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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맘 Jun 10. 2021

워킹맘은 언제 퇴사를 꿈꾸는가

흔해빠진 워킹맘의 퇴사 고민 2

나는 오늘도 흔해빠진 워킹맘의 퇴사 고민을 시리즈로 는 중이다.


양육을 도와주시는 시어머님께 섭섭해한 벌일까? 속상한 마음이 절정에 달했던 그때, 아이들의 등원을 책임지고 있는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둘째의 주민등록번호를 물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바쁘다고 나중에 이야기해준다고 했다. 평소에도 행정업무나 아이들 은행업무, 보험 관련 등으로 가끔 이런 식의 전화를 받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했다. 그런데 느낌이 싸.. 했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엄마의 예감이 발동하여 다시 신랑에게 전화를 했다. 병원이라고 했다. 등원시키며 둘째를 차에 태우다가 차 문에 부딪혀서 둘째 눈두덩이가 찢어져서 병원에 왔다고 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아.. 진짜 너무너무 속상했다. 그날 아침까지 시어머님에게 속상해했던 나의 심보에

'거봐라, 부모라고  그리 특출 나게  키울  있을  같아?'

라며 꾸짖는 것 같았다.


.. 어떻게  건지 병원에 가봐야   같았다. 그러나 신랑이 병원에 데려가느라 출근하지 못해서 반차를 냈다고 했다. 휴가가 귀한 맞벌이 부부가 동시에 휴가를 쓰는  아니라며 걱정 말라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다. 찢어진 부위는 상처를 꿰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조그만 아이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고 부분마취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니.. 그럼 상처를 꿰매고 나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마취까지  아이를..?! 결국 나도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내가 갔을   처치가 끝났다며 방에 들어가 보라고 해서 갔더니 병원 베드의 반도  차는 조그마한 우리 딸이  늘어진  꼼짝도 않고 자고 있었다. 눈두덩이는 부어 반창고를 붙인 채로. 그때의  강렬한 이미지는 평생  잊을  같다. 눈물이  돌았고 간호사들이 '많이 놀라셨죠?' 하며 조심스레 위로해주었다.


남편은 본인의 실수로 이런 일이 생겨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이런 양반이 나에게 말도 안 하고 혼자 다 알아서 하려고 했다니.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땐 사실 화가 났다. 그런데 병원에서 불안한 게 서성이고 있는 신랑과 우리 둘째의 모습을 보고 나니.. 이 사람이 무슨 죄냐 싶었다. 직장이 더 가깝다는 이유로 두 아이의 등원을 신랑이 책임지고 있는데,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다 하느라 얼마나 고생하는지 다 안다. 그날따라 비가 왔고, 시간에 쫓기며 두 아이를 챙기느라 얼마나 정신없었을까. 신랑에게 고생하는 거 다 안다며,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흉 안 지게 잘 관리해주자고 했다.


잠들어 축 처진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랑은 출근했고 내가 집에서 둘째를 봤다. 한 3시간쯤 지났을까. 잠에서 깬 둘째가 일어서려다 넘어지고, 앉아있다가도 넘어졌다. 수면유도제때문에 24시간은 아이가 어지러울 거라 했다. 이런 애를 어린이집에 보내겠다고 생각하다니. 속상해서 또 울컥 눈물이 났다.


상처가 아물기 전 15일간은 운동, 활동 절대 금지, 땀, 물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세수는 물론이고 머리도 15일간 감기지 말라고 했다. 어린이집 보내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2주간 휴가 내기는 더 힘들 것 같다. 시어머니도 다음 주 코로나 백신 접종 예정이어서 컨디션 최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부탁하기 힘들 것 같다. 복직한 지 얼마 되었다고 계속 휴가 쓰기가 눈치 보이지만 계속 병원에 가야 하고 실밥을 풀기 전 일주일 동안은 신랑과 둘이서 휴가를 내서 어찌어찌 집에서 돌보기로 했다.



지금도 꿰매기 전 우리 아이 상처 난 사진을 보면 속상하다.


'정말 내가 회사를 관둬야 하나......'


나는 오늘도 흔해빠진 워킹맘의 퇴사 고민을 한다.


퇴사를   있는 종류의 사람은 1. 집안이 빵빵하거나 2. 특출  능력을 갖추어  맘대로 이직할  있는 능력자들이나 이도 저도 아니면 3. 용기 있는 사람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지 부류   번째  번째는 이번 생에선 힘들  같고 그나마 도전할  있는 영역이 용기 있는 자인데.. 그러기엔..  너무 쫄보다.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부류다.


워킹맘의 퇴사 위기가 가장 큰 때가 아이가 아플 때다.


"애들은 다 다치면서 크는 거다."


뻔한 위로에 기대 오늘도 워킹맘의 퇴사 고민은 정해진 답대로, '이 또한 지나가리' 라며 스스로 다독이며 왠지 서글픈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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