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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려오는 _ 귀로

바닷속 한 마리의 정어리인 '대추' 이야기.

by 여울LEE


정어리는
저 통조림 속에

'정말' 들어가고 싶었을까?
/


[ ⓒ 여울LEE / 바다를 수놓는 힘찬 정어리떼 ]




"오늘은 물살 가르며 헤엄치기 딱 좋은 날이야!

자, 우리 같이 가자! 앞을 향해!"


정어리 가장 작고 귀엽지만, 모험심만큼은

굉장한 '대추'가 고요한 바다를 흔들어 깨우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때, 주변에 흩어져 있던 다른 정어리들이

순식간에 드넓은 바다를 꿀꺽! 하고

집어삼킬 듯. 거대 무리를 형성해 나갔다.


대추와 정어리들은 잔잔하지만 때론 거센

저 바다의 물결들을 힘차게 받아치며

이곳저곳, 온 세상을 향해 유영하기 시작했다.


정어리떼가 신나게 빠른 속도로 휘몰아칠 때마다,

바닷속엔 반짝이는 별들이 수놓아지는 것 같은

꽤나 매력적인 빛이 뿜어져 나왔다.


대추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가보는 거야!"



[ ⓒ 여울LEE / 가자! 앞으로. 행복이 밀려오는 바다 ]




[ ⓒ 여울LEE / 통조림과 마주한 정어리 '대추' ]



어느 부엌 식탁 위.

소금과 설탕이 담겨 있는 통들 옆엔

알록달록 예쁜 천과, 주방 용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바로

분홍색의 모서리가 둥근 '통조림'이었다.


정어리 대추는 그 공간 속에 함께 있었다.



그런데 그 통조림 옆퉁이엔 [ 정어리 집 ]이라는

이름표반듯하게 붙어 있었는데, 이를 바라보던

정어리 대추의 얼굴엔 알다가도 모를

오묘한 감정들이 교차되고 있었다.


"흠.."




[ ⓒ 여울LEE / Good Bye, 정어리 대추 ]




정어리 대추는 한 동안 통조림을 바라보다, 움직였다.


정어리떼들과 거대하게 무리 지어 다녔었던

웅장한 움직임과 달리,

작고 작은 저 움직임이 훨씬 가벼워 보이기도 했다.


대추의 힘에 의해 통조림의 뚜껑이 또깍, 하고

어렵지 않게 열렸다.


대추는 살짝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그래도, 난 괜찮아. 지나왔던 많은 날들이

유쾌했었고, 즐거웠으니까. 그거면 된 거야.

즐거운 인생이었어.'


대추는 아쉬움과 후련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정어리 대추의 몸은, 파도에 밀려 들어가 듯

통조림 속으로 향했고. 감긴 두 눈 위로

따뜻한 공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부엌엔 영롱한 햇살이 아늑하게

퍼져가던 순간이었다.




[ ⓒ 여울LEE / 바다처럼 맑았던, 푸른 날의 하늘 ]



/ 이번화에서는 정어리 '대추'에 우리의 삶을

빗대어 표현해 본 내용을 담아봤습니다.


정어리는, 오호츠크해를 포함한 태평양 서부에

분포하여 살고 있는 청어과의 작은 어류로


바닷속 포식자들로부터 생명을 지키고자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 때부터 정어리는 '증울' 혹은

'대추'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었기에

주인공 이름을 '대추'로 설정해 봤습니다.



어느 날, 샤워를 하다 무심코

'그 정어리들은 과연, 통조림 속에 순순히

들어가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포식자 중 강자들인 상어, 돌고래, 펭귄 등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떼를 지어 다니는 정어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니, 우리의 인생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답니다.


바다 위를 지배하는 포획자인 어부들에 의해

정어리들이 잡혀 올려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관계의 피라미드는 존재하니까요.


그 속에 굳건하게 살아 남고,

어느 정도의 기쁨과 행복도 누려보는 게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같이 자유롭다면 자유롭고,

갇혀 있었다면 갇혀 있었을

바닷속 세계의 정어리들이.


식탁 위 하나의 반찬으로 가기까지의 과정

어떤 것들이 담겨 있을 지에 대한

상상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본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정어리들은.


통조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을까요? ϲ( •ϲ̲̃ ̲̃• )ɔ ?




그럼, 다음화로 또 찾아오겠습니다. ⸜(*◉ ᴗ ◉)⸝


(요즘 바빠진 관계로,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던

유지의 목표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속상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업로드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꘠ ͜ゝ ͡꘠ ◇)







[ 오늘의 삽화 ] 밀려오는 _ 귀로

ⓒ 여울LEE



+ 그림 제작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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