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교사의 자기 성찰
<아이들의 시선 속에서 배우기>
요즘 우리 학급에서 나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한 친구가 있었다. 아침부터 춤을 추며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 자신의 즐거움을 계속 추구하지만, 친구들의 마음이나 수업 상황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친구였다. 수업 상황에도 즐거워 보이는 것이 있으면 계속 돌아다니고, 장난을 치고, 큰 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외쳐대었다. 스스로에게 기분이 나쁜 일이 생기면 소리를 지르며 한 시간이고 울어대고, 그 시간 동안 친구들과 선생님이 느끼게 되는 감정은 이 아이에게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학습, 생활, 관계… 그 무엇도 쉽지 않았다.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문제 해결 서클, 지지 서클, 협동 학습…. 계속 노력했지만 뒤돌아서면 그대로인 아이를 보며 무기력한 감정이 느껴졌다. 가정의 돌봄을 받기도 어려운 친구라 상담을 진행해도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지쳐가니, 아이를 보면 공감과 대화보다는 단호하게 규칙을 이야기하고,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는 마음이 계속 생겨났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이 아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내 마음속에서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 것이었다.
주말 내내 마음이 어려워 친오빠와 이 문제를 상담하게 되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 담당자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채용하고 관리하고 그들을 통해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일을 하고 있는 오빠였다. 오빠는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창 사춘기와 맞물려 방황을 하던 시기, 모든 것을 놓고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조차 떠올리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때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혼내기만 했고, 혼나면서도 행동을 고치기보다는 분노만 쌓였고, 이 분들이 자신을 왜 혼내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점차 스스로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 내가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렇게 문제 행동은 더 많아지고 학교를 가지 않는 날들도 더 늘어났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다가, 오빠의 삶이 한 선생님을 통해서 변화하게 되었는데, 그 선생님은 그저 오빠라는 사람의 행동이 아닌 그 존재를 봐주셨다. 오빠가 잘하는 것, 오빠의 장점, 존재의 의미… 그렇게 성적도 끊임없이 올리고,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까지 수많은 이들의 지지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한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낸 오빠는 지금 현재는 누구보다도 선한 마음 와 유능함으로 기업에서도 사회에서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변화를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아이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잘하고 있는 것을 더 많이 발견하고 칭찬해주며, 잘하는 분야에서 리더십을 부여해보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물론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알고 있지만, 아이의 변화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지쳐버렸던 것 같다. 오빠의 말을 기억하며, 이 아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오늘도 춤을 추며 즐겁게 학교에 오는 아이. 이 아이를 오빠의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해보았다. 이 아이의 미래에는 많은 가능성과 희망이 놓여 있을 것이다. 그 길로 가는 과정 중 나는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할까. 국어 수업에서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를 소개하는 수업이 있었다. 가족, 친구 또는 반려견 등 아이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를 소개했다. 그리고 한 여자아이가 자신의 글에 나를 소개했다. 아주 소중한 선생님,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소중하고 좋다며 긍정적인 단어들을 모두 모아 사용했다. 이 아이의 글 속에 존재하는 저 선생님이 정말 나의 모습일까 생각해보았다. 배려하고, 고운 말을 사용하며, 용서하고, 상냥하며, 평화를 만들고, 공평하며 아이들을 아껴주는 선생님. 모두에게 사랑을 베풀어주는 사람. 이 아이는 나의 장점을 열한 가지나 속속들이 찾아내서 글을 썼다. 다시 생각해보았다. 정말 나의 모습이 맞을까. 나에게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는 나의 좋은 점만 바라보고 소중히 여겨주는 그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나를 힘들게 한다고 느꼈던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따뜻하게 칭찬을 해주고 격려의 말을 전해주었다. “00 이의 글씨가 점점 예뻐지고 있구나! 받아쓰기를 매일 공부해오는 것도 대단해!” ,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선생님은 참 감사하다. 오늘도 잘 생활했네, 내일도 우리 이렇게 열심히 또 즐겁게 지내보자.”. 나의 따뜻한 말에 활짝 웃으며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 아이. 그 눈길에 이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빈 교실에서 이 친구의 장점을 괜스레 끄적여본다.
2022.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