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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May 02. 2022

호주 여행에서 로드트립을 해야하는 이유

여행은 많은 것을 남기고 그것을 기억 속 공간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게 한다


8년 넘게 호주살이를 하면서 나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호주 국내를 돌아다니며 여행하였다. 빅토리아,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를 가봤다. 호주는 땅이 워낙 넓기에 호주 사람도 안 가본 곳이 많다.


내가 8년 넘게 호주에 있으면서 여기저기 여행을 해본 결과 이 넓은 땅을 여행하는 데에 가장 매력 있는 여행 타입은 로드 트립이라고 생각했다. 넓게 펼쳐진 파란색과 초록색의 호주 자연을 눈에 새기며 차를 타고 달리면 마음 속 작은 응어리들이 다 뭉개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스쳐지나간 사소한 모든 것이 별거 아니지만 여행 속 작은 추억의 고리를 만들어 준다.


여행은 많은 것을 남기고 그것을 기억 속 공간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게 한다





나는 현재 사는 곳이 호주이기에 호주 여행이 국내 여행이긴 나에겐 여전히 새롭고 신비롭다. 사실 워킹홀리데이와 유학 생활을 할 때는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모아야 했기에 항상 돈에 굶주리며 살았다. 그래도 딱 한 번의 장거리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멜버른에서 애들레이드까지 로드 트립을 했다. 워킹홀리데이가 끝나고 함께 워홀을 했던 친구들과 떠난 여행이었다. 그래도 아무렴 호주에 왔는데 한 번은 여행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함께 로드트립을 계획했다.





그때 당시 우리 중 한 명만 국제 면허증을 가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친구가 독박 운전을 해야 했다. 멜버른에서 애들레이드까지는 운전해서 대략 8시간 정도가 걸린다. 도로는 비교적 편하다. 2시간 동안 직진만 했는데 라운드 바를 돌고 또 2시간 직진을 하라고 한다. 편하긴 하지만 운전하는 사람에겐 미칠 노릇이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우리는 비교적 저렴한 소형차 현대 i20를 렌트해서 갔다. 작은 차에 짐과 사람을 구겨 넣고 먼 거리를 여행했다. 그때 당시엔 조건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이 났다.





로드 트립은 역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에 아주 적합한 여행이다.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캥거루 사체를 보기도 했고 차가 진흙탕에 빠져 뒤에서 밀어내며 간신히 빠져나오기도 했으며 밤에 산속에서 길을 잃어 차에 고립될 뻔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하고 끔찍한 순간이었지만 그때는 모두가 너무나 긍정적이었다. 차가 진흙탕에 빠져도 웃고 있었으며 희미한 가로등이 뜨문뜨문 있는 산속에서 i20를 끌고 상향등에 우리 목숨을 맡긴 채 길을 헤매고 다녀도 깔깔댔다. 즐겁게 떠난 여행에서 굳이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


이것이 나의 첫 호주 로드 트립이었다. 정말 경이롭고 즐거웠다. 차를 타고 가다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야생 코알라를 보기도 하고 숙소 문을 열었는데 바로 문 앞에 있던 캥거루와 눈을 마주치고 화들짝 놀라 문을 다시 닫아 버린 에피소드 등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 기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는 추억이다.





이 로드 트립 이후 한 번의 여행이 더 있었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른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도 그날의 소중한 기억 때문인지 그때의 여행을 추억하며 힘든 유학 생활을 무사히 버틴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호주 여행을 가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현재는 호주에 정착해서 나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렇지만 돈은 항상 부족하고 시간을 만들어야 뭔가 할 수 있다. 모두가 돈이 많고 시간이 여유 있어서 여행을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여행 많이 하기'를 2022년 목표로 세워 봤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고 돈 좀 모으면 여행 가야지.' 하게 되면 절대 여행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마음을 먹고 무리를 해야 여행도 계획하고 가게 되는 것이다.





호주 여행하면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캠핑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이후 캠핑이 급격히 인기를 끌며 요즘 캠핑족이 늘어났다. 호주는 캠핑이 일상이라고 할 만큼 다소 평범한 여행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여행할 때 우리나라가 볼거리는 더 많다. 일단 역사가 오래된 우리나라에는 유적지도 많고 케이블카나 테마파크 등 다양한 관광지가 곳곳에 있다. 그리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음식이 있으며 맛집을 탐방하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호주에는 사실 전통 음식이라고 할 만큼 뚜렷하게 특색 있는 음식이 없으며 역사가 짧기에 볼거리가 화려하지 않다. 그렇지만 정말 자연은 그야말로 최고이다. 호주의 자연을 내가 다 보고 죽을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너무 많다. 그래서인지 캠핑장이 많으며 시설이 잘되어 있다.


샤워 시설과 바비큐 시설만 간단하게 있는 캠핑장도 있고 수영장과 고카트(Go-kart), 미니 골프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캠핑장도 있다. 그래서 딱히 돌아다니지 않더라도 캠핑장 안에서 온종일 놀고 즐기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올해 떠난 여행의 추억에 잠시 머물러보며 행복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호주에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많다. 아직 아웃백을 가보지도 못했으며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지하 동굴 마을도 가보고 싶다.


 

Photo by Jason H on Unsplash


여행은 많은 것을 남기고 그것을 기억 속 공간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게 한다. 그리고 이 추억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에피소드를 풀어 그때를 떠올려보며 행복했던 그 당시 기억에 잠시 빠져보기도 한다.


나는 벌써 올해 두 번의 호주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5월 중순에 시드니 로드 트립을 계획하고 있다. 외식 덜하고 생활비를 좀 아껴서 가능한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올해 떠난 여행의 추억에 잠시 머물러보며 행복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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