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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May 12. 2022

남대문 시장과 비슷한 호주 시장에는 뭐가 있을까?

싱싱한 굴을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호주 시장


호주 멜버른을 여행   사람이라면 거의   정도로 유명한 시장이 있다. 여행자를 환영하는 곳뿐만 아닌 호주 사람도 많이 방문하는 이곳은 멜버른의 대표 시장인 '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이다.


퀸 빅토리아 마켓은 멜버른의 중심인 CBD에 위치해 있다. 내가 멜버른에서 유학 생활할 때 정기적으로 방문했던 곳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고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의 매력 중 하나인 마감 떨이도 있으므로 문 닫기 직전에 방문하여 과일과 채소를 상자째 저렴하게 구매해서 일주일 내내 먹기도 했었다.





여행을 가면 그곳의 시장을 가봐야 그 지역의 특징을 알 수 있다고 하듯이 시장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은 모두 다르므로 반드시 방문해봐야 한다.





주로 장 보러 갈 때만 갔던 곳이라 시장의 다른 넓은 공간에는 뭘 파는지 관심이 없었다. 나는 유학 생활이 끝나고 한국으로 갔다가 몇 년 후에 다시 호주로 돌아와 정착해서 살고 있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닌 나는 굳이 비싼 시티에 살 필요가 없어 현재는 외곽에 거주하고 있다. 시티 나가는 일이 드물어진 요즘에는 이런 관광 명소를 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설레며 여행자의 자세가 된다. 오랜만에 방문한 퀸 빅토리아 마켓을 여행자처럼 둘러보니 마켓에는 생각보다 재밌는 게 많았다.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과 흡사 비슷한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를 상징하는 귀여운 코알라, 캥거루 인형과 비누, 열쇠고리, 도마 등 기념품으로 사갈만한 다양한 물건이 있었다.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에서 기념품을 저렴하게 팔듯이 퀸 빅토리아 마켓에서도 기념품을 일반 가게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내가 좋아하는 빈티지 가게도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오래된 사진과 엽서가 너무나도 잘 보관되어 있었다. 엽서에 그려진 빈티지 그림이 너무 독특하여 사고 싶었는데 뒷면에 글씨가 쓰인 걸 보고 내려놓았다. 누가 무슨 내용을 누구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엽서인지 알 수 없었기에 집에 놓는다는 건 순간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밖에도 정말 별거 다 있다. 옷도 팔고 중고 책도 팔고 인테리어 소품도 많고 구경할 게 정말 많다. 그리고 내가 이 시장을 좋아하는 데에는 더 주된 이유가 있다. 내가 남대문 시장에 가는 이유와도 같다. 퀸 빅토리아 마켓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스페인, 벨기에, 인도, 터키, 독일, 그리스 등 전 세계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푸드 트럭이 있다.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고민이지만 그러기에 앞서 사람이 너무 많다. 심지어 평일에도 줄이 길다. 푸드 트럭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이 모든 푸드 트럭에 줄이 서 있나 의문이 들 정도로 항상 사람이 너무 많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푸드 트럭도 매력 있지만 마켓 안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식당도 있다. 푸드코트도 있고 중간중간에 테이커 웨이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핫도그 가게와 도넛 가게이다. 이 두 군데는 나의 호주 유학 에세이 <멜버른의 위안>에서도 언급한 맛집이다.


도넛 가게는 너무나도 눈에 띈다. 퀸 빅토리아 마켓 중간에 흰색과 파란색의 빈티지 트럭이 있는데 마치 마켓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자리 잡고 있는 도넛 가게이다. (아래 사진 참고) 그런데 줄이 항상 너무 길다. 기다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따 다시 와야지 하고 한 바퀴 돌고 오면 재료 소진으로 문 닫은 일이 빈번했다. 마켓에 사람이 많은 날은 재료가 빨리 소진되어 1~2시간은 일찍 문 닫는다.  





그렇지만 괜찮다. 내가 좋아하는 핫도그 가게가 있으니까. 여기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소시지를 미리 구워 놓기 때문에 음식이 빨리 나와서 줄은 금세 줄어든다. 빵에 감싸진 탱글탱글한 소시지와 그 위에 올려지는 상크한 절인 양배추의 조합이 아주 일품이다. (아래 사진 참고) 가게 이름은 'Bratwurst Shop & Co'이며 치즈와 꿀, 딥 소스 등을 파는 유제품 코너(Dairy Produce Hall)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동네마다 작고 크게 시장이 있듯이 호주에도 지역 곳곳에 시장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장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일주일에 2~3번의 휴무일이 있고 보통 4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그리고 마감이 4시라고 한들 2~3시부터 마감하는 가게도 있으므로 가급적 일찍 가는 게 좋다.





내가 좋아하는 멜버른의 시장을 하나 더 소개하겠다. 멜버른 CBD 남쪽에 위치한 사우스 멜버른(South Melbourne) 지역에 있는 사우스 멜버른 마켓(South Melbourne Market)이다. 여기도 정말 구경 가볼 만하다. 퀸 빅토리아 마켓은 실내보단 야외에 탁 트인 시장이지만 사우스 멜버른 마켓은 실내에 있는 시장이다. 그리고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데에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신선한 굴과 해산물을 사서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안에 해산물 파는 코너에 가면 오이스터 바(Oyster bar)가 있는데 싱싱한 굴을 사서 바로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 바에는 굴에 뿌려 먹는 소스가 준비되어 있다. 당연하지만 아쉽게도 초장은 없다. 호주 사람은 보통 굴에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 먹는다. 이렇게 먹는 것도 생각보다 맛있다. 굴에 매콤한 걸 찍어 먹는 건 어디를 가나 비슷한가 보다.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소스가 바 테이블에 놓여 있어서 신선한 굴과 해산물을 사서 바로 그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시장의 큰 매력이자 특징이다.





굴 외에도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게 요리된 다양한 해산물을 테이커 웨이로 판매한다. 랍스터부터 타이거 새우, 포케 등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시장 안에는 먹거리뿐만 아닌 생필품과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물건도 판매한다. 먹을 것도 많지만 볼거리도 많다. 수공예 제품, 와인, 그릇, 식물, 옷, 가죽 공예, 애견용품 등 여러 상점이 입점해 있다. 퀸 빅토리아 마켓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이다. 시티에 있는 퀸 빅토리아 마켓에는 기념품 같은 물건이 많다면 사우스 멜버른 마켓에는 생필품과 수공예 등 지역 상품이 많다.



 


사우스 멜버른 마켓은 주변에 둘러볼 곳도 많다. 주변에는 맛있는 카페와 특색 있는 가게로 거리가 잘 형성되어 있다. 시장이 너무 복잡하다면 주변 거리를 둘러 보며 구경하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해도 기분이 좋다. 그리고 마켓 바로 옆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주방용품 가게인 쉐프스 햇(Chef's hat)이 있다. 가격이 저렴한 곳은 아니지만 여러 브랜드의 주방용품이 진열되어 있기에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다면 구경해볼 만한 곳이다. 테이커 웨이 용기도 대량으로 판매하는 곳이어서 푸드 트럭이나 일반 식당에서 와서 사 가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남대문 시장, 광장 시장, 통인 시장 모두 다 다른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듯이 호주도 각각 시장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만큼 먹거리가 화려하진 않은 것 같다.





여행을 가면 그곳의 시장을 가봐야  지역의 특징을   있다고 하듯이 시장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은 모두 다르므로 반드시 방문해봐야 한다. 멜버른에 거주한  7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 멜버른에서  가본 시장이 많다. 그렇지만 한국 사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서울에 살지만, 서울의 모든 유명한 시장을  가본 것은 아니다. 시장 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투어인  같다.


이번 주말에 뭐하지.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다면 소박하게 시장 탐방을 해보며 일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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