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소풍 도시락을 만들며, 떠오른 옛 추억 이야기.
이른 새벽.
모두가 자고 있을 시간.
어렴풋이 부엌에서 들려오는
달그락, 달그락 소리.
새벽부터 일찍
소풍 도시락을 준비해 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나나요? :)
/
[ 이미지 : 지식백과 ]
며칠 전, 아이가 첫 ’가을 소풍‘을 떠났었다.
월마다 받는 교육 일정 안내문에 분명히
소풍을 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나는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까먹고 있었다.
‘어떡하지?! 도시락통도 없고, 재료도 아무것도
없어! 이건 진짜 큰일이야!‘
식은땀이 또르르-.
눈알이 데구루루-.
머릿속은 우르르 쾅쾅!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곤, 바로 모든 재료와
필수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긴박하게
마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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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울LEE / 소풍 도시락 재료와 준비 ]
[ © 여울LEE / 김밥 포기, 주먹밥으로 간다! ]
[ © 여울LEE / ‘모아이 석상’ 같은 주먹밥의 탄생 ]
소풍 전날 밤.
부랴부랴 사 왔던 도시락 준비물들은
나에게 안심을 주기에 충분했고, 더불어 내가
‘예쁜 소풍 도시락‘을 만들 수 있겠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품게 해줬다.
물론. 온라인에 검색하면 나오는
’금손들의 도시락‘에 비하자면.
매우 평범하고도 일반적인
그런 도시락이겠지만 말이다.
*
새벽 여섯시 반.
모두가 잠든 이른 시간.
숨소리도 삼켜가며, 조용히 부엌으로 향했다.
재료들을 꺼내 차근차근 순서대로
김밥을 만들려는 찰나. “아, 이럴 수가!”
내가 어제 급하게 사 왔던 재료는 김밥의 주재료가
아니라 ‘주먹밥’을 만드는 재료였다.
나는 눈곱이 잔뜩 낀 눈을 마구 비벼댔다.
이게 정말 맞는 건지, 눈에 힘을 주고서
다시 재료를 살펴봤지만.
역시나 달라지는 건 없는, 현실을 마주할 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까짓 거 주먹밥으로 만들면 돼!‘
평범한 주먹밥이기에, 최대한 꾸몄다는
성의를 담고 싶었다.
예쁘게 참깨와 김 조각으로
주먹밥에 ‘얼굴’을 표현하고자 했으나
그렇게 ‘김밥’이 아닌
‘모아이 석상을 닮은 주먹밥’이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탄생된 순간이었다.
[ ©여울LEE / 에라 모르겠다, 하트가 가려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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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먹밥을 만들며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소풍 전날 밤부터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부푼 마음 안고, 정성스럽게 가방을 챙기던 나.
그리고 김밥 재료들을 확인하며, 밤부터 미리
준비해 두던 어머니의 모습.
어두컴컴한 방문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던
부엌 전등빛과, 코 끝에 맴도는 맛있는 향기가
그땐 왠지 당연하게 느껴졌었다.
‘소풍이니까. 어머니가 김밥 만들어 주겠지.‘
라고 말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소풍에 들떠있는
자식을 위해 잠도 줄여가며, 이른 시간부터 열심히
김밥을 포함한 소풍 도시락을 만들어준 것이었다.
이는 ‘당연함’이 아닌 ‘사랑‘이었구나.
하고 비로소 깨닫는다.
.
.
어머니는 도시락에 넣을 김밥을 제외한 나머지
김밥들은 항상 쟁반에 겹겹이 쌓이게 놓아뒀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 남아있던 김밥들은
어쩜 그렇게 맛있었을까?
어머니와 함께 부엌 바닥에 앉아
남은 김밥들을 먹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나도 주먹밥을 만들다가 이내 즐거운 웃음이
“피식-” 하고 입 사이로 흘러나왔다.
아주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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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에서는 아이의 소풍 도시락을 만들며,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 일화를 담아봤습니다:)
소풍의 꽃!
소풍의 주인공!
바로 도시락이죠.
저는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김밥 향기가 흘러 날아오는 것 같아요.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함이 가슴 가득 차오르네요. (ꔷ̥̑.̮ꔷ̥̑)/
읽어주신 여러분들도, 어릴 적 소풍 가던 날과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던 추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지 궁금하네요. ( •͈ᴗ-)ᓂ-ෆ
그럼.
다음화에서 또 아름답게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 ྀི ͚ɞ̴̶̷ ·̮ ɞ̴̶̷ ͚ ྀིᡘ݂
[ 오늘의 삽화 ] 가을 소풍 도시락 #추억소환
© 여울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