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예리 Jul 18. 2022

[뉴욕기] 2. 공항에서 대중교통으로 숙소가기

입국 심사 시간을 제하고도 2시간 걸렸다. 우버가 낫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 심사를 통과하기까지 약 두시간 반이 걸렸다. 사람이 많았고, 입국 심사 절차는 더뎠다. 백팩 때문에 어깨가 아팠다. 


오래 기다렸지만 의외로 통과는 빨리 됐다. 방문 목적, 숙소 위치, 가져온 현금 등을 물었다. 마지막 질문은 "여행에서 얼마를 쓸거야?" 였는데, 나는 이미 숙소는 예약을 했으니 숙박 비용을 제하고 답했다. 그랬더니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입국 심사관이 되물었다. "뭐라고?" 나는 당당하게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총 11일을 체류하면 숙박 비용만 수 백 만원이다. 그런데 터무니 없는 금액을 제시하니 자꾸 물었던 것이다(이건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는 이내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들여보내 줬다.


나는 공항에서 숙소까지 지하철로 가기로 했다. 굳이 비싼 택시를 탈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택시를 타는 편이 나았다.


구글 맵으로 찾아 봤을 때 내 숙소는 공항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 우선 공항에서 자메이카 역으로 간 다음에 자메이카 역에서 펜실베니아 역으로 가면 됐다. 공항에서 자메이카 역까지 가려면 에어트레인을 타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공항에서 숙소 가는 길은 구글맵 상으로는 약 1시간 정도였다.

에어트레인을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안내원 유니폼처럼 보이는 조끼를 입은 자가 말을 걸었다. "너 자메이카 역 가니? 그럼 밖으로 나가서 길 건너! 그럼 셔틀이 있을거야!"라고 했다. 재차 강조하지만 그는 안내원 유니폼처럼 보이는 조끼를 입고 있었기에 나는 당연히 공항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에어트레인을 타야 하는데, 왜 셔틀을 타라는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 나가보기로 했다. 나갔더니 그와 똑같은 조끼를 입은 자가 주차장 쪽으로 가라고 소리쳤다. 가서 셔틀을 타라는 것이다. 나는 분명히 에어트레인을 타야 하는데 왜 셔틀을 타라는 건지 다시 의문이 들었다. 에어트레인이 잠시 운영을 안 하는 건가 싶었지만 에어트레인 표지판이 적힌 건물이 옆에 버젓이 있었다. 그곳에는 운행 중단을 알리는 어떠한 안내문도 붙어 있지 않았다. "나는 에어트레인 탈 거야"라고 했더니 그 조끼를 입은 사람은 "너 자메이카역 가는 거잖아 그럼 셔틀 타!"라고 다시 말했다. 내가 고개를 저으며 에어트레인을 타러 가려고 했더니 갑자기 그는 왜 자기를 못 믿느냐며 화를 냈다. 이어서 옆에 있는 자기와 같은 조끼를 입은 사람에게 "쟤가 나를 못 믿어. 자메이카역 가려면 셔틀 타야 되잖아, 그치?" 이렇게 물었다.


믿음을 운운하다니. 예전에 인도 배낭여행 할 때가 떠올랐다. 보통 저녁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그날 따라 귀가가 늦어졌다. 갠지스 강에서 배를 타고 강물에 꽃을 띄우는 사이 해가 저물었다. 동행한 친구와 서둘러 숙소로 향하는데 인도 청년들 무리가 있었다. 우리는 큰 길로 걸어가고 있었고, 큰 길 옆에 난 골목길에 그들이 서 있었다. 무리 중 한 명이 "차 마시자!"고 외쳤다. 대꾸도 안 하고 걸음을 재촉하자 그들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나 못 믿니!"라고. 내가 너를 왜 믿어야 하는 건지 코웃음이 났다.


그래도 그 때는 같이 코웃음 칠 친구가 있어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에선 혼자였다. 앞서 설명한 일들은 채 몇 분 새 일어났다. 나는 더 이상 설왕설래하지 않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에어트레인 표지판이 적힌 건물로 빠르게 들어갔다. 에어트레인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자메이카역으로 향하는 에어트레인을 타고 자리에 앉자 안도감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만약 미리 찾아보지 않았다면, 그들 말만 믿고 셔틀을 탔더라면...

(물론 그들이 진짜 공항 직원이고, 자메이카역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관련 정보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메이카역에서 표를 끊을 수 있는 교통 수단은 두 개였다. 지하철과 롱아일랜드 레일로드(LIRR)였다. 나는 당연히 지하철 표를 샀다. 캐리어를 끌고 들고 지하철로 내려갔다. 그런데 구글맵에 나온 역 이름을 도무지 지하철 노선도에선 찾을 수 없었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안내원에게 물어보니(이번엔 진짜 안내원이었다) E 노선을 타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아무리 찾아도 구글맵에 나오는 역 이름이 지하철 노선도에는 없었다. 


그러다 구글 맵을 찬찬히 살펴보니..이럴 수가! 밑에 롱아일랜드 레일로드(LIRR)라고 써 있었던 것이다! 


다시 캐리어를 끌고 들고 에어트레인 내렸던 곳으로 가서 LIRR 표를 끊었다. 그런데 철로가 너무 많아 어디서 타야하는지 헷갈렸다. 캐리어를 끌고 들고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다 안내원한테 물었더니 바로 알려줬다. 

펜스테이션으로 가는 LIRR을 기다리고 있다.

1회 사용권을 끊었다. 기차에서 표 검수를 했다. 표에 구멍을 뚫고선 역무원이 가져갔다. 나는 기념품으로 보관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기차 내부는 '하우 아이 멧 유더(How I Met Your Mother)'에서 테드가 뉴저지에 사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갈 때 탔던 기차 모습과 유사했다.

LIRR 내부다. 낮이었지만 터널(?)을 지날 때라 바깥이 어두워 보인다.

금세 펜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나는 그렇게 헤멨을까 싶었다. 내려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였지만 백팩 때문에 어깨가 아팠고, 캐리어는 너무 무거웠다. 짐을 왜 이렇게 많이 싸왔나 후회됐지만 별수 있나 계속 걸었다.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캐리어를 끌고.... 10분 거리가 참 멀게도 느껴졌다.


다 와가서는 조금 정신이 혼미해졌던(?) 것 같다. 예약한 숙소를 코 앞에 두고 엉뚱한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시도했다. 그곳에선 내 이름이 예약자 명단에 없다고 했다. 당황했다. 직원은 침착하게 예약한 호텔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 대답을 듣고는 맞은 편이라고 이야기해줬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다. 익숙한 호텔 브랜드가 보이니 그냥 들어갔나 싶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였다. 비행기에서 내린 게 오전 10시 40분 정도였다. 무려 4시간 20분 만에 호텔에 들어간 것이다. 


큰 깨달음을 얻고 한국으로 돌아갈 땐 공항까지 우버를 이용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