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자판기

낙엽 소리가 날 것만 같은

by 여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장 후회하는 일은 아버지가 사준 mp3를 친구에게 팔아버린 일이다.


기계가 그리워서가 아니다. 그 안에는 그때 그 시절, 나에게 울림을 주었던 음악들이 가득했다. 지금은 들어도 별 감흥이 없지만, 그 당시에는 큰 위로가 되어주었던 음악이 있지 않은가. 과거에 즐겨 듣던 음악을 다시 찾아들어보면 그때의 ‘나’가 보이곤 한다.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어떤 것 때문에 위로를 받고 싶어 했는지, 이 음악의 어떤 가사가, 그 가수의 어떤 목소리가, 무너지려는 내 가슴을 받쳐주고 보듬어줬는지, 희미하게 새어 나오곤 한다. 그러면서 딸려 나오는 과거의 계절, 과거의 내 감정, 과거의 향기까지도 운이 좋으면 맡을 수도 있다. 음악은 동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개인의 추억까지 향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팟이 등장한 이후 더 이상 쓸모없어진 나의 낡은 mp3를 가깝게 지낸 대학 동기에게 팔아버렸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아이팟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져 버리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과거를 모두 잃어버렸다. 좋아하는 가수나 특정 음악을 기억하곤 하지만,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현재도 잊어버리고 또 잊어버린다. 한 두곡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가수는 이름도 제목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일이 음악을 찾아 다운로드하고 컴퓨터로 넣는 번거로움을 거치면서라도, 어린 소녀의 찬란한 대변인이 되어주었던 그대들의 음악을 다시 찾고 싶다.


추억 자판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한 장면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면, 그때 좋아했던 음악까지도 함께 들을 수 있는, 낙엽소리가 날 것만 같은 그런 자판기 말이다.

추억자판기.jpg 추억 자판기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김예원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ID : yeomi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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