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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란 Jul 25. 2022

구독자 300명의 의미

“구독자가 300명을 돌파하셨습니다.”


“구독자가 300명을 돌파하셨습니다.”

브런치 알림에 구독자가 300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떴다. 300명. 누군가에겐 작은 숫자이겠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왜냐하면 나는 구독자 300을 목표로 잡고 브런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22일 오후 3시 28분은 3년간 품고 있던 나의 목표가 이루어진 순간이다. 짜릿하다.


구독자를 300명 모으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꼬박 3년이 걸렸다. 아니, 브런치는 시작하는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심사를 거쳐 브런치 작가로 한 번 만에 통과되었으나, 글을 올릴 때마다 반응이 영 시큰둥했다. 매번 다섯 개 이하의 ‘좋아요’를 받을 때면, 도대체 이럴 거면 왜 글을 쓰는 걸까, 왜 나는 아무도 읽지 않는 글에 이렇게 커다란 진심과 시간을 쏟는 걸까, 엄청난 회의감이 몰려왔다. 그 회의감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나의 손가락을 무겁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되는 건 포기할 수 없는 나의 꿈이었고, 글을 쓰는 건 나의 정체성과 삶의 일부였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반응이 있든 없든, 좋아요 수가 많든 적든 그저 ‘쓰는 행위’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 남들이 뭐라던 간에, 회의감이 몰려오든 어떻든 간에 내 안의 부정적인 느낌과 생각들을 모두 무시하고, 그저 일주일에 한편씩 글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자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내 글이 브런치 메인에 걸리는 수가 점점 늘어났고, 그에 따라 구독자수도 점차 늘었다. 글을 책으로 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며, 나는 그렇게 출간에까지 성공했다.(나는 작년 10월, <“힘내”를 대신할 말을 찾았다>를 출간했다. 많관부)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목표했던 수치도 달성했다.


글을 쓰면서 엄청난 회의감과 좌절감에 허덕일 때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그 몇 안 되는 ‘좋아요’가, 댓글이, 구독자가 나를 포기하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게 만들었다. 브런치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브런치에게 감사하다. 이런 플랫폼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렇게까지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임이 분명하므로.



누군가에겐 300이라는 숫자가 코웃음을 칠만큼 작고 귀여운 숫자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3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담겨진 숫자다. 손가락을 짓누르는 회의감과 무력감을 이겨낸 숫자다. 글을 올릴 때마다 마음을 졸이고, 기뻐하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자부심을 느꼈다 다시 바닥에 내팽겨 쳐버린 기억들이 담긴 숫자다. 나의 좌절과 근심과 기쁨과 애환이 담긴 숫자다. 300명의 마음이 담긴 숫자다. 300명이 ‘좋음의 흔적’을 남긴 숫자다. 300명은 내게 그런 숫자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 300명의 마음을 동력으로 삼아 글을 적는다.

적고 적고 또 적어서 다시 구독자를 늘리고, 글을 쌓고, 언젠가는 책으로 또 엮어내야지

그래서 브런치를 사랑하다가, 미워하고, 또 사랑하다가 미워하고, 또 사랑해야지. 

그렇게 나는 애정하는 구독자님들과 함께 브런치에 오래도록 남아 평생 글을 쓸 궁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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