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다 미쓰요(角田光代) / 번역 레이리
-2화에 등장했던 사만사(다나카 카즈요)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병원을 나서는 순간 때때로 그 감정은 찾아온다. 버스정류장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걸어가는 동안 타나카 카즈요의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JR역으로 향하는 버스는 이미 정차해 있는데 카즈요는 답답한 마음에 그만 벤치에 걸터앉고 만다.
날씨는 화창하고 눈 앞에 놓인 큰 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꾸며져 있다. 골절상을 입으신 시어머니는 차도를 보이고 계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설날에는 일시 귀가도 가능하다고 한다. 사회인 특별전형으로 들어간 대학은 겨울방학이고 숙제하느라 쩔쩔맬 일도 없다. 마음이 가벼워야 할 텐데 오늘도 어김없이 병원을 나서는 카즈요는 울고 싶어 졌다.
이건 아닌데... 병원을 나서며 때때로 카즈요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러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닌데.. 귀가가 늦은 남편을 기다리고 아이의 알레르기를 걱정하고 입원한 시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어른이 된 게 아닌데... 성가시고 귀찮은 일들이 자신에게만 쏟아지는 것 같았고 그런 자신이 모두와 저 멀리 떨어져 철저하게 혼자가 된 듯한 기분이 항상 든다. 그런 답답한 기분에 걷는 것도 버스에 타는 것도 다 귀찮아졌다.
버스가 출발한다. 휠체어에 탄 젊은 남자가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의 오른쪽 다리 깁스에는 친구들이 갖가지 색상의 펜으로 써 준 듯한 글들로 가득했다. 카즈요는 빨랫감이 든 종이백을 들고 일어서 버스정류장 앞 택시정류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택시에 타 JR역까지 가 달라고 말한다. 택시는 달리기 시작한다. 카즈요는 창문에 이마를 댄 채 멍하니 바깥 풍경을 봤다. 겨울 햇살에 건물과 도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사실은 그렇게 괴롭지 않다. 2개월만 지나면 남편은 지금보다 빨리 집에 들어올 것이고 그때쯤이면 시어머니도 퇴원하실 것이다. 아이들의 알레르기 대응책에 열심인 유치원도 찾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도 그토록 바랐던 대학에 다니고 있다.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분을 내려고 하는데 왠지 모르게 코 끝이 찡하다. 코를 훌쩍이자 눈물이 오른쪽 뺨을 타고 살짝 흘러내린다. 카즈요는 얼른 티슈를 꺼내 눈물을 쓱쓱 닦으며 코를 푼다.
그때 지금껏 아무 말도 않던 운전사가 "아... 중앙차선은 꽤 막히네.. 손님 좀 구불구불한 길로 달리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말을 건넨다. 카즈요는 "네.."라며 짧게 대답하고 택시는 큰길을 벗어나 주택가의 좁은 길을 달린다.
"손님 괜찮으시면 이거 드세요" 능숙하게 핸들을 잡은 운전사는 대시보드에서 사탕이 든 봉지를 꺼내 사탕을 한 움큼 쥐어 어깨너머로 내민다. 카즈요가 손을 내밀자 운전사의 손에서 사탕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런 길은 내비게이션은 알려주지 않아요. 요즘에 내비게이션을 단 사람이 꽤 있는데 어차피 마찬가지예요. 내비게이션은 정확한데 큰 길이 밀리면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요. 기계는 상황 대처가 안 되니 원" 갑자기 운전사가 줄줄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도 택시 처음 시작했을 땐 도쿄 길을 몰라 손님들에게 폐만 끼쳤는데 지금은 뭐 틀림없어요. 버스보다 빨리 역에 도착하겠습니다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갑자기 말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운전사를 보며 카즈요는 생각했다.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타는 손님들은 정말 다양하겠구나. 불치병에 걸린 가족이 있어 택시 안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겠지. 눈물을 닦으며 코를 푼 나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한 명이겠거니 오해하고 계시는구나..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운전사에게 "아니에요"라고 말해주고 싶어 졌다. 아니에요. 시어머니가 골절상을 입으셔서 입원한 것뿐이에요. 설날에는 집에 오실 수 있고 2월에는 퇴원하세요"라고 말하며 운전사를 안심시켜 주고 싶어 졌다. 그러나 카즈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운전사의 얘기를 들으며 운전사에게 받은 사탕을 내려다봤다.
그는 "나가노 구두 공장에서 일했었는데 공장이 망해서요,, 어린 자식들도 있고 해서 용기 내서 혼자 여기 와서 택시일을 하게 됐죠. 나와서 돈 버는 거죠. 처음엔 길도 모르고 해서 손님들이 화도 많이 내고 꾸중도 많이 들으면서 자신이 너무 한심해 운 적도 많은데 다 어떻게든 되게 마련이더라고요. 어떻게든 다 잘 되더라고요"
카즈요는 고개를 들어 앞 미러로 운전사의 얼굴을 본다. 아직 젊은 남자였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거나 적어 보였다. 그의 귀 가장자리가 빨개져 있었다. 위로해주려고 노력하고 계시는구나 라고 카즈요는 생각한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운전사의 엉뚱하면서도 밝은 목소리에 카즈요는 어린애처럼 기대고 싶어 졌다. 남편이 자상하게 말을 건넬 때보다 아이가 엄마라고 부를 때보다 훨씬 더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운전사의 말을 듣고 싶어 졌다. 조금 전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샌가 사라져 창 밖 풍경과 함께 지나간다. 주택가의 좁은 길은 뻥 뚫려 있어 자전거와 행인을 지나 택시는 달린다.
어느새 카즈요는 "내가 있는 이 길의 끝에 '이렇게 될 줄 알았어'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 상황이 행복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몇 번의 '이게 아닌데'라는 과정을 지나 우리들은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에 도달하게 될 거야. 반드시.
주택가의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이윽고 택시는 역에 도착한다. 사탕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요금을 지불한다.
운전사는 "힘내세요"라며 혼잣말하듯이 말하며 뒷좌석 문을 닫았다. 역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카즈요는 점차 멀어지는 택시를 뒤돌아본다. '노자키 요스케' 보드에 쓰여 있는 운전사 이름을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다음에 병원을 나서며 다시 가슴이 답답해지면 그의 택시를 찾아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의 택시에 타게 됐을 때는 "저번에는 고마웠어요. 다 잘 됐어요"라고 말해야지.
주머니에 든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자 그리운 달콤함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제4화에서는 택시 기사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