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평소 외모에 관심이 많다. 물론 예쁘거나 멋져서가 아니라 워낙 꾸밀 줄 몰라서 정말 예쁘고, 잘 생기게, 멋지게 해 다녀야 하나?라는 의구심에 비롯된 관심이다. 그래서 '왜 얼굴에 혹할까?'라는 책 제목에 끌렸다. 얼굴은 중요하지 않다는 답을 기대하며 읽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당연히 예쁘고, 잘 생기고, 멋진 사람을 보면 나도 기분 좋고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뭐 이런 답을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한 결론보다 내 눈길을 끄는 다른 소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마스크가 매력도를 상승시킨다'
라는 주제였다. 마스크.. 이 애증의 마스크가 매력도를 상승시키기도 한다고?
그동안은 사실 마스크의 부정적인 부분만 많이 보았었다.
피부 트러블.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저해한다.
청소년기 교우관계, 정서적 유대관계 등에 부정적이다.
한 여름에 이 놈의 마스크 때문에 더워 죽겠네... 등등..
이런 나였는데 의외로 '마스크가 매력도를 상승시킨다'는 글에 극 공감을 했다.
작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42세의 나이로 조산의 위험을 관리해가며 임신, 출산의 경험을 했던 나는 출산 전부터 온 몸이 부어있는 상태였다. 출산 전 근 3개월을 병원에 입원해 수액 등을 맞으며 폐부종까지 왔었으니 말이다. 첫째 때와 달리 출산 후에도 붓기가 빠지 않았고, 특히 드러나는 얼굴은 푸석함 그 자체였다. 그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지만 마스크가 있어 오히려 다행이었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나 진짜 출산하고 망가져서 자존감 바닥인데 그나마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다닐 수 있어 밖에 나갔다 '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렇게 휴직 기간을 보내고 회사로 복귀하기 전 걱정이 태산이었다. 망가진 몸매와, 피부 등.. 회사에선 다들 잘 나가는 워킹맘들 뿐인데 어쩌나 근심이 날로 깊어갔다. 그런데 웬걸..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상황이니 몸매만 옷으로 잘 커버하면 된다 싶었다. 왠지 자신감이 업되었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니 용감해졌다고나 할까? 가려서 용감해진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마스크의 반듯함, 대칭성이 매력도를 올린다고 했다. 오호라.. 가려서 용감해진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마스크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나는 얼굴에서 팔자주름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는데 마스크로 다 가리니 내 기준에서는 정말로 마스크가 매력도를 상승시킨다는 이야기가 딱 들어맞았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개그우먼 오나미가 마스크 모델로 나선 브랜드가 있던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오나미를 못 알아봤다. 정말로 마스크가 매력도를 상승시킨다는 말.. 적어도 나와 오나미 님의 경우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얼굴은.. 마스크를 벗는 게 훨씬 이쁜데.. 언제쯤 이 마스크 없이 예쁜 얼굴 그대로 사진에 맘껏 담을 수 있으려나.. 조금 속상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