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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Mar 23. 2023

고양이 손님이 우리 집에 다시 방문했어요

작년에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 이비를 잠시 우리 집에 맡겼었다. 일주일 남짓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비와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친구가 잠시 여행을 다녀온다고 6일 동안 이비를 우리 집에 다시 맡기게 되었다.



이비가 우리 집에 처음 왔던 건 작년 11월이었다. 4개월 후 다시 우리 집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너무나 빠른 적응에 우리는 모두 당황하였다. 아무리 한 번 와봤다고 한들 이렇게 바로 적응하고 우리 집을 자기 집처럼 활보하고 다니는 이비를 보고 우리는 황당해하며 웃었다.



분명 나는 집사가 아닌데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의 영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작년에 우리 집에 왔을 때만 해도 밤에 모든 불이 꺼지기 전까지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다 잠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나와서 조심히 정찰하고 다녔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마치 자기 집인 마냥 드러눕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누비고 다녔다. 식욕도 돋았는지 밥도 잘 먹었다.



모든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원래 이비가 사는 집인 마냥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 다행이었다. 지난번처럼 방구석에 숨어서 낯설어하며 쭈그리고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내가 예상했던 거와는 정반대였다. 이런 이비의 모습을 보니 친구도 맘 편하게 우리 집에 두고 떠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몇 시인지 가늠할 수도 없게 밖은 온통 구름으로 뒤덮였고 비가 마구 쏟아졌다. 창밖으로 선명한 불빛이 번쩍거리며 매서운 소리를 동반한 천둥 번개가 쳤다. 이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방구석으로 도망가 숨었다. 이비는 천둥소리를 매우 무서워한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날이 밝아졌다.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따스한 햇살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이비는 창밖을 구경하다가 졸다가를 반복했다. 날이 따뜻해서인지 나른한 몸을 겨우 일으켜 자리만 옮겨갈 뿐 철퍼덕 드러누워 계속 잠을 잤다.





주변에 친한 친구들이 모두 고양이를 키운다. 우리 집만 고양이가 없지만 친구들과 함께 살 때 간접적으로 집사 경험도 해보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가끔 이렇게 고양이를 맡긴다. 오히려 고양이가 없으니 친구들도 더 마음 편하게 부탁할 수 있다.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고양이가 집에 오면 경계하며 불편해한다. 고양이가 없는 우리 집에는 어떤 고양이가 와도 아주 잘 지낼 수 있다.





올해 6월에는 친구가 한국에 간다고 해서 3주 동안 고양이 두 마리를 돌보게 되었다. 분명 나는 집사가 아닌데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의 영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주변에서 모두 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예전에는 나도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나라도 이렇게 자유로워야 친구들이 어디 갈 때마다 고양이를 봐줄 수 있어서 생각해 보면 이것도 좋은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나는 현재 친구들을 위한 펫시터가 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놀자(yeonolja)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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