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보다는 120이라는 숫자가 좋다. 내가 가진 한계가 100이라고 한다면, 100보다 120을 목표로 살아가야 한다. 그냥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실제로 부딪혀보고 깨달은 결과다. 무언가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100의 노력이 아닌, 120의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다. 내가 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의지와 각오가 있어야, 120의 불꽃을 튀길 수 있다. 될 때까지 영원히 도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내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서 올인을 해도 모자라서 그 이상의, 이상, 이상을 쏟아붓겠다는 위협적인 각오가 있어야 기적이 일어난다.
100이 아닌, 120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더니, 남편이 소파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마치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축 늘어져서 눈을 감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 부부는 환상이 콤비로서 정신적 링크(?)가 항상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금방 남편의 울적한 감정을 알아차렸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며칠 전에 친구 2명과 함께 "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 극장판을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이놈들이 말도 없이 각자 여자친구랑 보러 갔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둘씩이나. 친구들에게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던 남편은, 단톡방에 처음으로 "니들이랑 다시는 귀멸의 칼날을 보러 가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라며 뾰족한 말을 던지고 속상한 마음에 핸드폰을 뒤집어놓고 소파에서 축 늘어져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귀멸의 칼날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참고로 나는 애니메이션 전공 출신이다), 그런 남성미 넘치는 액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은 보통 혼자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친구들이랑 보러 가곤 했던 것 같다. 남편이 너무 울적해하는 것 같아서, 내가 같이 가주겠다고 달래주면서 하루 종일 비구름을 맞고 있는 남편을 질질 끌고 영화관에 갔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상, 사운드 퀄리티가 매우 높아서 보는 내내 정말 정말 신세계였고,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굉장한 연출력에 완전히 몰입해서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완벽하게 빠져버려서 애니메이션 시리즈물을 1편부터 보고 있는 중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모든 캐릭터가 100이 아닌, 120의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귀멸의 칼날에서 주된 내용은, 인간과 혈귀가 싸우는 내용이다. 혈귀는 인간들을 먹어야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인간들을 잡아먹으려고 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일명 '귀살대'로 칭하는 특별한 힘을 가진 인간들이 맞서 싸운다. 여기서 주인공 탄지로는, 인간들을 위협하는 혈귀들을 찾아다니면서 무찌르고 다니는데, 단 한 번도 그들을 쉽게 죽인 적이 없다. 싸우면서도, 그들의 힘을 파악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고, 또 그 이상의 힘을 기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부분은, 싸우는 중간중간에 각 캐릭터들의 독백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지만, 매번 그 이상을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며 성장한다.
혈귀는 한 번에 죽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싸우고, 또 싸우고, 목숨을 걸고 혈귀의 목을 베려고 스스로의 능력치를 시험하면서 도전한다. 한계가 100이라면, 120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 에너지를 모아서 있는 힘껏 돌진한다. 이렇게 겨우 겨우 한 명 죽이면, 더 강력한 혈귀들이 계속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단 한 번도 두려워한 적이 없으며, 도망가지 않는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나들이를 배신 때려버린(?) 남편 친구들 덕분에, 내가 그 틈을 파고들어서 입문하게 되었다. 느슨한 인간 살이에서, 70, 80의 힘으로만 적당히 버티고 있는 나에게, 다시 한번 120의 힘을 쓰면서 성취감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엄청난 자극이 되어준 애니메이션. 120의 힘은 역시나 대단하다.
글 여미
커버사진 네이버 "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