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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Nov 16. 2022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어떤 기대도 없었던, 어쩌면 아파 도망치듯 떠나왔던 제주로의  여행. 그저 흘러가듯 제주를 믿고 몸을 맡기고자 했는데 제주에서의 모든 순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나는 나 자신도 너무도 오랜만에 발견한다. 내가 이렇게 빛나는 순간을 살아가고 있었구나.. 그 빛을 잃은 줄 알았는데..

대평리의 일출

놀라운 것은 제주의 바다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은 그 모습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있다는 것이다. 내가 일몰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어쩌면 내 삶의 일출이 되어 찾아올 수도 있겠구나. 마지막인 것 같다고 느끼는 이 순간이 어쩌면 태양이 떠오르는 진정한 시작일 수도 있겠구나. 제주가 들려줄 이야기에 다시 나를 맡겨보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마음, 그저 홀로 있고 싶었던 마음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천천히 흘러가다 보면 알 수 있게 될 거야.



선물 주러 갔다가 선물 받은 새별의 일몰



어떤 기대도 되지 않았던 제주 여행이에요.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짐 싸는 것조차 홀로 할 수 없었어요. 비행기를 타는데 너무 고통스럽기만 했어요. 여행을 너무도 사랑하는 내가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어요. 다 잘 해오고 다 열심히 해왔던 것 같은데... 그것이 문제였을까요??


어느 순간부터 눈이 아파오고 직장을 두 달간 쉬게 되었어요. 그런데 아픈 것이 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주의 쉼 없는 푸른 파도가 지게 이야기해주었어요. 넌 마음이 아팠던 거라고...


잠과 밥심으로 살던 나인데, 더 이상 깊이 잘 수 없게 됐어요. 세 시간도 자지 못하고 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깨어나는 새벽의 시간이 반복됐어요. 긴 밤을 무엇을 해야할지 저는 알 수 없었어요. 그저 음악을 듣거나 찬양을 틀어놓고 다시 잠에 들기를 기다렸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몽롱한 하루가 지속되고 다시 낮이 되면 잠에 들었어요. 입맛이 없어졌어요. 먹는 행복으로 살던 나에게는 너무 놀라운 일이었어요. 하루 한 끼도 먹고 싶지가 않았어요. 여행 와서도 초콜릿 하나로 하루를 나려고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어요. 그래도 친구가 밥을 먹으라고 해서 점심에 한 끼씩 반 그릇이라도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이 들어가진 않아요.


다시 해가 밝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해가 뜨면 마음이 나아지는 것 같고 제주의 바다를 보면 다시 안전해진 것 같아요. 내가 힘들었다는 사실 조차 모른채 달려온 내게 가장 미안해요. 남에게 친절한 만큼의 10% 조차 내게 안부를 건네지 못했어요. 사람들에게 매일 웃으며 안부를 묻던 나인데 정작 나의 안부는 묻지 않았었나봐요. 또는 아주 얄팍한 안부만 물었나봐요. 그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작은 인사.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내 안의 목소리를 마주하기 두려워요. 그래도 그 안에 더 깊이 있는 목소리를 찾아보려고요.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이 진정 무엇이었는지. 적어도 지금처럼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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