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다 미쓰요(角田光代) / 번역 레이리
제 4화 택시기사 이야기
영업장에 차를 갖다 놓은 시각이 오전 7시다. 하늘을 덮고 있는 진한 감색 빛이 꽤 엷어져 있었다. 동쪽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있다. 이제 곧 빌딩 뒤에서부터 태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미 윤곽을 드러내며 빛나고 있는 고층빌딩 숲을 보며 노자키 요스케는 영업장 뒷골목을 걷는다. 아직 어슴푸레한 골목길에 음식점 간판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도와다야. 이 시간에 사람이 별로 없는 음식점은 이 부근에선 이 곳 밖에 없다.
정갈한 하얀 천을 열고 들어가 미닫이문을 연다. 작업복 차림의 인부들 몇 명이 띄엄띄엄 자리에 앉아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요스케는 늘 앉는 자리-벽 쪽 2인용 테이블에 앉아 옆의 빈 테이블에 놓여 있는 조간신문에 손을 뻗는다. "아침 정식이죠?"카운터에서 삼각두건을 두른 사나다 하루카가 나오며 묻는다. "응. 나물무침도 줘" 요스케는 신문을 넘기면서 대답했다. "아침 정식 하나에 나물무침"이라고 주방을 향해 말하는 하루카의 목소리를 듣는다. 하루카는 주문을 받아도 안 쪽에는 들어가지 않고 요스케의 테이블을 행주로 닦으며 묻는다. "노자키 씨 설날에 집에 내려가셨어요?"
"새해가 돼서야 내려갔다 왔어. 빈둥빈둥 쉬다 왔지 뭐. 하루카는? 세뱃돈 아직 받나?"
"아~아저씨 이 나이에 받을 리 없잖아요. 그리고 매번 내려가지도 않아요~"
"왜.. 가끔씩 내려가야 부모님도 안 서운하시지"
하루카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작업복 차림의 인부들이 일어서는 것을 보고 계산대로 향했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녀의 밝은 목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 퍼진다.
그전까지 일했던 공장이 불경기 영향으로 폐쇄돼 재취직할 곳을 못 찾아 도쿄에 왔던 때가 5년 전, 요스케가 32세 때였다. 대학 때는 도쿄에서 하숙을 했기 때문에 뭐가 뭔지 전혀 모르진 않았지만 18살 때 상경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막막했다. 직장을 잃은 충격에서 미처 벗어나기도 전이고 처자식과는 생이별했고 게다가 도쿄는 10년 전과는 많은 것이 변해 마치 모르는 동네 같았다.
택시회사에 취직해 한숨 돌린 것도 잠시, 도쿄 지리를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학생 때 걸어 다니던 도쿄와 차에 사람을 태워 다니는 도쿄는 마치 다른 나라인 것 마냥 달랐다. 긴자의 와코라면 알겠지만 '가스홀까지 가 주세요'라고 말해도 바로 잘 떠오르지 않았다. 장소를 알아도 일방통행길을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세타가야구의 복잡한 모퉁이 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적도 있다. 손님이 화내고 기막혀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먼 곳을 가려는 손님이 말하는 곳이 어딘지 몰랐을 때 "모르면 됐어요"라며 다른 택시로 갈아타는 손님이 있는 날에는 억울함을 넘어 자신이 너무 한심해 울고 싶어 졌다. 이틀 연속 휴일이면 나가노에 있는 집으로 당장 달려가고픈 마음을 참고 하숙집인 연립주택에서 도쿄 지도를 보며 지냈다.
영업장 뒷 쪽에 있는 도와다야에는 그때부터 자주 오기 시작했다. 선배 운전사들이 알려 준 가게였는데 학생 때 자주 갔던 음식점 같아서 편했다. 저렴한 가격에 맛도 썩 괜찮았고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열었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한 뒤 아침밥을 먹고 하루 쉬고 그 날 저녁을 먹으러 다시 온 적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나다 하루카는 도와다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당시 20세의 대학생으로 상경한 지 2년밖에 안 된 하루카는 주문 실수를 하고 식기를 떨어뜨리며 실수 투성이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요스케는 하루카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곤 했다.
하루카가 가게 주인에게 혼나면 요스케도 풀이 죽었고 하루카가 주문받은 음식을 테이블에 갖다 놓을 때는 행여나 떨어뜨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주인에게 혼난 하루카가 뚱한 표정으로 고객을 대하면 불안했고 어서 오세요라고 웃어 보일 때는 요스케의 입 언저리에도 미소가 번졌다.
어느새 도와다야에서 하루카의 모습을 보는 것이 요스케의 일과가 되고 말았다. 일을 마치고 그곳에서 밥 먹을 생각을 하면 심야 일도 고되지 않았다. 잦은 실수에 힘이 빠질 때는 자신도 모르게 하루카를 떠올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시 힘낼 수 있었다.
딱 한 번 요스케는 하루카와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자신처럼 하루카도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종종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하루카가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축하선물로 영화를 보여준다고 한 것이다. 긴자에서 시사회를 본 뒤 무엇을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 요스케에게 하루카가 "신바시에 싸고 맛있는 튀김 꼬치집이 있어요"라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인파를 이리저리 피하며 도쿄 거리를 걸어가는 하루카의 뒷모습을 요스케는 대견하고도 멋쩍은 기분으로 바라봤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라고 하루카가 아침 정식이 든 쟁반을 들고 온다.
그리고 "노자키 씨 또 시즈오카까지 갔다 오신 거 아니에요?"라고 히죽히죽 웃으며 말한다.
언제였던가 사가미하라까지 가 달라는 손님을 태운 적이 있는데 손님이 그만 잠들어 버려 고속도로에서 빠지는 곳을 몰라 시즈오카까지 간 일을 하루카에게 재밌고 우스운 얘기 삼아한 적이 있다. 그 일로 힘 빠져있었는데 그렇게 얘기해버리고 나니 웃으며 얘기할 수 있었다. 그 일을 하루카는 잊지 않고 이렇게 종종 요스케를 놀리곤 한다.
"나처럼 베테랑 운전사가 그럴 리가 있을 리 있나. 하루카야말로 이따 접시 또 깨는 거 아니야?"
아하하 라며 기분 좋게 웃으며 하루카는 빈 테이블의 식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해도 하루카는 여전히 도와다야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다.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전까지 아르바이트 생활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건 하루카가 데리고 간 튀김 꼬치집에서였다.
식기들을 포개어서 주방에 가지고 가는 하루카를 보며 요스케는 또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할까라며 생각한다. 하루카에 대한 마음이 부인에게 양심에 켕기는 것이 절대 아님을 요스케는 알고 있다. 형제라고 할까 부모 자식이라고 할까 아니, 그보다는 그래, 전우 같은 느낌이다. 딱 들어맞는 표현을 찾은 것에 안심이 된 요스케는 나무젓가락을 두 개로 나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번에는 내가 맛있는 음식점에 데려가야지. 요스케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시작한다. 그 날의 하루카처럼 북적대는 도쿄의 골목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