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바다는 우리에게 자유를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건 쓸데없는 걱정으로 나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이다. p.63
오늘 하루 동안 당신이 한 말 중에서 이미 다른 사람들, 주변 사람들이 했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내뱉은 게 얼마나 많았는가? 평범함에 만족하거나 그냥 참고 견디거나 지루한 일상에 몸을 맡길 때가 얼마나 많았는가? p.105
삶을 다채로운 색으로 칠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삶을 푸른색으로 칠하자. 내가 붓을 들고 직접 색을 칠하자. p.180
결국엔 모두 스쳐 지나갈 순간. 어떤 것에 실패해도 그것이 실패한 것이지, 나의 존재가 실패는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말자. 겨울나기는 여전히 거친 항해와 같지만, 실패해도 우리는 나답게 살 수 있다. p.210
삶이 명확하게 보인다고 믿었었던 때가 있었다. 내가 꿈꾸는 대로 목표하는 대로 삶은 흘러갔고, 실패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던 때였다. 그때는 내가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중요했고, '나'라는 존재가 가장 중요했다. 내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을 모두 삶에서 방해되는 것들이라 여겼고, 나에게 깊은 지혜나 배움을 주지 않는 관계는 의미가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던 중 길을 잃어버렸다.
<모든 삶은 흐른다>라는 책은 그 제목만으로도 내게 울림을 주었다. 바다를 통해서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혜를 선물하는 이 책은 그 제목에서부터 내게 '괜찮다.'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다.
'괜찮다. 지금의 너의 삶도 괜찮다.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니까..'
다채로운 색감으로 내 삶을 채워가던 때가 있었고, 지금은 내 삶에 어떤 빛깔도 남지 않은 듯이 느껴졌다. 내게 남은 색은 단 하나, 회색 빛이었다. 내가 세워가던 삶의 목표는 무너졌고, 신은 내게 다시 0부터 시작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네가 믿었던 전제들도 다 사라졌고, 다시 0부터 너의 삶을 시작해 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럴 수 있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_삶은 당신에게 이미 주고자 하는 걸 모두 주었다. 마치 바다처럼. p.83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내게 다가온 문장이었다. 삶이 내게 주고자 하는 것을 모두 주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삶은 내게서 가장 소중한 것부터 하나씩 빼앗아가고 있다고 느꼈었다. 내 꿈도, 목표도, 일상도, 사람도... 삶에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느꼈다. 삶은 텅 비었고, 다시 무엇으로 내 삶을 채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내 삶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예전처럼 어려운 목표로 분주한 일상으로 나를 채우면 다시 내 삶이라고, 괜찮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그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시 삶을 목적 없는 분주함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끊임없는 목표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내 삶에서 소중한 의미를 놓치고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내 삶에서 무엇이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고민해야 했다.
_세상을 끝없는 말초적인 자극과 흥분으로 채우지 말자.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끝없는 분주함으로 채우지 말자. 혼자 있는 시간 자체를 소중히 하고, 고독이 찾아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p.61
하지만 바다는 내가 겪어가고 있는 모든 순간 자체가 삶이라고 이야기했다. 고난도, 시련도, 행복도, 즐거움도 파도처럼 삶에 찾아왔다가 그것이 언제 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어느새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마는 것. 내 삶에 찾아오는 수많은 일들을 파도처럼, 손님처럼 맞이했다가 다시 보내줘야 하는 일. 그것이 삶 자체라고 이야기했다. 그 삶을 초연이 받아들이고 인생이라는 것을 긍정할 수 있을 때 어쩌면 내 삶은 다른 차원에서 시작될 수 있을 거라고. 끝없는 분주함으로 채웠던 시간 대신, 혼자 있는 시간도 소중히 여기며 고독이 찾아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다가 가르쳐주는 지혜였다.
삶이 회색이라고 믿었을 때 내 삶을 다시 다채로운 색깔로 칠할 수 있는 것도 오직 나라고 바다는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가 와서 내 삶을 색칠해 줄 수 없음을, 그것을 기대할 수 없음을, 타인이 내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불평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누군가에 대한 기대도 불평도 어쩌면 나의 몫을 타인에게 전가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일 수도 있었다. 사실 타인은 우리에게 행복도 불행도 선물해 줄 수 없다고 현실치료에서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 행동을 선택하고 있으며 불행과 갈등도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고, 타인은 우리를 불행하게 하거나 비참하게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타인의 모든 반응 속에서도 행복과 불행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결국엔 모두 스쳐 지나갈 순간. 어떤 것에 실패해도 그것이 실패한 것이지, 나의 존재가 실패는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말자. 겨울나기는 여전히 거친 항해와 같지만, 실패해도 우리는 나답게 살 수 있다. p.210
어쩌면 나의 삶은 실패도, 상실도, 무너짐도 아니었다. 내 삶에서 나의 것이 아니었던 것들이 다가왔었던 것뿐이었고, 내 삶은 어쩌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삶의 파도가 내게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었다. 내 삶을 진정한 의미와 존재로 채울 수 있는 기회. 내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만나기 위한 기회. 진정한 나의 존재를 마주하기 위한 기회. 아직은 이 소중한 기회가 내 삶에서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삶의 파도가 주는 선물에 기쁨으로, 긍정으로 반응해 보자. 그리고 삶의 파도가 건네는 지혜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