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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Jun 02. 2022

"사람 구실 하는데 돈이 진짜 많이 들어."

우리의 삶은 어쩌면 평범한 적당한 선 위

오늘 오전에 아는 언니와 카톡으로 대화를 하면서  이야기가 나왔다. 돈은 벌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농담을 던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에게 쓰는 돈도 돈이지만 사람들 만날  쓰는 돈이며 경조사   나가는 곳이  많다는 그냥 일상 대화였다. 그때 언니가 무심결에  던진 한마디가 너무나 와닿았다.


"사람 구실 하는데 돈이 진짜 많이 들어."


이 문장을 카톡으로 받자마자 마치 언니의 목소리가 인식이라도 된 듯이 내 귀에 꽂혔다. 나는 곧바로 답장했다.


"이건 명언이에요. 너무 맞는 말이네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런 생각이 더욱 든다. 사실 나는 돈을 지향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순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돈이 많으면 삶에 선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여행을 예로 들어 보겠다. 예산을 적게 잡으면 잡을수록 숙소를 예약할 때 고민이 더 많아진다. 적은 예산에 좋은 숙소를 구하려면 많은 검색을 해야 하고 포기하는 것이 생긴다. 예산을 넉넉히 잡는다면 내가 원하는 조건을 최대한 맞출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이 이러하다. 돈이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다. 그렇지만 사실 또 따지고 보면 돈이 있어도 같이 여행 갈 사람 없이 매번 혼자 다닌다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래서 항상 예전부터 뭐든지 적당히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렇지만 적당이란 기준이 참으로 어렵다. 채우면 채울수록 더 채우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생각의 굴레에 갇혔었다. 돈을 좇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지만 돈이 있으니 좋긴 좋다는 생각을 버릴 순 없다. 그러다 최근에 내린 결론이 있다. 돈을 좇는 사람이 되긴 해야 하지만 행복을 버리진 말자.



행복이 순서의 앞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향해 달려가면 각자 타이밍은 다를지라도 돈을 벌게 된다.


돈이 무조건 성공의 잣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선 돈을 배제할 순 없다. 자신의 꿈이 거지가 아닌 이상 원하는 삶을 위해 각자 좇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면 돈이든 형편이든 언젠가는 자신이 인정하는 삶의 기준에 다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좇는 것은 행복이 되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 승진한다면 행복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행복이 뒤로 가면 안 된다. 내가 행복하려면 이 정도의 돈은 모으고 싶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커리어를 쌓아 승진하고 싶다. 행복이 순서의 앞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향해 달려가면 각자 타이밍은 다를지라도 돈을 벌게 된다.


오늘 언니가 한 말처럼 돈이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한다. 마냥 나는 돈이 없어도 행복해라고 하는 사람 중에 정말 돈이 없는 사람은 없다. 결국 우리는 내 삶의 중심을 이어가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적당한 선을 찾는 것은 평생 힘들 것이다. 언젠가 찾게 되리라는 것도 사실 거짓말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며 그 목표를 좇아 과정대로 가고 있다면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노인이 되어 돌이켜 본다면 우리의 삶은 어쩌면 평범한 적당한 선 위에 있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ㅣ@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울아트(Yeouul Art)ㅣ 여울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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