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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Apr 20. 2022

빈티지를 사랑하는 호주 사람들

나에게만 보석인 옷을 찾을 수 있는 빈티지 가게

호주 사람들은 빈티지를 좋아한다. 빈티지 옷, 가구, 소품 등을 파는 가게가 거의 동네마다 있으며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호주 사람들은 옷을 입는 개성도 다양하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특이하고 눈에 띄는 옷차림을 한 사람이 많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단 한 번도 옷을 이상하게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단지 저렇게 입고 다녀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는 게 신기했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 옷을 입는 게 너무 당연한 것이고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는 곳이 호주이다.





내가 살고 있는 호주 멜버른에는 잘 정돈된 매력 있는 빈티지 옷가게가 많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상당히 규모가 큰 빈티지 가게였다. 입구에서 반겨주는 멋진 빈티지 패션의 마네킹 커플이 유독 내 눈을 사로잡았다.(위의 사진 참고) 실제로 거리를 다니다 보면 저런 옷차림의 호주 사람을 꽤나 자주 발견한다.





나는 빈티지를 참 좋아한다. 물방울무늬 원피스는 물론이고 독특한 레이스나 문양이 있는 옷을 좋아한다. 그래서 길거리를 지나다 빈티지 옷가게를 발견하면 반드시 들른다. 원래 빈티지 옷은 득템이 묘미이다. 우연히 발견한 가게에서 단 하나뿐인 것 같은 옷이 나에게 찰떡이라면 그보다 기쁠 수가 없다.


보통은 길거리를 다니다가 쇼핑을 하지만 이번엔 작정을 하고 빈티지 매장을 찾아갔다. 정말 상당한 규모의 매장이었다. 옷과 액세서리뿐 아닌 소품과 가구까지 있었다. 모두 제각각 개성을 가진 옷이 옷걸이에 걸려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살펴보려니 눈알이 빠질 것 같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나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열심히 매장을 수색했다.


맘에 드는 옷을 몇 개 골라 입어 봤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스타일과 가격을 고려했을 때 100% 만족하는 옷을 찾기가 힘들었다. 역시 빈티지 옷가게는 우연히 들른 곳에서 보석을 발견하는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왔지만 너무나 즐겁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호주는 팝업스토어(Pop-up store)가 자주 열린다. (1) 팝업스토어는 '떴다 사라진다'는 의미를 가진 팝업창에서 유래된 것이다. 짧은 기간 운영되는 임시 오프라인 매장을 뜻하는데,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개월씩 운영되기도 한다. 멜버른은 CBD가 굉장히 작으며 CBD를 중심으로 외곽이 잘 발달되어 있다. CBD를 크게 한 바퀴는 걷는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다. 복잡한 CBD를 벗어나 외곽으로 가면 식당과 가게가 줄지어 있는 거리가 잘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비교적 한가로운 외곽에는 큰 창고형 매장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런 큰 창고형 매장에서 빈티지 팝업 스토어가 정기적으로 열리곤 했었다. SNS을 통해 열리는 날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빈티지 옷이 모인다. 가격도 저렴하다. 옷마다 가격이 다른 게 아닌 반팔은 $5, 원피스는 $10, 재킷은 $20 이런 식으로 진열되어 있다. 물론 퀄리티가 좋은 옷은 조금 비싸며 가격이 따로 붙어 있다.


이런 팝업 스토어는 오픈 시간에 맞춰 가야지 진정한 득템을 할 수 있다. 이것저것 옷을 많이 골랐다 생각해도 $50(한화 약 45,800원, 2022.4.20 기준)이 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빈티지 팝업 스토어를 가는 재미가 코로나 이후에는 없어졌다. 빈티지 팝업 스토어는커녕 리테일 숍 자체가 문을 열지 않았다. 락다운으로 인해 사람들은 외출을 하지 않아 이쁜 옷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잠옷 브랜드만 잘 팔렸다. 락다운이 완화되면서 점차 모든 것이 일상으로 회복되고 도시는 활기를 찾았다. 호주 멜버른은 현재 마스크 의무화도 없어졌으며 지금 모든 것이 거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며칠 전에 SNS를 보던 중 빈티지 팝업 스토어가 다시 열린다는 광고을 봤다. 이전에 내가 즐겨 찾던 곳이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 기뻤다. 빈티지 가게는 득템 하러 가는 설렘도 있지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몇 년도에 만들어졌는지 브랜드는 어디인지 어떤 나라에서 만든 옷인지 알 수 없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운동복이 아닌 나만의 개성이 가득 묻어난 옷을 다시 쇼핑하러 다닐 때이다. 호주는 현재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와서 쌀쌀한 날씨이다. 바뀐 계절에 맞춰 옷을 입으려고 하니 지난 락다운 기간 동안 운동복만 입고 다녀서인지 정말로 입을 옷이 없다. 내가 이전에 어떤 옷을 좋아하고 어떻게 쇼핑을 다녔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렇지만 이젠 운동복을 벗어던지고 다시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때이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빈티지 가게에서 나에게만 보석인 옷을 찾으러 돌아다녀야겠다.



(1) 출처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045843&memberNo=37968550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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