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두둑-두둑.
빗방울이 살포시 창을 두드리는
비 내리는 날이면.
메마른 감성의 대지 위로
촉촉한 낭만이 한 방울씩
차올라요.
/
[ ©여울LEE / Cafe Rollingpin ]
며칠 전.
비가 많이 내렸던 날.
반쪽인 S와 함께 아침이 주는 유일한 자유를
온몸 가득 담고 싶어서 한 카페에 들렀다.
산 아래 위치한 카페여서 지대가 높다 보니
비 내리는 동네 골목 곳곳들이 한눈에 들어와,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S와 나는 각자의 취향대로
커피와 디저트를 고른 뒤,
밖이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 ©여울LEE / Cafe Rollingpin ]
투둑- 투둑-
수줍게 인사 건네듯, 창가에 내려오는
빗줄기의 아름다운 이동 소리가
이따금씩 고요했던 카페 안을 채워주고 있었다.
나는 빗줄기를 바라보다 감성이
차올라서 S에게 물었다.
“이렇게 낭만적으로 비가 내리는 날이면,
너는 어떤 게 가장 떠올라?”
.
.
S는 나의 쓸데없지만, 쓸데 있는 질문에
친절히 대답했다.
“침대에 누워서 마냥 편안히 잠을 자고 싶어.
아니면 비가 내리고 추우니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찜질도 좋겠지? “
나는 S의 대답을 듣고 생각했다.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떤 걸 떠올릴까?‘
조금 뒤, 창 밖을 바라보다 몇 가지 떠오른 것에
대해 S에게 신이 난 어조로 말했다.
“난 이런 게 떠올라!
정말 진심으로 말이야.”
.
.
/ 비가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낭만 감성에 대해 /
1. 길거리 포차에서
따뜻한 어묵과 국물을 먹는 낭만.
[ ©여울LEE / 비 오는 날, 어묵과 국물은 진리 ]
비가 내리면 기온이 떨어져
따뜻한 게 생각나곤 한다.
특히 길거리 포차에 서서 들이키는
무와 꽃게, 대파 베이스의 어묵 국물은
파르르 떨리는 몸을 진정시켜 주기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아이템이기도 하다.
*
2. 뭉쳐있던 놀란 근육들을 찜질로
풀어주는 시원한 낭만.
[ ©여울LEE / 비 오는 날, 가장 붐비는 그곳 ]
나도 모르게.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자연스럽게 찜질이 하고 싶어진다.
뜨거운 찜질방 바닥에 몸을 누이고
마치 휴게소 돌판 위 무아지경으로 굽히고 있는
한 마리의 오징어처럼.
그렇게 뜨거운 열기와 한 몸이 되어
“아 시원하다.”를 연신 내뱉게 되는
뜨거운 낭만이 좋다.
*
3. 빗길을 거닐며 산책하는 낭만.
[ ©여울LEE / 빗소리와 함께하는 산책길 ]
일반적인 보통의 화창한 날보다
비 오는 날에 하는 ‘우중 산책’이 의외로 좋다.
빗소리가 걸음마다 함께하고,
지나가다 마주하는 작은 잎과 꽃들 위로
또르르-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의 싱그러움이
감성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린 모두 오늘도 끊임없이
살아가고 있구나. 이렇게 생명력을
가진 채 말이야.‘
라며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
4. 빗소리와 음악, 그리고
커피 한 잔이 주는 낭만.
[ ©여울LEE / 입술 사이로, 낭만 한 모금 ]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감상할 때.
빗소리와 음악이 내 마음과 감성의
지휘자가 되어 그 뒤를 따라가게 만든다.
거기에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여유 한 모금.
추억 한 모금.
입술 사이로 낭만을 넘기기 좋다.
.
:
[ ©여울LEE / Cafe Rollingpin ]
이번화에서는 ‘비가 내리는 날, 생각나는 것’에
대한 소소한 주제로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제가 떠올린 위의 네 가지 ‘감성적 낭만’
외에도 다양한 게 많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외에도
• 우산 쓰지 않고 비 맞아보기.
• 장화 신고 웅덩이에서 첨벙첨벙
물장구 즐겨보기.
• 빗소리 들으며 떠오른 소중한 대상에게
따뜻하게 전화해 보기
등과 같은 것들이 생각나네요.
이번화 주제에 쓰일 삽화들을 그리는 날들
중에도 비가 왔었는데, 빗소리 들으며
작업했던 그 순간이 행복의 잔상처럼
오래 남아 있을 듯해요. ʕ¨̮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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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비 오는 날’엔
어떤 게 떠오르나요?
다음화에서 또 아름답게 만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ˊॢo̶̶̷̤ .̫ o̴̶̷̤ˋॢ₎
[ 오늘의 삽화 ] Rainy Day_ 낭만의 날씨
/ 삽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 ˘ 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