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워킹맘의 퇴사 고민 2
나는 오늘도 흔해빠진 워킹맘의 퇴사 고민을 시리즈로 하는 중이다.
양육을 도와주시는 시어머님께 섭섭해한 벌일까? 속상한 마음이 절정에 달했던 그때, 아이들의 등원을 책임지고 있는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둘째의 주민등록번호를 물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바쁘다고 나중에 이야기해준다고 했다. 평소에도 행정업무나 아이들 은행업무, 보험 관련 등으로 가끔 이런 식의 전화를 받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했다. 그런데 느낌이 싸.. 했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엄마의 예감이 발동하여 다시 신랑에게 전화를 했다. 병원이라고 했다. 등원시키며 둘째를 차에 태우다가 차 문에 부딪혀서 둘째 눈두덩이가 찢어져서 병원에 왔다고 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아.. 진짜 너무너무 속상했다. 그날 아침까지 시어머님에게 속상해했던 나의 심보에
'거봐라, 부모라고 뭐 그리 특출 나게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라며 꾸짖는 것 같았다.
하.. 어떻게 된 건지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신랑이 병원에 데려가느라 출근하지 못해서 반차를 냈다고 했다. 휴가가 귀한 맞벌이 부부가 동시에 휴가를 쓰는 건 아니라며 걱정 말라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다. 찢어진 부위는 상처를 꿰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그 조그만 아이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고 부분마취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니.. 그럼 상처를 꿰매고 나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마취까지 한 아이를..?! 결국 나도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내가 갔을 때 막 처치가 끝났다며 방에 들어가 보라고 해서 갔더니 병원 베드의 반도 안 차는 조그마한 우리 딸이 축 늘어진 채 꼼짝도 않고 자고 있었다. 눈두덩이는 부어 반창고를 붙인 채로. 그때의 그 강렬한 이미지는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눈물이 핑 돌았고 간호사들이 '많이 놀라셨죠?' 하며 조심스레 위로해주었다.
남편은 본인의 실수로 이런 일이 생겨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이런 양반이 나에게 말도 안 하고 혼자 다 알아서 하려고 했다니.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땐 사실 화가 났다. 그런데 병원에서 불안한 게 서성이고 있는 신랑과 우리 둘째의 모습을 보고 나니.. 이 사람이 무슨 죄냐 싶었다. 직장이 더 가깝다는 이유로 두 아이의 등원을 신랑이 책임지고 있는데,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다 하느라 얼마나 고생하는지 다 안다. 그날따라 비가 왔고, 시간에 쫓기며 두 아이를 챙기느라 얼마나 정신없었을까. 신랑에게 고생하는 거 다 안다며,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흉 안 지게 잘 관리해주자고 했다.
잠들어 축 처진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랑은 출근했고 내가 집에서 둘째를 봤다. 한 3시간쯤 지났을까. 잠에서 깬 둘째가 일어서려다 넘어지고, 앉아있다가도 넘어졌다. 수면유도제때문에 24시간은 아이가 어지러울 거라 했다. 이런 애를 어린이집에 보내겠다고 생각하다니. 속상해서 또 울컥 눈물이 났다.
상처가 아물기 전 15일간은 운동, 활동 절대 금지, 땀, 물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세수는 물론이고 머리도 15일간 감기지 말라고 했다. 어린이집 보내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2주간 휴가 내기는 더 힘들 것 같다. 시어머니도 다음 주 코로나 백신 접종 예정이어서 컨디션 최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부탁하기 힘들 것 같다. 복직한 지 얼마 되었다고 계속 휴가 쓰기가 눈치 보이지만 계속 병원에 가야 하고 실밥을 풀기 전 일주일 동안은 신랑과 둘이서 휴가를 내서 어찌어찌 집에서 돌보기로 했다.
지금도 꿰매기 전 우리 아이 상처 난 사진을 보면 속상하다.
'정말 내가 회사를 관둬야 하나......'
나는 오늘도 흔해빠진 워킹맘의 퇴사 고민을 한다.
퇴사를 할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은 1. 집안이 빵빵하거나 2. 특출 난 능력을 갖추어 내 맘대로 이직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나 이도 저도 아니면 3.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 부류 중 첫 번째 두 번째는 이번 생에선 힘들 것 같고 그나마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용기 있는 자인데.. 그러기엔.. 난 너무 쫄보다.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부류다.
워킹맘의 퇴사 위기가 가장 큰 때가 아이가 아플 때다.
"애들은 다 다치면서 크는 거다."
뻔한 위로에 기대 오늘도 워킹맘의 퇴사 고민은 정해진 답대로, '이 또한 지나가리' 라며 스스로 다독이며 왠지 서글픈 결론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