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내 생일, 그대의 생일

by 여미

아버지가 한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가격을 보고 흠칫 놀라 목살을 먹어도 괜찮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내 생일 기념이라며 굳이 한우를 고집했다. 이윽고 시뻘건 홍빛의 고깃덩어리가 크게 세 점이 올라왔다. 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내가 한 덩어리를 집어서 불판에 올려놨더니, 아버지는 다른 한 덩이도 얼른 올려놓으라 했다. 불판 위에 두 덩어리의 고기를 한꺼번에 얹는 것이, 너무 많이 올리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얼떨결에 올려놨다.


센 불이 거칠게 그을리면서 금세 익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정쩡하게 일어나 급하게 고깃덩어리들을 잘라냈다. 이를 바라보던 나는 물었다. ‘한우는 너무 익히면 안 된다던데, 지금 먹어도 될런가?’ 아버지는 답했다. ‘그래도, 익혀 먹어야지.’ 멍하니 아버지가 잘라주는 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불을 줄이라 일러주었을 뿐인데, 우리 부녀의 모습이 금세 부끄러워졌다.


비싼 고기는 이래서 불편하다. 먹을 줄 모르니 참 멋없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에게 비싼 고기를 얻어먹었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어버이날이기도 하여 비싼 고기가 내 육체로 내려가는 속도가 어쩐지 매끈스럽지는 않아 집에 오자마자 방울토마토를 주워 먹었다.


5월 8일

다음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노래가 좋아, 공유합니다.

- 피터팬컴플렉스 'Old street'

https://www.youtube.com/watch?v=rMXD2XLloJM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커버사진 임경복

영상출처 : youtube

여미의 인스타그램 ID : yeomi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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