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햇살 아래에서 몸을 뒹구는 고양이
친구가 일주일 동안 고양이를 맡긴 덕분에 너무나도 행복한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친구의 고양이 이름은 이비이다. 은근 인싸의 성향을 가진 이비는 하루 만에 적응을 끝내버리고 둘째 날부터는 집 곳곳을 활보하고 돌아다닌다.
이비는 애교가 굉장히 많다. 아침에 내가 일어나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면 먼저 와서 인사해 주거니 이미 침대 위로 올라와 있다. 말이 얼마나 많은 지 모르겠다. 부르면 대답하고 말 걸면 대답하고 먼저 와서 인사해 줄 때가 많다.
특히나 이비가 가장 애교가 많은 때는 아침이다. 아침밥을 주기 전까지는 애교가 폭발한다. 이비는 사람이 밥을 먹을 때 옆에서 같이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먹을 토스트를 다 준비한 뒤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을 때 이비에게 아침밥을 준다. 내가 토스트를 준비하는 동안 이비는 전혀 나를 재촉하지 않고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러그 위에서 몸을 뒹굴며 햇살 마사지를 받는다.
우리 집은 거실이 동남 방향이라 해가 굉장히 잘 들어온다. 아침에 거실로 햇살이 한 움큼 들어올 때 이비는 유독 해가 잘 들어오는 러그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뒹굴며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듯이 뜨거운 햇살을 즐긴다. 이때 이비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던져 주면 장난감을 끌어안고 뒷발차기를 하며 신나게 논다.
어느 정도 이비가 햇살 마사지를 즐기고 나면 나도 토스트 준비가 끝나고 이비는 식탁 바로 옆에 앉아서 나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밥을 먹고 나면 이비는 창가로 간다. 창밖 보는 걸 좋아한다. 풍경을 한참 구경하다가 따뜻한 햇살에 취해 나른해진 이비는 이제 자러 간다. 창가에 있는 폭신한 의자로 가서 벌러덩 눕는다. 해가 강렬하게 들어와 이비의 털이 뜨끈뜨끈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에서 4~5시간을 계속 잔다.
유독 날이 따뜻한 날은 창가 의자에서 8~9시간도 잔다. 날이 흐리면 뭔가 불편한지 일어나서 자리를 자꾸 옮긴다. 햇살은 이비의 잠을 더 곤히 재운다.
이비가 우리 집에 머무는 동안 관찰해보니 이비의 루틴은 이러했다. 아침에는 따뜻한 햇살을 품은 러그 위에서 뒹굴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은 뒤 창가에서 창밖을 구경하고 창가에 있는 의자에서 잠을 잔다. 거의 저녁 먹기 전까지는 잠만 잔다. 중간에 잠깐 나오긴 하지만 다시 자러 들어간다.
사실 독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근에 편한 의자를 구매했는데 처음 개시하는 날 이비가 우리 집에 왔기에 나는 그 의자에 별로 앉아 보지도 못했다. 매일 오전부터 저녁 전까지는 이비가 그 의자에 누워서 잠을 잔다. 이비가 좋아하는 조건을 다 충족하고 있다. 햇살이 잘 들어오고 편하고 아늑하다.
어차피 잠깐 우리 집에 있는 거니 양보하기로 했다. 이비가 친구네 집으로 돌아가면 나는 그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책을 읽고 작업도 할 수 있겠지만 그곳에 누워 곤히 자는 이비의 모습이 아주 그리울 것 같다. 이비가 있을 때 나도 이 기분 좋은 감정을 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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