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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ug 17. 2023

방문을 열기까지 걸린 시간

무너졌던 꿈의 공간을 다시 찾으며


누구에게나 자신의 꿈이 담긴 공간이 있다. 그것은 유형의 공간일 수도 있지만 나의 마음속 어딘가에 숨겨놓은 작은 공간일 수도 있다. 그 꿈의 공간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내기 쉽지 않은 팍팍한 삶의 여정도 꾸준히 살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게는 나의 세계와 꿈이 담긴 방이 있다. 크고 하얀 책상이 놓여 있고, 언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젤과 물감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공간. 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책들이 모여 한쪽 벽 면을 가득 채운 공간이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은 역시 책상이었다. 수많은 포스트잇으로 나의 꿈과 목표, 비전들을 가득 적어 책상 앞의 벽면을 채웠고 그 포스트잇에 적힌 꿈들을 읽는 것은 나의 삶을 생기로 가득하게 했다. 매일 새벽이면 문을 열고 들어갔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방의 문을 열지 않았다. 삶의 역경들을 오직 열심과 책임감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 아래, 지친 마음을 외면했던 그 시기. 결국 마음은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고, 내가 목표했던 수많은 꿈들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었다. 그 내려놓음이 쉬어감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쉼이 아닌 좌절로 받아들였던지. 매일 희망으로 들어갔던 그 방의 문을 일곱 달간 열지 못했다. 깨끗한 흰색의 책상에는 먼지가 쌓여갔고, 벽 면에 붙어있던 수많은 목표들은 그 힘을 잃어갔다.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나의 마음도 모른 채 하루하루 흘러만 갔다.


빛이 보이지 않던 시간. 그 어둠의 과정에 함께 해준 친구가 있었다. 연락을 하지 못하면 하지 못하는 대로. 간간히 닿는 연락에도 기뻐해주며 기다려주었던 친구. 나의 무너짐을 온전히 나눌 수 있었던, 그래도 괜찮다고 웃어주었던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몇 달 만에 만나 네 시간을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도 아픔이 있었기에 나의 아픔을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들어주었다. 긴 대화에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마음에 힘이 생겨났다. 서로를 보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긴 대화는 마치 깊은 숲 속을 다녀온 듯 오랜 시간 나의 마음을 청량하게 했다. 그 친구는 마음으로, 눈빛으로 내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일곱 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회복을 위해 애를 썼다. 아파하는 것도 나에겐 애씀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나의 마지막으로 힘을 준 존재였다.


그리고 나는 일곱달 만에 다시 방문을 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내 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힘을 내어 열었던 것은 방문이었을까, 나의 닫힌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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