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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예리 Jul 20. 2022

[뉴욕기] 3. 서울로와 닮은 하이라인을 가다

서울로를 먼저 다녀온 내겐 하이라인이 서울로를 닮은 것 같았다.

뉴욕에서 첫 날인데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내기 아까웠다. 피곤했지만 목을 축이고 바로 나왔다. 뉴욕에 가자마자 시차적응이 된 건 첫 날 부산스럽게 움직였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우선 배고픔을 달래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가던 길에 봐 놨던 파이브가이즈를 가기로 했다. 동생이 먹어 보고 싶다 해서 대신 먹어보기로 했다. 세트를 시켰는데 음료수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었다. 다이어트 진저 에일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 먹어봤으니까.

음료 자판기가 최신 식(?)이었다.

 햄버거는 조금 기다리니 나왔다. 주문 표를 들고 있다가 부르면 가서 가져오면 된다.

진저 에일은 기억이 나는데 무슨 버거를 시켰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햄버거는 컸다. 먹기 어려웠다. 그리고 조금 짰다. 감자 튀김은 늘 그렇듯 맛있었다. 양이 많았다. 결국 햄버거는 절반 정도 먹고, 감튀는 거의 남겼다. 쓰레기 처리를 해야 했는데 한국처럼 분리수거하는 쓰레기통이 없었다. 먼저 다 먹고 나가는 뉴요커들을 관찰하니 봉투에 넣어서 한번에 버렸다. 나도 따라했다. 선진국인데 분리수거는 선진국이 아니었다(?).


다음 행선지는 하이라인파크였다. 먼저 다녀와 본 친구가 강력 추천했던 곳이라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서울로7017과 비슷했다. 별 감흥이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 찾아보니 서울로가 하이라인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서울로를 먼저 가보고 하이라인을 가 봐서 감동이 덜했던 것이다.


보통 원조를 높이 쳐 주는 경향이 있다. 원조 포천 이동갈비 원조 신당동 떡볶이 원조 춘천 닭갈비 등 식당들이 간판에 원조를 강조하는 이유다. 사실 이 글의 제목도 하이라인을 닮은 서울로가 적절할 것이다. 하이라인이 원조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원조를 접하기 전에 원조를 따라한 걸 먼저 접했다면 어떨까. 내가 하이파크가 서울로를 닮았다고 느낀 것처럼 말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지만 원조가 최고라는 전제는 고민해볼 만하다.

서울로와 닮은 하이라인? 하이라인을 닮은 서울로?

하이라인파크를 빠르게 둘러본 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향해 걸었다. 중심가로 나오니 뉴욕에 왔다는 게 실감났다. 사람이 많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보인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앞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중간에 길이 끊겼다. 공사 중이었다. 다른 데로 돌아가려니 다리가 아팠다. 그럴 법도 했다.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파리바게뜨를 봤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이후로도 몇 개 다른 지점을 발견했다. 가는 지점마다 북적북적해서 신기했다(한번씩 들러봤다). 우리 집 앞 파리바게뜨는 한적한데 말이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그냥 가긴 아쉬워 스타벅스를 찾았다. 즐겨 마시는 음료를 주문했다. 바닐라크림콜드브루나 아이스바닐라라떼였을 텐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이름을 물어보길래 '예리'라고 답했는데 나중에 와서 보니 컵에 'Yetti'라고 적혀 있었다. 예티는 전설에 나오는 설인이다. 대학 1학년 때 교양 수업 중에 아카데믹 잉글리시란 과목이 있었다. 원어민 강사 수업이었는데, 내 이름을 소개하자 강사가 웃었다. 그러면서 예티가 설인이라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 말을 뉴욕에서 또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여정 내내 스벅에선 내 이름을 못알아들었다. 테리, 제리 등 다양한 변주가 등장했다.)

내 이름은 예티가 아닌데~ (내 이름은 수지가 아닌데 가사를 따라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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