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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Nov 28. 2022

고양이 손님이 집으로 돌아갔어요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고양이 이비가 집으로 돌아갔어요

친구가 집을 비우면서 나에게 고양이를 맡겼다. 일주일 남짓 돌보기로 했는데 친구의 비행기 연착으로 하루 더 머물면서 열흘을 우리 집에서 지냈다. 친구의 고양이 이름은 이비이다. 열흘 동안 이비와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열흘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고 이비는 본래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면 예측할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 일상에 자연히 묻어난다. 함께 살아보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거의 매일 집에서 작업을 하므로 이비와 매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항상 밥을 챙겨주고 이비와 매일 1시간 이상을 함께 놀았다. 이비의 가장 사랑하는 장난감은 리본이었다. 이비가 오기 전에 집을 정리하면서 버릴까 말까 고민하던 리본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친구가 이비 장난감을 많이 챙겨 오긴 했지만, 리본만큼 반응이 좋았던 게 없었다.








이비가 친구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비의 물건이 다 사라지니 우리 집이 원래 이렇게 썰렁했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비는 나와 지내면서 온종일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내가 거실에서 작업하면 꼭 내 옆에서 잠을 자고 내가 방으로 들어가면 방에서 잠을 잤다. 내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 근처에 앉아서 나에게 시선을 두고 졸린 눈을 떴다 감았다 반복하며 꾸벅꾸벅 졸았다. 그리고 내가 화장실을 갈 때마다 화장실도 따라왔다. 같이 들어갈 때도 있고 보디가드처럼 앞에 앉아서 기다리던가 화장실 문을 박박 긁으며 열어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이렇게 존재감이 컸던 이비가 친구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비가 떠난 후 가장 많이 허전했던 건 예상외로 새벽이었다. 나는 새벽에 가끔 깨는 습관이 있는데 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면 귀신같이 알고 내 근처에 와 있었다. 잠결에 일어나 보면 내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면 방문 앞에서 반짝이는 이비의 두 눈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마치 나보고 일어났으면 놀아달라는 듯 초롱초롱하며 날카로운 눈빛을 내게 보냈다. 가끔은 어둠 속에서 빛나던 이비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별거 아니지만 소소한 추억이 쌓여 진정한 행복이 된다. 이 행복은 일, 사람 그리고 반려동물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작용되고 만들어진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면 이비는 항상 나를 따라왔다. 잠결에 가는 화장실이라 눈을 비비며 나오다가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이비의 꼬리를 질끈 밟아 이비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 적도 있다.


이비가 떠난 날 꿈에서 이비가 나왔다. 친구가 한 달 동안 집을 비운다고 이비를 어딘가 맡겼는데 신경 쓰여서 내가 찾으러 가는 내용이었다. 생생한 이비의 얼굴과 동글동글한 눈망울이 선명한 꿈이었다. 꿈에서 깨어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이비의 시선도 없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던 이비도 없었다. 이런 걸로 허전함을 느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물론 며칠 지나면 금세 또 적응되어 이 허전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걸 안다.







이비가 햇살을 즐기는 모습도 그립다. 이비가 떠난 다음 날 아침 거실로 햇살이 강렬하게 들어왔다. 이비가 이 햇살 아래에서 뒹굴며 엄청나게 좋아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다는 건 뭔가 설명할 수 없는 행복이 있다. 함께 살아보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내가 어렸을 때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가 일이었다. 학원에 갔는데 한 친구가 세상 슬프게 울고 있었다. 다른 친구에게 저 친구가 왜 저렇게 우냐고 물어보니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고 하였다. 그때 당시 어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강아지가 죽은 게 저렇게 오열할 일인가.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강아지를 입양해 왔고 어느덧 강아지가 나이가 들어 아파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있다고 했을 때 나는 오열하며 울었다. 어렸을 때 학원 친구가 울 때 아주 얕은 생각을 했던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면 예측할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 일상에 자연히 묻어난다. 이 감정은 날이 갈수록 증폭하고 정을 넘어서서 반려동물은 가족이 된다.







나는 강아지를 키운 경험은 있지만 고양이를 키운 경험은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고양이와 함께 지낸 시간이 너무 새롭고 즐거웠다. 친구가 이비를 데리러 우리 집에 다시 왔을 때 이비와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를 풀어놨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귀엽고 웃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다. 이비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재밌게 웃으며 이야기할 거리도 없었을 것이다.







이비가 나와 함께 지낸 시간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기억을 또렷이 간직할 것 같다. 사실 별거 아니지만 소소한 추억이 쌓여 진정한 행복이 된다. 이 행복은 일, 사람 그리고 반려동물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작용되고 만들어진다. 이비가 열흘 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나의 행복 에피소드가 하나 더 축적되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 언제든지 나에게 고양이를 맡겨주길 바란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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