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같은 추운 곳에도
꽃은 피어난다.
다만 피어나면 안 되는 꽃이
한 송이 피어났을 뿐이다.
노란색 해바라기는
흰 도화지 같은 그린란드에
한 점의 발랄함과 생기를 부여했다.
생기가 없고,
차갑기만 한 그곳에
생기가 돋아났다.
해바라기는 그 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햇살의 시작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따뜻함을 알고
따뜻함을 찾으며
따뜻함을 바라본다.
해바라기는 해가 지는 밤에도
해가 떠 있던 곳을 응시했다.
밤이 아무리 길어져도
해바라기는 같은 곳을 응시하며
해가 뜨길 기다린다.
하지만 그린란드에는
극야가 찾아왔다.
그곳에서 해바라기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는 뜨지 않았고
해바라기는 점점 죽어가고 있다.
기다림은
해바라기에게 죽음이었다.
더 이상 해를 바라볼 수 없는 해바라기는
목적을 잃고, 희망을 잃은 채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해바라기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똑같은 해바라기를 심어주는 것.
그저 같은 처지의 당신을
보여주는 것.
해바라기는 그 모습으로
위로를 받으리라.
그렇기에 나는 해바라기를 심는다.
흰색의 도화지를
꽉 채운 노란색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난다.
해바라기는 이제
해를 찾지 않는다.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하늘을 바라보지도,
고개를 떨구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를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그저 아름다워서,
나는 극야가 끝나지 않길 바란다.
자신을 보게 된 해바라기는
비로소 아름답게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