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 Yeouul Nov 17. 2022

우당탕 밤에 혼자 잘 노는 고양이

낮에는 잠만 자더니 밤에는 가구가 부서져라 노는 야행성 고양이

친구가 일주일 동안 고양이를 부탁했다. 고양이의 이름은 이비이다.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 가서 나름대로 이비와 친분이 있기에 우리는 제법 잘 지낸다. 첫날은 환경이 낯설었는지 조심스럽게 지내다 둘째 날은 적응이 되었는지 활보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활동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잠을 많이 자는지는 몰랐다. 오전에는 그래도 비교적 활동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에게 다가와 소리 내며 인사해주고 몸을 비벼댄다. 아침을 먹고 난 후에는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잠을 자거나 바깥 풍경을 구경한다.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으면 이비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신나게 놀아준다. 놀고 나면 배가 고픈지 간식이나 사료를 먹는다. 그리고서는 자러 들어간다.







오후에는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 의자에서 낮잠을 잔다. 내가 다가가서 어루만지면 왜 깨웠냐는 듯한 귀찮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중간중간에 잠깐 나오긴 하지만 다시 자러 간다. 거의 4~5시간을 움직이지 않고 자는 것 같다. 저녁을 주기 위해 캔 따는 소리가 나면 어느새 내 옆에 와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조금 놀다가 다시 또 어딘가로 사라진다.



나는 주로 10시쯤 자러 들어간다. 내가 자려고 집 안의 모든 불을 끄면 그때부터 이비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베개에 머리를 붙이자마자 집 안에서 이비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불이 꺼지는 순간부터 놀아달라며 이비는 목소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서글프게 운다. 나는 베개에 머리 댄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나 나가 보니 이비가 아주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손과 발은 놀 준비가 다 되었다는 자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놀아 달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을 물고 와 내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나는 누워도 바로 자는 편이 아니라 이비와 조금 놀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10~15분 정도 놀아주다 들어와서 나는 바로 잠이 들어 버렸다. 화장실에 가려고 잠에서 깼는데 밖에서 우당탕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은 복도식 구조이다. 이비는 길쭉한 복도를 왔다 갔다 활보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며 혼자 놀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불을 켜니 이비는 잠시 조용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히 앉아서 나를 쳐다보았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18분이었다. 다행히도 나와 남편은 잠귀가 어두운 편이다. 예민하지 않아서 소음이 있어도 잘 잔다.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이비는 또다시 뛰어다니며 가구가 부서지듯이 놀았다. 혼자 울지도 않고 아주 신나게 우리 집을 날뛰며 다녔다. 도대체 뭘 가지고 노는 걸까. 뭐가 저렇게 신난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과 행복은 함께 살아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다.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니 이비가 침대로 올라와 소리 내며 자기 몸을 나에게 부드럽게 비볐다. 전날의 폭풍전야로 거실이 엉망이 되어 있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와보니 멀쩡했다. 이비를 위해 갖다 놓은 콜라 박스와 캣 터널의 위치가 조금 이동했을 뿐 너무나 평온했다. 전날 밤 얼마나 신나게 놀았으면 밥도 많이 먹었다.



오늘도 똑같다. 오전엔 그래도 왔다 갔다 하며 모습을 비추더니 정오가 되자 또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렇게 계속 자다가 밤에 내가 자러 들어가면 그때부터 놀아달라고 할 게 분명하다. 그래도 조금만 놀아주면 그다음부터는 혼자 잘 놀아서 다행이다.







뭔가 고양이를 키우면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며 나와 교감할 줄 알았는데 고양이는 정말 잠 많다는 걸 깨달았다. 나 혼자 집에 있을 때와 사실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일할 때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다. 고양이는 손도 많이 안 가서 서로 각자의 생활을 할 수 있다. 나도 나의 삶이 있고 고양이도 고양이의 생활을 한다. 그러다 가끔 고양이는 자신의 존재를 뿜어내며 집사에게 애정의 표현을 한다. 이런 게 고양이의 매력이어서 요즘에는 사람들이 고양이도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이비가 돌아가면 우리 집에 가득했던 이비 물건이 사라져 허전할 것이고 아침마다 반겨주던 이비의 애정 표현도 그리울 것이다. 그렇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에는 막대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나도 강아지를 돌봐 봤지만, 강아지가 아프고 늙어 쇠약해질 때 나 또한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렇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한 것 같다. 어렸을 때 강아지와 함께 지내지 않았다면 강아지가 가족이 되고 나와 인생을 나누는 존재라는 감정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과 행복은 함께 살아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너무나 중요한 사실이다.



언젠가 나도 그 책임감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을 때 고양이나 강아지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싶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울아트(Yeouul Art)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에 고양이 손님이 왔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