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너희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낙엽을 토킹 피스 삼아

by 여울샘

"얘들아 선생님이랑 야외 수업하자! 매트 가지고 나와."


떨어진 낙엽을 토킹 피스 삼아 푸른 하늘 밑에서 도란도란 둘러앉아 이야기하던 날. 교과 보충 수업이라는 딱딱한 이름 대신 새싹 배움터로 이름을 바꾼 우리의 시작이었다. 수업에 집중도 못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수학 시간이면 수업을 하고 있는 내 눈을 피하던 아이들. 그 네 명의 아이들과 우리만의 특별한 수업을 시작했다.


"선생님이랑 같이 천천히 수학 공부해볼래? 같이 야외 수업도 하고 서클도 하고 놀이도 할 거니까 너무 걱정 말고."


고마운 아이들은 내가 내밀었던 손을 잡았고 함께 푸르른 가을 하늘 밑에서 누워 잠시 모든 긴장을 웃으며 풀어냈다. 그리고 둘러앉아 동물 상담 카드로 평소에 갖고 있었던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나누었다.



'수학은 매의 눈 같아요. 내가 못하는데 날 시킬까 봐 무서웠어요.'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했던 질문들이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일상 감정 단어부터 상위 감정, 하위 감정 순으로 수학에 대한 나의 감정의 강도를 차차 낮춰가는 작업을 진행했다.



'망했어' , '개 빡침', 무서워.' , '떨려.'


아이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의 카드라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막막하고 슬프고 울적한 감정으로 이어지고 그 마음속에서 우리가 정말 원하던 것은 만족, 편안함, 즐거운, 날아갈 것 같은 감정을 수학 안에서도 느끼는 것임을 발견한다.


"선생님도 학교 다닐 때 수학을 너무 싫어해서 그 시간이 긴장이 됐었어. 수학 때문에 대학도 못 갈 뻔했지 뭐야? 근데 이제 이렇게 너희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잖아? 이건 너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증거야.


얘들아 이제 이렇게 이야기해볼까? 차근차근 수학 공부를 하다 보면 우리는 수학 시간에도 편안할 거야. 즐겁고 언젠가는 날아갈 것 같은 자유로움도 들겠지? 스스로에게 고생 많았어. 이제 우리는 수학이 두렵지 않을 거야. 우린 이제 잘할 수 있다고 나에게 이야기 해주자."



시작은 조금 늦었을지 몰라도, 모든 아이들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선생님이 있으니까 너희도 할 수 있을 거야. 포기하지 않을게. 우리 같이 해보자.



내가 사랑하는 자연, 그 속에서 더 빛나고 살아나는 아이들의 눈빛과 말소리들. 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삶의 의미를 가장 깊이 느끼는 순간이다. 이것이 나의 직업이라는 것은 어쩌면 나를 잘 아는 주님이 내게 주신 제일 큰 선물일지도.


2021년 11월 9일,

가을보다 빛나는 아이들과 함께한 오후




매거진의 이전글우리 반의 이름은 풀의 새싹, 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