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어떤 기대도 없었던, 어쩌면 아파 도망치듯 떠나왔던 제주로의 여행. 그저 흘러가듯 제주를 믿고 몸을 맡기고자 했는데 제주에서의 모든 순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나는 나 자신도 너무도 오랜만에 발견한다. 내가 이렇게 빛나는 순간을 살아가고 있었구나.. 그 빛을 잃은 줄 알았는데..
놀라운 것은 제주의 바다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은 그 모습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있다는 것이다. 내가 일몰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어쩌면 내 삶의 일출이 되어 찾아올 수도 있겠구나. 마지막인 것 같다고 느끼는 이 순간이 어쩌면 태양이 떠오르는 진정한 시작일 수도 있겠구나. 제주가 들려줄 이야기에 다시 나를 맡겨보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마음, 그저 홀로 있고 싶었던 마음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천천히 흘러가다 보면 알 수 있게 될 거야.
어떤 기대도 되지 않았던 제주 여행이에요.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짐 싸는 것조차 홀로 할 수 없었어요. 비행기를 타는데 너무 고통스럽기만 했어요. 여행을 너무도 사랑하는 내가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어요. 다 잘 해오고 다 열심히 해왔던 것 같은데... 그것이 문제였을까요??
어느 순간부터 눈이 아파오고 직장을 두 달간 쉬게 되었어요. 그런데 아픈 것이 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주의 쉼 없는 푸른 파도가 지게 이야기해주었어요. 넌 마음이 아팠던 거라고...
잠과 밥심으로 살던 나인데, 더 이상 깊이 잘 수 없게 됐어요. 세 시간도 자지 못하고 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깨어나는 새벽의 시간이 반복됐어요. 긴 밤을 무엇을 해야할지 저는 알 수 없었어요. 그저 음악을 듣거나 찬양을 틀어놓고 다시 잠에 들기를 기다렸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몽롱한 하루가 지속되고 다시 낮이 되면 잠에 들었어요. 입맛이 없어졌어요. 먹는 행복으로 살던 나에게는 너무 놀라운 일이었어요. 하루 한 끼도 먹고 싶지가 않았어요. 여행 와서도 초콜릿 하나로 하루를 나려고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어요. 그래도 친구가 밥을 먹으라고 해서 점심에 한 끼씩 반 그릇이라도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이 들어가진 않아요.
다시 해가 밝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해가 뜨면 마음이 나아지는 것 같고 제주의 바다를 보면 다시 안전해진 것 같아요. 내가 힘들었다는 사실 조차 모른채 달려온 내게 가장 미안해요. 남에게 친절한 만큼의 10% 조차 내게 안부를 건네지 못했어요. 사람들에게 매일 웃으며 안부를 묻던 나인데 정작 나의 안부는 묻지 않았었나봐요. 또는 아주 얄팍한 안부만 물었나봐요. 그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작은 인사.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내 안의 목소리를 마주하기 두려워요. 그래도 그 안에 더 깊이 있는 목소리를 찾아보려고요.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이 진정 무엇이었는지. 적어도 지금처럼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