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에서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 이비
일주일간 친구가 집을 비우는 바람에 내가 대신 친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고양이의 이름은 이비이다. 친구네 집에 자주 갔기에 이비와 나는 꽤 친하다.
이비가 우리 집에 온 지 3일이 지났다.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말하기를 고양이와 함께 자는 낮잠이 꿀잠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낮잠을 자는 스타일이 아니다. 잠은 밤에만 잔다. 밤을 새우지 않는 한 아무리 피곤해도 낮잠은 못 잔다.
나는 주로 집에서 일한다. 오후에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이비는 주로 내 근처에서 잠을 잔다. 해가 가득 들어오는 창가 근처에서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며 잔다. 집이 조용하다. 곤히 자는 이비를 보면 나도 함께 나른해진다. 그렇지만 나는 절대 낮잠은 안 잔다.
고양이가 집에 있으면 뭔가 집에 활기가 넘칠 줄 알았는데 따스한 오후 이비가 낮잠을 즐기니 나도 몽롱하게 나른해지는 기분이다. 나는 주로 소음을 내지 않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므로 이비도 평화롭게 오후 낮잠을 즐긴다.
그러다 내가 점심을 먹으려고 부엌에서 사부작 거리면 일어나서 내 주위를 맴돈다. 내가 밥을 먹으면 이비도 입맛이 돌아서 간식을 준다. 나는 점심을 먹고 나면 다시 일하러 가고 이비는 자러 간다. 내가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하기 시작하면 이비는 창가에 있는 큰 의자의 가운데로 쏙 들어가 자기 몸을 돌돌 말고 아주 편한 자세로 낮잠을 자며 따스한 오후 햇살을 즐긴다.
나는 그래도 쉬는 시간에는 이비와 놀고 싶은데 이비는 정말 안 깨고 잘 잔다. 이비가 뭘 하진 않지만 내 시야 안에서 곤히 자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소 집에 혼자 있을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나도 모르게 이비에게 계속 시선이 향하고 귀엽게 자는 이비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배시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함께 교감하고 마음을 나누면 서로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누군가는 고양이가 낮잠을 자면 옆에서 꿀잠 자는 게 묘미라고 하지만 나는 참 신기하게도 고양이가 옆에서 낮잠을 자니 업무에 집중이 잘 된다. 내가 작은 소음만 내도 이비는 부스스한 눈을 마지못해 뜨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이비의 낮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일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더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화장실을 갈 때도 조심히 다녀온다. 이비의 낮잠이 나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느낌이다. 고양이는 참 신기한 존재이다. 소음이 없고 손도 많이 안 가며 때론 집사를 위로해 준다. 같이 지내면 지낼수록 고양이에 대해 새로운 걸 많이 알아간다.
언젠가 이비가 낮잠을 잘 때 나는 낮잠은 못 자더라도 옆에서 같이 햇살을 맞으며 책을 읽어야겠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이비와 교감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함께 교감하고 마음을 나누면 서로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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