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한국은 계절이 반대이다. 12월인 현재 호주는 여름이다. 호주의 여름 제철 과일은 수박, 키위, 딸기 등이 있다. 그래도 내가 가장 기대하는 여름 과일은 망고이다. 나는 호주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호주에 대해 아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수도가 어디인지도 몰랐고 그저 내가 아는 거라고는 호주에는 캥거루와 코알라가 산다는 것이었다.
나는 호주에서 맞이하는 첫 여름에 마켓에 갔다가 망고를 발견했다. 마켓이 마감할 때쯤 갔더니 세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익을 대로 너무 익어버린 망고 한 박스를 거의 거저로 $5(약 4,500원, 2022.12.09 기준)에 샀었다. 집에 가져와서 친구들과 신나게 한 박스를 다 먹었던 기억이 난다. 세일하는 거라 너무 물렁물렁한 것도 있었지만 망고 맛은 설탕 그 자체였다. 신맛은 거의 없고 마치 말린 망고처럼 굉장히 달았다.
여름이 지나고 나니 마켓에서는 더 이상 망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 해가 지나고 다시 여름이 되면 또다시 망고 철이 돌아온다. 내가 호주에 처음 왔을 당시 2013년에만 해도 거의 노란색 망고만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망고 종류가 훨씬 많아졌다. 품종이 다양해졌고 색과 모양도 조금씩 차이가 나며 맛도 각각 다르다. 이제는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품종의 망고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이전에 나의 익숙했던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부정적인 면모를 들춰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현재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고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인생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했던 때에 나는 망고를 실컷 먹기 위해서는 동남아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 망고 수출이 어려웠던 예전만 해도 망고 하나에 만 원씩 하며 망고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망고는 비싼 과일이구나 인식하고 있었는데 필리핀 여행을 갔을 때 망고를 2,000원어치만 사도 봉지에 한가득 줘서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럼 지금 한창 망고 철인 호주에서는 망고 가격이 얼마나 할까?
호주의 대표적인 마트 울워쓰와 콜스에선 망고 하나에 $1.5~2이다. (약 1,350~1,800원, 2022.12.09 기준) 시장에 가면 비교적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특히나 마감 시간에 간다면 박스 채로도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이밖에도 호주에는 맛있는 과일이 많다. 손질하기가 번거로워서 자주 사 먹진 않지만, 파인애플과 멜론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도 너무 좋다. 이밖에 과일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과, 배, 복숭아, 귤, 자두 등 한국에서 보는 과일과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런 과일은 한국 과일이 당도가 훨씬 높고 식감이 더 좋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 배를 먹고 깜짝 놀랐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던 기억이 난다. 식감과 당도, 맛이 내가 생각한 배와는 너무 달랐다. 자두도 잘 사야 맛있고 너무 시거나 아무 맛도 안 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예전만 해도 호주 귤은 씨가 너무 많아서 먹기가 불편했다. 귤 하나 먹는데 씨를 얼마나 많이 뱉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에는 우리나라처럼 씨 없는 귤 품종이 많아졌고 맛도 예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한국도 이전보다 외국 과일 구하기가 좀 더 쉬워진 것처럼 호주 과일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한국에 비해 호주 과일이 맛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경험과 시야가 좁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단순히 나의 이전 경험과만 비교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더 드러났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에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국과 비교하는 것이 있었다.
"호주는 서비스가 너무 구려."
"호주 배 더럽게 맛없네."
"호주는 뭘 항상 이렇게 기다려야 해."
"호주 인터넷 진짜 느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모조리 사라졌다.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기보다는 나의 관점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 나의 익숙했던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부정적인 면모를 들춰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현재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고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호주 과일은 한국 과일보다 맛없다고 말하기보다는 호주에선 맛있는 망고와 키위, 멜론, 파인애플 등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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