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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란 Jan 04. 2020

문득, 떠오른다면 퍼뜩! 전해보세요

당신의 그 한마디가 상대에게 어떤 온도로 닿을지, 모르는 거잖아요?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니라····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니라, 직장인들은 회사에 가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야하는 그냥 평일일 뿐이며, 25일은 내 생일도 아니니 들뜰 필요가 없다····고 아침부터 되뇌며 도서관에 왔건만. 해가 저무니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사람들을 보며 씁쓸해지는 건 역시 어쩔 수가 없는 건가.

저녁시간이 되자 도서관은 눈에 띄게 휑해졌고, 그와 함께 내 집중력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초콜릿과 커피로 회복이 불가하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얼른 가방을 챙겼다.

그래, 하숙집에 가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 보면 금세 엔도르핀이 돌 거야!      


개뿔.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불은 모두 꺼져있고 방바닥엔 냉기가 돌았다. 들리는 거라곤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단란한 웃음소리뿐이었다. 쓸쓸하다 못해 허한 느낌이 들었다. 배도 안 고픈데 괜시리 냉장고 문을 열고 있다 터덜터덜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엇. 책상 위에 반투명한 종이로 싸인 어떤 물체와 작은 쪽지가 놓여있었다.  


청포도탕후루와 포스트잇

힘들 때는 단거지. 언니 생각나서 언니 것도 사왔당, 맛있게 먹어!!


종이 안에는 반짝이는 연둣빛 청포도탕후루가 들어있었다.


순간, 축축하게 늘어져있던 마음이 세탁방 대형 건조기에서 막 꺼낸 극세사 이불의 결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를 떠올려줘서 고마웠다. 무엇보다 그 마음을, ‘됐어, 뭘 또.’하는 생각 속에 묻어두지 않아서, ‘그냥 다음기회에’ 라는 말과 함께 스쳐지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줘서, 고마웠다.

       

그 아이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자기 몫을 사다가 같은 룸을 쓰는 내 생각에 하나 더 사온 것뿐일 테지만. 그 작은 온기에 지나지 않았던 다정이, 내게는 유독 축축했던 하루를 한순간에 데울 수 있을 만큼의 온도로 전해졌다.       


한 뼘만큼의 다정

그 온기로 말미암아 나는 내가 전할 수 있었던, 그러나 멋쩍음과 귀찮음 사이에서 주저하다 그저 흘려보낸 나의 다정들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오랜 시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보내려고 했던, 그러나 끝내 미뤄버린 안부들, 긴 터널을 걷고 있을 이들에게 더하고자 했던 격려와 위로, 더없이 고마웠던 또는 미안했던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었던 나의 진심어린 애정.

짤막한 메시지와 댓글을 남기려다 이내 지워버린 순간들이 떠올랐다. 보내지 못한 게 아니라, ‘전송하지 않기로 택했던’ 순간들.


그때 그냥 보낼 걸. 낯간지러운 게 뭐 대수라고.

나의 별 것 아닌, 한 뼘만큼의 다정이 누군가에겐 커다란 일렁임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아이의 해맑은 탕후루와 쪽지가, 내게 이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을 준 것처럼.     


그래서 새해다짐은

그런 의미에서, 아무래도 나의 새해 첫 다짐은 ‘문득 누군가가 딱! 떠오른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 순간 바로! 내 마음을 전해보는’ 걸로 하는 게 좋겠다.


‘갑자기 네가 생각났어,’

‘잘 지내?’

‘요새 많이 보고 싶고 그립다.’

‘응원하고 있어,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이번엔 쑥스러움과 귀찮음이 몰려오기 전에 얼른 전송해버려야지(!)

나의, 그리고 당신의 그 한마디가 상대에게 어떤 온도로 닿을지,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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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실행력이 쩌는#인간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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