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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아이 Sep 03. 2019

청춘의 마음을 DO DREAM, 손미나

손미나의 열정 이야기 (이야기쇼 두드림 28회)




고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부터 그 잔여를 잊지 못해 여행책을 미친 듯이 읽어댔던 적이 있었다.

그런 내게 한 친구가 건네준 여행책 '스페인, 너는 자유다.'

타이틀부터 나를 매료시킨 책을, 나는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아마 가보지 못한 나라를 다루고 있어서 나의 흥미를 끌기 적합했으리라. 

그렇게 호기심으로 시작된 책 읽기는 결국 동경으로 끝을 맺었다.

더불어, 언젠가 스페인을 꼭 여행하리라! 는 다짐을 주었다.


내 인생에 선물같이 다가온 그 책의 저자가 전직 아나운서였던 손미나인걸 알게 되고, 

어느 날 TV 두드림이란 프로에서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는 진솔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녀가 첫 등장하자마자 MC들이 한 질문은,  '당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지도 궁금했지만, 그전에 제삼자가 보는 그녀의 이미지도 궁금했다. 

손미나, 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아! 하고 떠올릴 수 있는 한 때 잘 나가던 아나운서? 

조금은 새침해 보이지만 똑 부러지는 느낌이 있는 사람.

골든벨 아나운서! 

환한 미소를 가진 사람.

이제는 여행작가?

요즘 소설도 쓰던데 … 등등.

많은 것들이 그녀의 이름 앞에 붙을 수 있겠지.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열정을 먹고사는 자유인,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투영하고 싶은 모습,

사람들 마음속에 품어있는, '열정'의 불씨를 터트리고,

누구나 꿈꾸는 '자유'란 꿈을 먹고사는 그녀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환하고 행복한 미소로 자신을 표현했다.  


나는 그 순간,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웃음이 아름다운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졌다.


  



그녀 이야기의 첫 시작은 아나운서를 꿈꾸게 된 계기를 제공한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어학, 문학을 전공한 손미나는 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면서 호주, 스페인에 1년씩 생활했는데 그때 2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나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꼭 알아내야 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며

굉장히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답답해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즐거워하면서 듣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세상과 가까이 밀착해서 소통하고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아나운서'를 꿈꾸게 되었다는 손미나. 





 하지만 아나운서 시험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쉽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기에

손미나는  무작정 이계진 전 아나운서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요청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이계진 전 아나운서의 대답은 "NO." 

그러나 손미나는 저는 꼭 이 꿈을 이루어야 한다. 라며 끈질기게 졸랐고

결국 이계진 전 아나운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 아까는 학생이 나를 보고 싶어 전화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내가, 학생이 궁금하다.
어떻게 생겼길래 이렇게 당돌하고 끈질긴지 얼굴 좀 봅시다. " 

그렇게 차 한 잔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면서 이계진 전 아나운서는 손미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자네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게 있다. 되겠네. " 

그리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아나운서가 된 손미나.


 



그렇게 꿈꾸는 아나운서가 되었으나, 인기 아나운서의 생활이 녹록지 만은 않았다.
 KBS에서 아나운서로 재직하는 5년 동안 새벽 3시에 기상해서 아침방송을 했다가

몸이 적응했다 싶으면 심야 뉴스를 했다.


쉬지 않고 쳇바퀴 돌아가는 생활 속에

손미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아닌, 뭔가에 쫓겨 달아나듯 뛰고 있었다. 





바쁜 생활 속 끼니도 거르기 일수였고, 오죽하면 손미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라디오 프로가

방송국 내에서는 손미나의 밥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렸다고 한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고민이 많고 힘든 사람에게 위로를 해주면서도

"아…. 정작 위로받을 사람은 나인데."라고 느끼면서

점차 자신이 좋아해서,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주는 무거운 중압감에 점점 짓눌려갔다. 

그러다, 한창 아나운서를 꿈꾸었을 때 "이 KBS에서 들어갈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랬을 그 마음은 "하루만이라도, 제발 하루만이라도 KBS를 안 갔으면." 하고 변해있었다.  




  

처음엔 '아나운서'라는 목표를 갖고 시작한 길인데, 그 목표를 이루고 난 후 손미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지쳐있는 자신을 재충전을 하기 위해 

홀로 몰디브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손미나는 자신처럼 홀로 여행을 온 이탈리아 여의사를 만났고,

해변에 나란히 앉은 둘은 낯선 여행지에서 누구보다 속 깊은 얘기를 나누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국가, 인종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렇게 속 깊은 얘길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던 손미나. 

그러다, 여의사는 손미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한다.

"너의 인생은 뭐니?"

그러자 손미나는 나는 지금 아나운서고 내가 맡은 프로는 등등,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장황히 설명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여의사는 물었다.

" ARE YOU SO HAPPY? "

손미나는 말문이 막혔다.  




  

일에 지친 나를 위한 여행이었고,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한 여행이었고

오롯이 나를 위한 여행이었는데도 그 여행 속에서도 손미나는 일에 잠식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손미나는 결국 행복하냐는 여의사에 대답에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자신의 잃어버린 행복을 찾기 위해

무작정 스페인으로 가는 길에 오른 손미나.


그 당시 서른을 넘긴 나이고, 한창 일할 때라 주위의 만류가 있었으나 손미나는 지금 늦었다고 후회한다면,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그땐 나는 젊었는데! 왜 도전하지 못했을까?라고 후회할 늙은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손미나는 그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손미나의 새로운 도전의 시작은 쉽지만은 않았다. 스페인에서의 책이 히트 친 후 출판사에서 아르헨티나 여행에 대해서도 책을 썼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아르헨티나로 떠나 글을 썼으나 자신이 공들여 쓴 글이 담긴 노트북을 포함해 여행 순간순간을 담은 카메라를 도둑맞아버린 손미나. 

도대체 어떻게 다시 시작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망감이 깊어진 손미나는 결국 몸까지 아파왔다.

그러다 어떻게 마음을 추슬러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울 때

여행 중 만난 한 인디언 청년이 손미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네 것이었던 것은 없어. 넌 잃어버린 게 아무것도 없어." 

그 말에 화가 난 손미나는 이렇게 되받아쳤다. 

"그래, 카메라랑 노트북은 내 거가 아니라고 치자. 내가 찍은 사진들과 내가 써 내려간 글들은?"이라 물으니, 


청년은 너무나 평온한 표정으로 손미나에게 말했다. 

"너를 한 번 돌아봐. 너에겐 건강한 두 팔과 두 다리가 있잖아. 다시 걸으면 돼. 속상하면 실컷 울어." 

"…." 

"미나, 다시 걸으면 돼. 그게 인생이야."  





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을 되찾고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열정을 먹고사는 자유인'이라 표현하게 된 그녀가,

이 세상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이 겪어온 경험을 토대로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청춘에게 고했다. 

"함부로 현실에서 모든 걸 버리면 안 돼요. 경솔함과 용기는 다릅니다. "  




  

"저는 A4용지에 10년 후 제 모습을 몇 달 동안 적어 내려갔어요. 

10년 후 아나운서로의 최고의 모습, 최악의 모습. 10년 후 프리랜서로의 최고의 모습, 최악의 모습. 

냉정하게 판단하고 예비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으나, 답은 하나였어요. 


모르겠다. 


그리고 깨달았어요. 

아무리 불리한 조건이라도 내가 열심히 한다면 성공할 수 있고,  

 어느 자리에 있든 간에 내가 진심으로 내가 온 힘을 다한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고, 아니면 아닐 거라는 것을.


결국, 모든 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요."
 




"어떻게 물을 주고 어떻게 햇볕을 쬐이냐에 따라 한 송이의 예쁜 꽃을 피울 수 있고 어떤 이는 여러 개의 꽃을 피울 수도 있어요. 다시 한번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내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잘 생각해 보고, 정말 열심히. 용감하게 달려 나간다면 분명히 여러분 안에 숨겨져 있을 그 꽃들을 찬란하게 피울 수 있을 거예요."  

 

남들에게 보이는 '삶' 보다, 자신에게 보이는 '삶'을 택한 그녀.


그녀 자신도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을 하는 순간 얼마나 많은 갈등과 시련이 있었을까.

안정적이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내던지고,

여행작가로 새롭게 시작했을 때

여행지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너무 무섭고 두려웠지만 다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는 바로 그녀 자신에 대한 믿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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