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해바라기

by 안강

그린란드 같은 추운 곳에도

꽃은 피어난다.

다만 피어나면 안 되는 꽃이

한 송이 피어났을 뿐이다.

노란색 해바라기는

흰 도화지 같은 그린란드에

한 점의 발랄함과 생기를 부여했다.

생기가 없고,

차갑기만 한 그곳에

생기가 돋아났다.

해바라기는 그 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햇살의 시작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따뜻함을 알고

따뜻함을 찾으며

따뜻함을 바라본다.

해바라기는 해가 지는 밤에도

해가 떠 있던 곳을 응시했다.

밤이 아무리 길어져도

해바라기는 같은 곳을 응시하며

해가 뜨길 기다린다.

하지만 그린란드에는

극야가 찾아왔다.​

그곳에서 해바라기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는 뜨지 않았고

해바라기는 점점 죽어가고 있다.

기다림은

해바라기에게 죽음이었다.

더 이상 해를 바라볼 수 없는 해바라기는

목적을 잃고, 희망을 잃은 채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해바라기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똑같은 해바라기를 심어주는 것.

그저 같은 처지의 당신을

보여주는 것.

해바라기는 그 모습으로

위로를 받으리라.

그렇기에 나는 해바라기를 심는다.

흰색의 도화지를

꽉 채운 노란색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난다.

해바라기는 이제

해를 찾지 않는다.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하늘을 바라보지도,

고개를 떨구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를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그저 아름다워서,

나는 극야가 끝나지 않길 바란다.


자신을 보게 된 해바라기는

비로소 아름답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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