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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아이 Nov 05. 2019

나를 이야기하다

02. 결혼에도 순서가 있나요?






02. 결혼에도 순서가 있나요?




나는 올해 10월에 결혼을 했다. 식을 올린 지 한달 밖에 안된 소위 새색시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유부녀라는 타이틀이 어색할 따름이다. '결혼' 이라는 것은 언제나 내게 먼 얘기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까워짐을 느낀 시점이 제작년부터였다.



2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주변 친구들의 결혼식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어날때 쯤 나도 언젠가는 하겠지 ….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다들 결혼식을 가면 드레스는 어땠고, 식장은 어땠으며 나는 결혼하게 되면 이렇게 이렇게 해야지! 라며 이미 자신의 결혼식을 구체화한 친구도 많았지만 나는 식장에 들어서면 이상하게 몸이 떨리고 눈물부터 났다. 드레스와 메이크업과 식장의 분위기와 뷔페의 맛 보다 행복한 신부와 신랑의 표정에 시선이 머물고 그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미래를 함께 할 사람을 만나 나도 그런 결혼식을 나도 하게 된다는 생각에 설렘과 떨림이 공존했다. 그 무렵 주변인들에게 결혼을 언급할 때 축하한단 말만큼이나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언니는?'



나는 첫 글에서도 말했듯 위로 두 살 터울인 언니가 있고 언니는 아직 미혼이다. 어쩌다보니 언니를 앞서서 결혼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그런 말이 간간히 들리니 나도 우리 언니가 마음에 걸렸고 누가 먼저 가든 빨리가라! 라고 재촉하던 부모님도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언니를 맘에 걸려했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 주변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주변의 말들 때문에 언니가 받을 상처가 걱정도 되었다. 고지식한 옛 생각이, 그 잣대가 우리 언니를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물며 언니는 능력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알아서 남자친구도 잘 만나는데 시집을 동생이 앞서갔다는 것이 언니에게 꼬리표처럼 붙을까 화가 났다.



하지만 우리 언니는 오히려 연애 기간이 짧은데 단 시간에 결혼을 선택한 나의 미래를 걱정했다. 



"평생을 걸어야 하는 사람인데 고심하고 결혼하는 거 맞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 …?" 등의 걱정.



항상 어린 줄만 알았던 내가 결혼을 한다니. 지금 남편을 만나보기 전이었기에 더더욱 언닌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 건지 덜컥 겁이 났다했다.



언니의 걱정은 단지 그것 뿐이었다. 그 후로 언니에게 남편을 보여주고 내가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 언니는 나를 살뜰히 챙겼다. 미리 신혼집을 입주할 때 언니는 나에게 동생 결혼하면 좋은 거 사준다는데, 뭐 사줄까? 하며 내가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 사주었다. 신혼여행 때도 면세점에서 사고픈 걸 모아둔 장바구니를 대신 결제해주는 언니가 그저 고마웠다.



예전에는 하다 못해 둘째가 첫째보다 먼저 시집을 가면 그 첫째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 마냥, 결혼식장에도 못 들어오게 했다는 미신이 있었다 한다. 하지만 그 미신은 현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나와 같이 직장생활 하는 선생님의 사례가 그러했다. 언니가 동생의 결혼식을 보면 동생의 복을 뺏어간다는 미신 탓에 선생님의 언니는 식장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자신의 결혼식 당일 부모님께 인사할 때 보다 멀찍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언니를 보고서 눈물이 펑펑 났다고 했다. 



그 일이 선생님에겐 언니를 향한 평생의 미안함으로 남았다. 그 좋은 날, 왜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한 쪽은 평생 미안해하고 한 쪽은 마음이 아파야 하는 지 모르겠다. 쓸데없는 미신과 고리타분한 생각들의 굴레에서 탈피할 필요성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에는 순서가 없다. 언니는 언니의 삶이 있고 나는 나의 삶이 있다. 무엇보다 내 삶 중에 나는 내 인연이다 싶은 사람과 평생을 약속했고 그것은 나의 선택이다. 언니는 언니가 인생을 걸만한 누군가를 아직 선택하지 않았을 뿐. 지금 시대가 결혼이 필수인 세상도 아닌데 누가 먼저 가는 게 무슨 상관이고, 또 안가면 어떠한가?



'결혼에 순서 있어? 누가 먼저면 뭐 어때?' 라고 말하는 이가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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