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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맘 May 31. 2021

첫째 아이의 퇴행을 마주하다

우리 첫째는 5살이다. 아기 때 침을 많이 흘렸다. 어른들이 침 많은 아이는 건강한 거라고, 좋은 거라고 했다. 자라면서 침 흘리는 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적인 성장 발달을 보여주었다.


둘째는 지금 돌을 갓지나 두 살이다. 이 녀석도 언니랑 똑같이 침을 많이 흘리고 있다. 아토피가 있어서 침 때문에 턱에 트러블이 종종 생기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첫째의 성장 발달을 경험한 여유랄까. 역시 둘째는 발로 키운다는 말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둘째 육아는 첫째보다 훨씬 수월하지만, 둘을 함께 키운다는 건 처음 육아하는 그때보다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어렵다. 한 달 전쯤부터 큰 아이가 다시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작년까진 코로나 때문에 거의 가정 보육했다시피 해서 마스크를 장시간 쓰는 일은 잘 없었다. 올해 유치원에 본격적으로 등원하기 시작하면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마스크를 하지 않는 집에서도 침을 흘리는 게 자꾸 눈에 걸렸다. 평소에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도록 주의를 주는 정도로 지적을 했다. 그런데 며칠 전 유치원 선생님이 우리 아이가 침을 너무 많이 흘린다고 집에서도 그런지 여쭤보셨다. 선생님이 소아과 가서 한 번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셨다.


침 흘리던 과거가 있었지만, 3살 때부터 아이가 발음이 어떻게 이렇게 좋으냐는 칭찬도 많이 받아서 침을 많이 흘렸던 과거는 다 잊고 살고 있었는데.. 구강구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서둘러 소아과에 갔다.


진단은..

.

.

.

.

퇴행이었다. 입안에 아무 문제없고, 구조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 처방은 첫째 앞에서 둘째를 너무 예뻐하지 말고, 무조건 첫째가 최고다 해주라고 했다. 몸이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감사해야 했지만, 우리 아이의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은 내게 상처로 돌아왔다. 첫째 때도, 둘째 때도 나름 육아서를 읽어가며 최선을 다했다. 첫째 때 처음이라 육아서를 끼고 살았고, 지금은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첫째와 둘째에게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인지 공부하려 육아서를 꽤 읽었다. 나는 노력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속상했다. 아니 무엇이 잘못된 건진 어렴풋이, 어쩜 확실히 알기에 더 복잡한 심정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서운 엄마다. 아빠가 딸아이들에게 너그러워 나라도 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 양육방식이 우리 아이에게 상처가 되었나 싶어 많이 속상했다. 퇴행은 자라면서 흔히 겪는 일이라곤 하지만 퇴행이라는 진단을 받고 난 이후 둘째의 옷과 모자, 신발을 신으려는 첫째를 보며.. 동생이 언니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언니가 동생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본다는 게.. 내가 부족한 엄마라는 걸 끊임없이 되뇌게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는다. 아이의 아픔은 항상 엄마에겐 더 큰 아픔이다. 그 가해자가 엄마라는 사실이 더욱 나를 아프게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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