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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맘 Jun 07. 2021

흔해빠진 워킹맘의 퇴사 고민

나는 오늘도 퇴사를 고민한다

오늘로 복직 3주 차다. 복직한 지 얼마 되었다고 나는 오늘도 퇴사를 고민한다.


사실.. 퇴사 고민이야 뭐 솔직히 이야기하면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입 땐 상상하던 사회생활, 직장생활과 괴리가 너무 커 퇴사를 고민했고, 못다 이룬 내 꿈을 위해 퇴사를 고민했다. 대리 땐 남녀평등을 외치며 불평등한 승진에 분노해 퇴사를 고민했다. 과장이 되고선 팀장의 무리한 실적 압박에 퇴사를 고민했다. 직장인이라면 뭐 퇴사 고민 한 번 안 해본 사람 없을 테고, 사직서 품에 한 번 품어보지 않은 사람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절의 퇴사 고민은 지금 생각하니 사치였던 것 같다.


첫째 육아휴직 후 처음 워킹맘으로 복직했을 때 힘들었다. 나도 힘들었고, 우리 신랑도 힘들었고, 우리 딸을 봐주시던 시어머니도 힘드셨다. 그래서 이번 퇴사 고민은 복직하기도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두 명이나 되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우리 부부 모두 늦게 결혼한 탓에 양가 부모님 모두 연로하시다. 나는 집에서 막내, 우리 신랑은 장남이다 보니 그나마 시어머니가 젊으신 편이지만 그래도 70세를 향해가신다. 


시어머니는 이미 두 손 두 발 다 드신 상태고 

"너희가 알아서 해라. 나는 이번에는 못 봐주시겠다." 

하셨다. 친정 부모님은 거리도 좀 떨어져 살지만, 친정 오빠네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신다.  게다가 새언니가 곧 셋째까지 출산할 예정이라.. 나까지 보탤 수도 없는 형편이다. 애당초 나의 휴직이 끝나면 신랑이 바통을 넘겨받아 휴직을 할 계획이었지만 여러 가지로 당장 휴직을 할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에

"그냥 내가 회사 그만둘까..?!"

답 없는, 아니 답정인 의미 없는, 고민도 아닌 고민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도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복직을 하게 되었다. 정말 감사했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니 아동 학대 뉴스란 뉴스는 내 눈에 다 띄어 차마 그러기가 힘들었는데 시어머니가 봐주신다니 너무 감사했다. 첫째 4:30 하원 후 둘째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와서 5시부터 내가 퇴근해 오는 6:30까지 어머니가 봐주시기로 했다. 첫째 때보다 용돈도 대폭 인상해드렸다. 정말 감사한 마음을 그리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복직 3주 차인데.. 시어머님이 힘들다 하셨다. 아..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짜 내가 회사를 그만 둘 수는 없는데.. 시어머님 컨디션이 행여라도 좀 나빠질까 노심초사했고, 나는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시어머님의 눈치를 봐야 했다. 우리 집엔 TV가 없다. 당연히 밥 먹을 때 스마트폰 등으로 유튜브 보여주는 일도 없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첫째 밥 먹일 때 유튜브를 보여주신다는 말씀에 내 마음속에도 속상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물론 철저히 을인 내가 보여주지 말라 말씀드리지도 못한다. 당연히 그런 부탁은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그러려면 내가 키워야지 왜 맡기냐는 정답을 나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너무 속상한 어느 날 책을 읽는데 뇌과학 이야기가 나온다. 빠른 영상을 볼 때 아이들의 뇌 활동은 오히려 느려진다고. 


'내가 그냥 회사 그만둬버릴까..!!!'


오늘도 나는 흔해빠진 워킹맘의 퇴사 고민을, 이미 답정인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매 순간 퇴사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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