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
오랜만에 글을 쓰러 왔습니다.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올여름부터 새로운 세계로 들어왔어요. 학원 강사일을 그만두고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제작하는 프로덕션 기업에서 PD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감독의 꿈을 위해서는, 집에서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일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사 일을 했을 때 보다 시간적 여유도 줄어들고, 스트레스는 늘어나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나 그림 작업을 자주 못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언제나 불안과 걱정을 달고 삽니다. 분명 시간을 쪼개서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정신과 몸이 피곤하면 자꾸만 쉬고 싶어 지고, 그것이 반복되면 의욕도 저하되니까요. 나라는 사람은 한시라도 창작을 하고 있지 않으면 참 불안하고 우울해져요. 그동안은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방에 누워서 천장을 몇 초간 멍하니 바라보면 그대로 잠들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이면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그래서 결론을 내린 것이 밤 산책입니다.
차라리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가만히 누워있지는 말자는 제안을 스스로에게 했습니다. 하루 동안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느끼는 감정들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라며 머릿속으로 차곡차곡 모아놓고 공원에서 홀로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리고 어떤 날은 자정까지 걷다가 집에 돌아온 적도 있어요.
나는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생각을 하려고 걸었지만, 굳이 생각을 안 해도 좋더군요. 바닥에 비춘 나뭇잎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좋은 이미지를 선물해주고 있으니까요. 요새는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걷는 것을 좋아해요. 유재하의 '내 마음의 비친 내 모습'이라는 곡의 피아노 버전인데, 밤 산책을 하며 들으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래서, 작업은 언제 하냐고요?
모르겠어요. 일단, 밤 산책하고 올게요.
글 여미
커버 사진 임경복
사진촬영 여미
yeoulha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