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서 토스트를 파는 아주머니를 보았어.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노릇노릇한 계란프라이를 굽고 계시더라. 전형적인 옛날 토스트 가게였어. 우리 동네에서 이런 추억의 토스트를 팔고 있다는 게 뭔가 신기하고 반갑고 그렇더라. 혹시 네가 사오던 토스트집이 여기였을까? 고등학생 때, 네가 아침마다 샀던 그 토스트 말이야. 너는 간식 같은 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우걱우걱 먹는 걸 좋아했는데, 반에서 제일 단짝 친구였던 내게 항상 물었지. "나 토스트 살 건데, 너도 먹을래?" 나는 사실 배가 자주 아파서 아침도 잘 안 먹고, 간식도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옆에서 네가 권유를 하면 거절하기 미안하더라고. 그래서 그렇게 매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하루는 나도 따뜻한 토스트가 먹고 싶은 거야. "응 내 것도 사다 줘, 얼마야?" 내가 네가 사 온 토스트를 먹는다고 말을 하면너는 유독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정말 좋아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는 너 혼자 먹는 것보다 함께 나누면서 무언갈 먹는걸 더 좋아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 그때 당시 토스트가 천 원이었나? 너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까만 봉투 안에 은박지 호일로 포장된 따뜻한 토스트를 내게 툭 던지고는 너의 자리로 돌아갔지. 너는 내가 주는 토스트 값을 받을 때도 있었고, 받지 않을 때도 있었어. 그렇게 너는 내게 자주 토스트를 사다 주었지. 나도 네가 사다 주는 토스트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 은박지에 돌돌 감싸져있는 토스트는 따뜻한 온기가 정말 오래갔고, 달콤한 케첩과 부드러운 달걀냄새가 너무 좋았어. 그 토스트 하나로 아침 수업시간 내내 든든하게 보냈던 것 같아. 이상하게 배도 아프지 않았어, 네가 사다 주는 토스트는 너무 맛있었어.
우리가 2009년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까, 벌써 13년 전이네. 인생이 정말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는 게, 13년 뒤, 나는 네가 살던 동네로 신혼집을 구하게 되었어. 우연찮게 고등학교시절 네가 살던 동네로 오게 되었네. 그렇게 나는 네가 살던 동네에 토스트를 파는 트럭을 발견하고 오늘 네 생각을 또 하게 되었어. 저 토스트 가게 아주머니한테 가서 "혹시 13년 전에도 이곳에서 토스트를 파셨나요?"라고 너무 여쭤보고 싶더라고. 네가 사다 주는 토스트가 이곳이었나, 궁금해진 거야. 교복 입고 머리를 다 말리지도 못한 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트럭에 가서 토스트 2개를 포장하고 있는 네 모습이 그려졌어. 눈도 크고 웃는 모습이 예뻤던 너는, 내 그리는 모든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주곤 했지. 고등학생 시절 내내 네가 사다 준 토스트를 먹고 힘이 나서였을까. 미술을 하던 나는 그림도 더 잘 그리게 되었고, 꿈에 그리던 대학에도 들어갔지. 그때는 왜 몰랐을까. 너의 시간을 쪼개서 내게 토스트를 사다 주는 너의 소중한 마음을, 그 이후에도 너무나 몰랐던 것 같아.
네가 사온 토스트
너는 내게 준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너와 다투고 눈을 질끈 감고 네가 있는 곳에서 멀리 도망가버린 내게는 빈 은박지만이 남아있어. 까만 봉투를 아무리 열어보아도, 그 안에는 너의 온기도 사라졌고, 차가운 공기만이 가득해. 자나 깨나 너는 내게 첫 번째인 친구였는데, 이제는 닿지 않는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많이 멀어져 버린 사이가 되었어. 사실 네가 살던 동네로 이사를 오자마자 네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는데, 결국 내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그냥 아무 말하지 말고, 네게 토스트 이야기나 툭 할걸 그랬어. 아무렇지도 않게, 네가 사다 준 토스트집이 여기가 맞냐고, 그 맛이 너무 그리워서 어쩔 수 없이 연락하게 되었다고, 네가 궁금하고 그립고 보고 싶고, 혼자 도망가버려서 미안하다는 말보다, 토스트 핑계를 대고 연락을 했다면, 나는 너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을까?
오늘은 눈이 참 많이 내리고 있고, 유독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 추운 하루야.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늘 춥고 좁은 공간에서, 찾지도 못하고 방황하고 있지만, 네가 사다 준 뜨거운 은박지에 둘러싸인 토스트를 두 손으로 포갰을 때의 온기는 평생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