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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Mar 02. 2022

코로나 수혜자? 책 두 권의 작가가 된 스토리

굳게 닫힌 호주 국경으로 한국에 머무르다 9개월 동안 책 두 권 출간.


코로나로 인해 거의 2년 동안 닫혔던 호주 국경이 2021년 12에 드디어 열렸다. 그리하여 2022년 1월 나는 호주 멜버른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고, 멜버른에 온 지도 벌써 30일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 한국에서 보낸 11개월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난 2021년 3월 나는 개인 사정으로 한국에 돌아가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굳건히 닫힌 호주 국경 때문에 언제 다시 호주로 돌아갈지는 막막한 상태였다. 한국에 들어가자마자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처음이었다. 2주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어본 경험이 없었다. 나에게는 나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2주 내내 넷플릭스를 끌어안고 시리즈만 볼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나는 인터넷으로 많은 리서치를 하였다. 짧으면 9개월 길면 1년 넘게 한국에 머물러야 했기에 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었다. 1년 뒤 호주 국경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 기한은 2년으로 늘어날지 모르는 일이기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자가격리를 하며 앞으로 내가 한국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일단은 공유 작업실을 찾아보았다. 자가격리를 하며 집에 있어보니 도저히 집에서는 작업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당장 수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해 투자하면 그것은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오리라 확신했다. 


운이 좋게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좋은 작업실을 구했다.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건 참 좋다.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매달 월세가 나간다는 것. 이 두 가지 요소만으로도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큰 자극과 동기 부여가 되었다. 



나는 호주 멜버른에서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대학 생활을 하며 6년을 보내고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8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 종로 세운상가에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전시, 팝업샵,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러다 다시 호주로 가서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고 2020년 2월에 호주 멜버른으로 돌아갔다. 심각한 코로나 사태로 호주에 락다운은 길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게 1년을 호주에서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2021년 3월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호주로 돌아가야 했다. 이런 복잡한 나의 상황 속에서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해야 내가 한국에 있든 호주에 있든 경력이 끊기지 않고 이어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우리의 삶과 공간 속에서 잊혀가는 옛날 소품과 오래된 건물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모든 작품에는 나름 나만의 진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말도 참 많다. 그래서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사람들에게 그림에 담긴 메시지를 직접 설명하며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이런 나의 장점을 잘 부각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다.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인생에 한 번은 꼭 나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었었다. 책을 내는 것은 누구나 가질 법한 꿈이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가 아닌 해야 할 일 중 하나였다. 그 계획을 조금 앞당겨 보기로 했다. 


책은 한 번 출간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작품이 좋아야 오래가는 것이지만 어떤 책의 저자라는 타이틀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그림과 글이 담긴 책을 만든다면 내가 호주에 돌아가도 어떤 책의 저자라는 타이틀로 어디서 활동하든 제약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잘 될지 안 될지 따질 경황이 없었다. 한국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하루 종일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리서치하다 나는 책 만드는 것에 꽂혀 버렸다.



9개월 동안 작업하여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2권의 책을 출간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수없이 많은 과정으로 쪼개져 있으며 그 과정을 담은 이야기는 길다. 현재 두 권의 책은 대형 서점에 유통되고 있으며 전국에 대략 30군데의 독립 서점에 입고되어 있다.



2021년 3월부터 2022년 1월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책 두 권 출간과 두 번의 텀블벅(크라우드 펀딩), 북페어 참가, 전시, 드로잉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 다시 멜버른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11개월 동안 한국에서의 시간이 꿈만 같이 느껴지지만 현재 멜버른에서의 삶도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하다.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삶은 험난하다. 그래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해야 한다. 작은 에피소드일지라도 나의 작업 이야기와 프리랜서의 작은 일상을 글로 써보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놀자(yeonolja)ㅣ 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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