살피고, 조금이라도 반응이 안 오면 다른 데를 알아봐야 하고, 여하튼 제일 막막하고 힘들었다. 결국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예식장을 겨우 겨우 구하긴 했지만. 다시 구하라고 하면 한강에 뛰어들고싶다. 


그래도, 게임에서 퀘스트 깨는 것처럼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결하고, 원하는 것을 정하다 보니 벌써 결혼식이 2주가 남았다. 대충 해야 하는 것들은 다 끝냈고, 이제는 별로 할 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 내 느낌상, 웨딩 사진을 찍고 난 뒤로는 마음 편하게 진행했던 것 같다. 


한번뿐인 결혼식이지만, 또 대충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이것에만 매달리자니, 머리 아프고, 괜히 후회될 것만 같고............ 어렵고 어려운 결혼식이다. 지금은 예식이 끝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펭귄이랑 우걱우걱 예식장 뷔페를 먹는 상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뭐가 됐든 얼른 끝나라"


그래도,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은 다 추억이 되겠지(아주 아주 재미없는 마무리 멘트입니다...)


결혼 준비에 대해 더 꼬박꼬박 글을 올렸어야 했나? 결혼식 2주 전에 신혼일기 2탄을 올리다니 쩝. 


생각나는 대로 계속 올려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언제가 가장 힘드셨나요?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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