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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Oct 11. 2023

임신으로 인해 내 삶이 전부 바뀌어 버렸다

지독했던 입덧이 드디어 끝났다. 16주의 기적.

올해 7월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다. 나는 현재 호주에서 살고 있다. 7월에 갑작스럽게 한국에 갈 계획이었다. 올해 안에 임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둔 부분이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 테스트를 해보고 신나는 마음으로 일주일 뒤 떠나는 한국행 비행기를 끊을 생각이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해보는 임신 테스트였다. 긴장 따위는 전혀 되지 않았다. 사실 그냥 해보는 거였다. 빠르게 해치우고 비행기를 예약할 생각밖에 없었다.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하는 순간 바로 선명하게 두 줄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류인가 생각했다.



임신을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당장 한국 갈 생각에 들떠있는 나였기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했다.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너무나 선명한 두 줄이라며 임신을 축하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나는 임신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것은 내 삶을 한순간에 바꿔버렸다.



임신으로 인해 벌써 내 삶이 이렇게 많이
달라졌는데 출산은 내 삶을 또 어떻게
바꿀지 걱정됨과 동시에 기대도 된다.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었다. 현재 나는 호주에서 영주권도 없고 외국인 신분으로 남편과 열심히 살고 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내 나이가 어느덧 30대 중반에 다다르고 이제 임신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간절히 바랐던 탓인지 생각보다 금방 임신하게 되었고 우리에겐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내 삶이 이렇게 바뀌어 버릴지는 생각조차 못 했다.



일단 나는 입덧으로 엄청난 고생을 했다. 5주 4일째부터 시작한 입덧은 내 인생에 있어서 지옥을 맛보게 해 주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아플 수 있나. 이건 무슨 고통인지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었다.



나의 입덧 기간을 짧게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입덧 6주 차]


이게 입덧이구나.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유일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건 과일뿐이다. 너무 괴롭다. 힘들다는 말보다는 괴롭다는 단어로 더 설명이 된다. 힘들고 괴롭지만, 대부분 임산부들이 겪는 거니깐 나도 잘 견뎌낼 수 있다. 그래 이 지독한 입덧 기간이 언젠가 지나갈 거야. 조금만 참자.



[입덧 9주 차]


입덧이 절정에 다다랐다. 남편은 식사 시간이 되어 먹고 싶은 걸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 말이 너무나도 겁나고 괴롭다. 밥 먹는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두렵다. 내 몸을 씻는 것도 너무 힘들다. 이틀에 한 번 겨우 샤워하는데 기운이 없어 등을 굽힌 채 샤워기로 몸에 물을 적실 때 내 머릿속에는 그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리라 생각뿐이다. 누워 있는 거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 아프다. 입덧약도 소용없다. 왜 이렇게 아픈지 설명은 안 되고 너무 괴로워서 내 눈엔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입덧 10주 차]


지독한 입덧의 절정이 계속되자 이젠 화가 난다. 지금 내 소원은 그저 하나다. 산책.

나가서 걷는 것조차 힘들고 병원도 겨우 다녔다.

바깥바람을 쐬고 싶다.



[입덧 12주 차]


그냥 날 죽여라 죽여.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냥 날 죽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입덧 14주 차]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냄새도 못 맡았던 고기를 드디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약 2달 만에 삼겹살을 먹었다. 내가 알던 그 맛. 역시나 맛있다.



[입덧 16주 차]


드디어 입덧약을 끊었다. 이젠 좀 살만하긴 한데 무기력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내 예전의 일상이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기력이 달린다. 마치 노인이 된 기분이다. 임신 중기가 되면 날아다닌다던데 나는 무기력하고 기운이 없다.



이렇게 지긋지긋했던 입덧 기간이 드디어 지났고 이제야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임신하면 그 기간에 느꼈던 감정을 글로 남기고 싶은 야심 찬 계획이 있었는데 16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글을 쓰고 있다.



내 인생에서 2023년의 두 달이 사라진 기분이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두 달 동안 임산부들이 겪는 거의 모든 증상을 다 겪은 것 같다. 입덧, 구토, 변비, 불면증, 소화불량, 두통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모두 겪었다. 임신하면 배불러지는 것만 힘들 줄 알았는데 몸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내 몸으로 다 겪어야 했다.



이젠 살짝 두렵기도 하다. 무기력해진 요즘 내가 다시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임신으로 인해 벌써 내 삶이 이렇게 많이 달라졌는데 출산은 내 삶을 또 어떻게 바꿀지 걱정됨과 동시에 기대도 된다.



앞으로 출산 예정일까지 남은 기간은 164일. 이젠 몸도 많이 회복되었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원래 나의 브런치는 여행과 프리랜서의 삶, 호주살이 이야기로 가득했는데 엄마가 되어 가는 이 순간 또한 공유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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