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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Jul 25. 2022

1년 전 통영살이 업로드 중입니다

가물가물했던 기억이 영상을 보면 생생한 기억으로 바뀐다


2021년 9월에 통영에 있는 한적한 동네에서 13일 동안 머물렀다. 내가 통영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통영에 가봤는지 기억도 안 나고 뭐가 유명한지도 잘 모르지만, 통영이라는 명칭은 잘 알고 있다. 심리적으로는 가장 낯설지만, 명칭은 친숙한 지역을 선택했다.





내가 갑자기 통영으로 간 이유는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서이지만 나를 위한 시간도 필요했다. 나는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 낯선 호주에 홀로 갔지만 여럿이 쉐이를 하며 살았기 때문에 온전히 혼자 살았다고 할 수 없다.


가끔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국내나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여행지에서는 거의 백패커 생활하며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지냈다. 스무 살 이후 여기저기 지방과 해외를 많이 다니며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오롯이 혼자 살아본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통영이라는 지역은 뭔가 이름만으로도 굉장히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내가 통영에 간다고 했을 때 다들 왜 이렇게 멀리 가냐는 반응이었다. 통영은 실제로 서울에서 거리가 멀다. 심지어 KTX도 없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에 확실히 먼 곳이다.


13일 동안 통영에서 지내면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첫날 캐리어를 잃어버리는 사건부터 발생하여 아주 다사다난했다. 원래 여행에 이런 에피소드 하나 정돈 있어야 하니깐 괜찮다.


2021년 9월에 다녀온 통영을 2022년 7월이 되어서야 편집하고 있다. 영상을 편집하다 보니 통영에서 보낸 기억의 조각을 껴 맞추고 있었다. 가물가물했던 기억이 영상을 보면서 생생한 기억으로 바뀌었다.





그때 당시 무슨 야심 찬 생각이었는지 통영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를 브이로그로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가 하는 일은 창문을 열면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일 똑같이 먹는 빵과 커피를 촬영했다. 이 지겨운 영상을 왜 매일 찍었는지 모르겠다. 편집하는 나조차도 지겨웠다. 매일 아침 같은 장소 같은 아침. 알면서도 똑같은 영상을 브이로그에 담는다. 혹시나 통영살이 브이로그를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현재 8일 차까지 편집을 완료하였다. 아직 9, 10, 11, 12, 13일 차 영상이 남았다. 나의 통영살이 브이로그 편집은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업로드하고 싶은 다른 영상도 많은데 이것부터 일단 처리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안 해도 그만이지만 1일 차부터 13일 차까지 통영살이 브이로그가 나란히 있는 걸 보면 나중에 얼마나 뿌듯할까 싶다. 사실 뭐 급한 것도 없으니깐 천천히 편집하여 통영살이 브이로그를 끝낼 것이다. 그다음 영상은 올해 5월 다녀온 멜버른에서 시드니 로드 트립 브이로그이다. 이것도 1년 뒤에나 편집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여행의 흔적을 글과 기억으로만 의존했는데 이렇게 영상에 담으니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조금 많이 귀찮긴 하지만 다시 안 일어날 지난 여행을 브이로그로 기록하여 다른 사람과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지냈던 통영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그때의 기억이 난다며 댓글을 남기기도 하고 통영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도 나름 도움이 되고 있다. 나의 여행 추억을 누군가와 공유하며 때론 그 사람의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여행 일정 세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니 뿌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혼자만 추억하고 싶은 여행도 있겠지만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발생하는 다른 감정은 나를 계속 여행 추억 속에 머무르게 도와준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ㅣ@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울아트(Yeouul Art)ㅣ 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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