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졌던 꿈의 공간을 다시 찾으며
누구에게나 자신의 꿈이 담긴 공간이 있다. 그것은 유형의 공간일 수도 있지만 나의 마음속 어딘가에 숨겨놓은 작은 공간일 수도 있다. 그 꿈의 공간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내기 쉽지 않은 팍팍한 삶의 여정도 꾸준히 살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게는 나의 세계와 꿈이 담긴 방이 있다. 크고 하얀 책상이 놓여 있고, 언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젤과 물감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공간. 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책들이 모여 한쪽 벽 면을 가득 채운 공간이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은 역시 책상이었다. 수많은 포스트잇으로 나의 꿈과 목표, 비전들을 가득 적어 책상 앞의 벽면을 채웠고 그 포스트잇에 적힌 꿈들을 읽는 것은 나의 삶을 생기로 가득하게 했다. 매일 새벽이면 문을 열고 들어갔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방의 문을 열지 않았다. 삶의 역경들을 오직 열심과 책임감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 아래, 지친 마음을 외면했던 그 시기. 결국 마음은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고, 내가 목표했던 수많은 꿈들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었다. 그 내려놓음이 쉬어감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쉼이 아닌 좌절로 받아들였던지. 매일 희망으로 들어갔던 그 방의 문을 일곱 달간 열지 못했다. 깨끗한 흰색의 책상에는 먼지가 쌓여갔고, 벽 면에 붙어있던 수많은 목표들은 그 힘을 잃어갔다.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나의 마음도 모른 채 하루하루 흘러만 갔다.
빛이 보이지 않던 시간. 그 어둠의 과정에 함께 해준 친구가 있었다. 연락을 하지 못하면 하지 못하는 대로. 간간히 닿는 연락에도 기뻐해주며 기다려주었던 친구. 나의 무너짐을 온전히 나눌 수 있었던, 그래도 괜찮다고 웃어주었던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몇 달 만에 만나 네 시간을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도 아픔이 있었기에 나의 아픔을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들어주었다. 긴 대화에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마음에 힘이 생겨났다. 서로를 보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긴 대화는 마치 깊은 숲 속을 다녀온 듯 오랜 시간 나의 마음을 청량하게 했다. 그 친구는 마음으로, 눈빛으로 내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일곱 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회복을 위해 애를 썼다. 아파하는 것도 나에겐 애씀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나의 마지막으로 힘을 준 존재였다.
그리고 나는 일곱달 만에 다시 방문을 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내 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힘을 내어 열었던 것은 방문이었을까, 나의 닫힌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