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은 다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멜버른에는 여러 각국의 식당이 많다. 외국인이 많은 만큼 그들의 입맛을 저격하기 위해서는 현지 맛과 비슷하고 맛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특히나 코로나 이후 아시안 식당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0년 전만 해도 맛있는 한식당 찾는 게 어려웠고 맛집이라 해도 그럭저럭 한국의 그리움만 달래줄 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에 가서 먹고 싶은 게 딱히 없을 정도로 멜버른에도 맛있는 한식당이 많아졌다.
멜버른에는 여러 나라 식당이 많은데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중국, 베트남, 태국, 일본 음식이다. 이 밖에도 인도, 말레이시아, 그리스, 멕시코 등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다.
음식도 하나의 문화이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이전에 가졌던
어떤 특정 나라에 대한 나의 편협한 생각도
없어지고 새로운 문화 또한
포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해외여행 경험이 없었던 20대 초반에 나는 향신료 있는 음식은 거의 입에 대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인도 카레이다. 가끔은 카레 페이스트(Paste)를 사서 집에서 해 먹기도 한다.
20대 초반 나의 첫 해외 여행지는 바로 인도였다. 그때는 무슨 패기였는지 인생 처음 만든 여권으로 간 곳이 인도였다. 여행은 인상 깊었지만, 음식이 입에 영 맞지 않아 친구와 나는 줄곧 중국 레스토랑(Chinese restaurant)이라고 쓰여 있는 곳만 찾아다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게 너무 아쉽다. 현지에서 맛볼 수 있었던 진짜 인도 카레를 그때는 냄새조차 맡을 수 없었다는 게.
이후 나는 7년 동안 10개국을 여행하며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 음식을 찾지 않는 레벨로 다다랐다. 이런 나에게 멜버른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다는 건 큰 혜택이었다. 구글과 네이버에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멜버른에서 내가 좋아하는 식당 몇 군데를 소개해 보겠다. 그렇지만 위치가 여행지와는 거리가 좀 있기에 여행객보다는 멜버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유용한 정보일 것 같다.
첫 번째로는 베트남 식당 ‘Saigon Pho Derrimut’이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맛있는 분보(spicy beef soup, Bun Bo Hue)를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이걸 맛보고 다른 곳에서도 먹어봤지만, 이곳이 가장 맛있었다. 분보는 쌀국수 면과는 다른 쫄깃한 식감이 있어서 얇은 우동면과 비슷했다. 탱글탱글한 면발이 호로록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쌀국수에는 숙주를 넣지만 분보에는 얇게 썬 적색 양배추를 넣어 먹는다. 국물이 매콤하며 시원하고 맛있다. 그 밖에도 이 식당은 메뉴가 다양하며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곳은 멜버른 시티와 근접해 있는 뉴마켓(New Market)에 있는 말레이시아 식당이다. ‘M Yong Tofu’와 ’Laksa King’ 두 군데이다. ‘M Yong Tofu‘에서 추천하는 음식은 'Penang King Prawn Noodle Soup'이고 ‘Laksa King‘에서 추천하는 음식은 'Har Mee'이다.
첫 번째로 소개한 곳은 조금 걸쭉한 국물의 진한 새우 맛이고 두 번째로 소개한 곳은 비교적 맑은 국물의 깊은 새우 맛이다. 이 두 음식 모두 굉장히 진하게 우려낸 새우 국물로 맛을 낸 국수이다. 처음 이 국수를 맛보았을 때 어떻게 이런 강렬한 새우 맛이 나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컵라면 새우탕에서 새우 맛 곱하기 100을 한 느낌이랄까.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맛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호퍼스 크로싱(Hoppers Crossing)에 있는 미얀마 식당 ‘Chin Taung Tan’이다. 사실 미얀마 음식은 나에게 생소했지만, 태국, 베트남 음식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 먹어본 미얀마 음식은 익숙한 듯 굉장히 새로운 맛이었다. 여러 개의 음식을 먹어봤는데 꼬리곰탕 맛이 나는 국수도 있고 얇은 면으로 볶은 국수는 필리핀에서 먹었던 국수가 생각나기도 했다. 동파육과 비슷하게 생긴 돼지고기는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게가 들어간 미얀마식 쏨땀도 매콤하고 맛있었다.
엄청 인상 깊은 맛은 아니었지만 계속 찾게 되는 곳이다. 미얀마 음식이라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입맛에 잘 맞는 편이었다. 이곳은 굉장한 맛집은 아니지만 만약 근처에 거주한다면 한번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멜버른에 살다 보니 많은 문화를 접하면서 편견이 많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그 나라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이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이전에 가졌던 어떤 특정 나라에 대한 나의 편협한 생각도 없어지고 새로운 문화 또한 포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전에는 불만이 있었던 게 이제는 이 나라 사람들은 이런 문화가 있구나 하고 넘기게 되었다.
멜버른에는 정말 세계 각국의 음식이 있다. 레바논,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덴마크, 폴란드 등 예전에는 절대 도전해 보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하나씩 경험해 보고 싶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ㅣ@yeouul_illustrator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