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나의 또 다른 직업, "중매쟁이"
08. 나의 또 다른 직업, "중매쟁이"
"나 결혼해."
작년 4월, 내 친구 A가 결혼을 했다. 4년을 꼬박 만난 연인과 평생을 약속했다던 그 말이 왜 그리 뭉클하게 들리던지. 무엇보다 그 둘의 인연의 끈을 내가 연결해줬기에 '결혼해' 라는 말이 더 특별하게 들렸던 것 같다.
4년 전, 이별에 아파하는 A가 못내 마음에 걸려 그녀와 어울릴 사람을 수소문한 결과 나는 한 남자를 찾아냈다. 그 남자는 내 고등학교 친구의 절친이었는데 고등학교 친구가 서술한 성격과 사진 속 이미지가 A와 잘 어울려 보였다.
직접적으로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 건너서 알게 된 터라 A에게 소개시켜주는 게 머뭇거려졌지만, 훗날 듣기로오히려 나와 그 남자가 친하지 않아서 A는 더 부담이 없었단다. 첫 만남부터 하트눈이 된 둘은 4년을 만나고,
어느 덧 정식 부부가 되어 있었다.
그 후로도 나는 여러 인연들을 맺어줬다. 본격적으로 중매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소개를 해줘서 잘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뿌듯하고 나까지 즐거워지는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두둑한 소개비도 한 몫했다.
인연을 맺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이루어지지 않은 커플도 있었다.
그때마다 '타이밍'이 참 중요함을 여러번 느꼈다. 특히나 평생 인연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단순히 "이상형"으로 판가름되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얼마나 적절한 순간에 나타나는가"가 인연을 결정짓는 요인이었다.
90%의 성공률을 자랑하는 나의 매칭실력을 보며 엄마는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딸, 이러다 중매쟁이로 전향해야 되겠는데?" 라며.
내가 소개해서 잘된 경우를 살펴보면 내가 남자,여자 둘 다 아는 경우보다 이상하게 한 쪽을 건너건너 아는 경우에 더 잘 이루어졌다. 내 친구 A의 예처럼 말이다.
자신이 소개해줘서 3커플이 결혼하면 나도 잘 산다는데- !
지금 내가 이루어 준 3커플 중 한 커플이 결혼을 했고, 또 다른 커플은 이번 나의 결혼식에 부케를 받았다. (부케를 받은 내 친구는 지금 현재 내 남편을 소개시켜준 내 인생의 은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성사된, 세번째 커플은 지금이 너무 좋아 미래까지 그리고 있다 한다.
결혼한 커플말고, 두 커플은 남편을 만나고 난 뒤 연결해준 커플인데 나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인지 각자 첫만남부터 서로가 너무 맘에 들었다한다. 각자 이상형을 알고 매칭해줘서 고맙다나 뭐라나 ㅎㅎ
내가 인연을 이어준 커플들을 볼 때 마다 뿌듯함과 즐거움이 밀려온다.
무엇보다 그들에게서 연애가 주는 긍정의 에너지가 물씬 느껴져 나까지 덩달아 웃음이 나고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사람과 사람의 연이 닿기 위해,
중간다리가 되어주고 있는 나의 또 다른 일,
중매쟁이로써의 삶은 이렇듯 나날이 즐겁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