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스프링 같은 것이다. 제 멋대로 늘어날 수도 있고, 쪼그라들 수도 있다. 어떤 날은 너무 가까워서 살갗이 닿을 것처럼 그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워진 날이 있고, 어떤 날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멀어지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멀지만 가까운
서른다섯이 되니, 인간관계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나의 개똥철학은 매년 바뀌곤 하지만)지금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는 '멀지만 가까운'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한 친구와의 관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주 못 만나게 되고, 연락도 덜 하게 되고, 서로를 찾는 날이 줄어든다던가, 소소한 선물을 더 이상 챙기지 않는다던가, 그렇게 서운함이 쌓이다 보면 그 사람과의 단절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아, 이대로 또 멀어지는 건가, 이 친구와의 관계는 여기서 끝인 건가' 라며 내 마음속 메모장에서 하나씩 지워가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여러 소중한 인연들을 허무하게 떠나보내면서, 후회의 밤을 보내며 느낀 것은 모든 인간관계는, 쉽게 부러지는 나무막대기 같은 것이 아니라, 말랑 말랑한 치즈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스프링 같은 것이라서, 멀어졌다고 느꼈던 관계도 언젠가는 나와 다시 가까워진다는 순간이 분명 온다는 것이다.
관계에도 '적절한 타이밍'같은 것이 존재한다.
서로의 말이 어긋나고, 오해가 생기고, 그렇게 내 마음속 미움이 커지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가 실제로 멀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 사람과 나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엔 분명 친했는데, 점점 이 사람과의 관계가 불안하다고 느끼거나, 작은 농담에도 삐죽한 마음들이 올라오는 순간을 잘 넘겨야 한다.
여기서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내 상황과 그 사람의 상황이 잘 맞아떨어지고, 여유가 생기고, 그 친구와의 추억이 소중하게 다가오고, 서로가 가진 장점들을 다시 재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가까워진다. 그런 식으로 기다림을 가졌던 나는 예전처럼 놓쳤으면 정말 후회했을 뻔했던 인연들을, 나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게 한 적이 많다.
가깝지만 먼 관계보다, 멀지만 가까운 관계가 좋다. 나는 이제 누구를 만나든 '언제든지 우리는 멀어질 수 있어,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소중한 관계로 다시 돌아올 거야', 라는 믿음을 갖고 대한다. 아무리 멀리멀리 도망쳐서 방황의 나날들을 보내더라도, 결국에는 가장 편하고 안락한 집을 그리워하듯이.
언젠가는 나도 너를 그리워할 것이고, 너라는 사람을 좋아했던 마음을 잊지 못할 거야. 그러니 지금의 '먼'사이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고, 우리가 다시 대화가 통하고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릴 거야.
너와 나는 먼 사이야,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멀리 있어. 하지만 우리는 결국 가까워질 거야.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