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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Aug 02. 2022

나이가 들수록 MBTI가 P에서 J로 바뀌는 사람들

금요일과 주말 약속만을 선호하는 사람은 J인가?


MBTI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화두이다. 코로나 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아를 돌이켜 보며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MBTI가 화제성을 띠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유행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MBTI로 자신의 성향을 구분 짓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MBTI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요즘은 누군가를 만나면 뭘 좋아하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묻기보단 MBTI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본다. 신기한 건 이 네 개의 알파벳을 듣고 가장 먼저 인식하는 건 단연 첫 번째 알파벳이다. E와 I를 먼저 파악한 후 상대가 외향인지 내향인지 인식한다.



* MBTI에서 E는 외향형 I는 내향형을 나타낸다.



그다음으로 많이 보는 것이 MBTI에서 마지막 알파벳인 P와 J이다. 이건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이 거론한다.



"네가 J라고?"


"넌 완전 계획형이라 생각했는데 P라고?"



* (1) MBTI에서 J는 판단형 P는 인식형을 나타낸다. J는 체계적이고 계획적이며 목적의식을 갖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P는 체계적이고 세밀한 계획보다는 자율적인 방법을 추구한다.



친구가 P인지 J인지는 약속하여 만나보고 여행을 다녀보면 자연스럽게 파악할  있다. 약속을 잡자마자 만날 곳을 먼저 찾아보는 친구는 계획형인 J성향이 높다. 여행할  미리 교통편과 여행지, 맛집을 알아보는 친구는 J 성향이다. 친구끼리는 이런 성향을 자연스레 파악하기에 의외의 MBTI 결과를 들으면 새삼 놀라기도 한다.



Illustrated by Yeouul



P J 차이를 찾아보면 보통 여행을 예로 많이 든다. P 대충  할지 생각만 하고 J 자세한 세부 사항을 찾아보며 플랜 B까지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계획형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는 없다.



나는 굉장히 즉흥적이면서 계획적인 사람이다. 놀 때는 즉흥적일 때가 많지만 일할 때는 연간 계획과 월간 계획을 세우며 자세하게 목표와 일정을 정리한다. 여행할 땐 시간과 금액까지 미리 계획을 세우는 편이지만 막상 여행을 가서는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일정을 바꾼다. 여행을 앞두고 그것을 기대하며 일정 세우는 걸 즐길 뿐이지 그대로 이행하기보단 여행지에서 갑자기 계획을 틀어 즉흥적으로 하는 걸 더 좋아한다.



상황에 따라 우리는 P의 인생을 살기도 하고 J의 인생을 살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항상 작은 노트를 들고 다녔다. 초등학교 때부터 작은 스프링 노트에 숙제와 해야 할 일을 매일 적었다. 이 습관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에서 벗어나도 여전했다. 나는 내가 무조건 계획형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매 순간의 인식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MBTI를 했을 때 나는 51%로 P가 나왔지만, 최근에는 56%로 J가 나왔다. 생각해 보니 노는 건 즉흥적으로 좋아하지만 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계획형인 게 나의 성향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주변 사람들은 결혼하고 바쁜 직장 생활로 인해 즉흥적인 만남이 잦아들었다. 동네 친구는 점점 줄어들고 다들 일에 치여 금요일과 주말 약속만을 선호한다.



며칠 전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K-직장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J의 인생을 살아야 해. 일을 가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을 안 할 수가 있나."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대학교 강의 하루 빠지는 건 그래도 괜찮지만 일을 안 나가는 건 안 된다. 대학생 땐 술 마시고 강의도 빼먹고 그럴 수 있었지만, 사회 구성원이 되어 일을 하게 되면 짊어지는 책임감도 생기고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음 날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이건 K-직장인뿐만이 아니다.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은 본인의 업무에 책임을 지기 위해 다음 날을 생각한다.



나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다. 21살에 대학교를 휴학하고 사회생활을 먼저 맛보았고 일의 굴레에 갇혀 살았다.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실 때 나는 다음 날 출근해야 하므로 집에 들어간다고 하면 친구는 자기도 오전 수업이 있다며 더 늦게까지 놀자고 권유했다. 놓인 상황이 다른 것일 뿐이지 친구가 P형이고 내가 J형으로 나뉘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우리는 P의 인생을 살기도 하고 J의 인생을 살기도 한다. 물론 한쪽 성향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상황에 따라 P와 J의 성향이 각각 다르게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6가지의 유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끝까지 MBTI 검사를 거부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MBTI마다 성향에 따른 퍼센트도 다르고 본인을 잘 모를 수도 있으므로 이 검사를 100% 의존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성향은 나이가 들면서 계속 변한다. 끊임없이 경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감정을 배운다. 틀에 박힌 교실에서 벗어나 대학교에 가면 낯선 경험을 하며 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된다. 취업하면 대학과는 다른 세상에 마찰하고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결혼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면 우리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주변의 죽음을 마주 할 것이고 예상치 못한 일이 우리 주변에서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인생의 경험이 쌓여 삶이 된다. 그리고 이 삶에서 배운 새로운 감정은 사람의 성격과 성향에 영향을 끼친다. 세상에는 명료하게 구분 짓기 힘든 것이 많다. 사람의 성향도 그중에 하나이다. 이걸 힘들게 구분할 필요는 없다. MBTI로 자신의 성향을 구분 짓기보단 자신이 원하는 MBTI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1) 출처 : https://toptrend.blog/mbti-j-판단형-p-인식형-차이-분석/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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