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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May 28. 2018

자전거 탄 소녀

구름이 가는 방향으로

취미라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생각을 해본다. 가끔씩 시간이 붕 뜰 때가 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 남겨져 있을 때, 인간은 취미생활을 한다. 


나의 취미는 자전거 타기다. 


여기에 덧붙여서 우걱우걱 뭘 먹으면서 자전거를 탄다. 심지어 한 손으로 초콜릿 케이크를 들고 조금씩 베어 먹으며 자전거를 탄 적도 있다. 아이스커피도 한번 도전하고 싶은데, 물체가 원기둥 형태라 좀 위험하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도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를 타면 무조건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첫째로 바람을 마음껏 쐴 수 있다. 둘째로 운동을 하는 기분이 들면서도 구토가 나올 정도의 힘은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이렇게 내 머릿속을 맑게 해주는 것들을 추릴 수 있다. 


바람, 음악, 운동


자전거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 준다. 


자주 가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한강은 유독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가곤 한다. 강가 근처는 바람이 훨씬 더 많이 불어 복잡한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강하게 들고, 물의 깊이가 보이지 않아 암흑이 존재하여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자전거 위에서 울어본 적 있는가. 정말 그 누구도 모른다. 하늘만 알고, 땅만 알고, 나만 안다. 


평범한 날이거나 기분이 좋을 때는 올림픽공원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 간다. 집에서는 30분 정도 걸린다. 그곳의 샌드위치 맛은 아주 기가 막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뜨거운 커피와 연어 샌드위치를 먹는다. 가끔 책을 챙겨 와서 읽기도 하지만, 그저 멍하니 앉아서 여유를 즐기다 오기도 한다.  


물 위로 자전거를 타는 상상을 해본다. 그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시원한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고 아름다운 음악을 한없이 들으며 구름이 가는 방향으로, 눈물을 머금고 계속 달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자전거 탄 소녀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임경복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 yeomi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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