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를 먼저 다녀온 내겐 하이라인이 서울로를 닮은 것 같았다.
뉴욕에서 첫 날인데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내기 아까웠다. 피곤했지만 목을 축이고 바로 나왔다. 뉴욕에 가자마자 시차적응이 된 건 첫 날 부산스럽게 움직였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우선 배고픔을 달래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가던 길에 봐 놨던 파이브가이즈를 가기로 했다. 동생이 먹어 보고 싶다 해서 대신 먹어보기로 했다. 세트를 시켰는데 음료수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었다. 다이어트 진저 에일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 먹어봤으니까.
햄버거는 조금 기다리니 나왔다. 주문 표를 들고 있다가 부르면 가서 가져오면 된다.
햄버거는 컸다. 먹기 어려웠다. 그리고 조금 짰다. 감자 튀김은 늘 그렇듯 맛있었다. 양이 많았다. 결국 햄버거는 절반 정도 먹고, 감튀는 거의 남겼다. 쓰레기 처리를 해야 했는데 한국처럼 분리수거하는 쓰레기통이 없었다. 먼저 다 먹고 나가는 뉴요커들을 관찰하니 봉투에 넣어서 한번에 버렸다. 나도 따라했다. 선진국인데 분리수거는 선진국이 아니었다(?).
다음 행선지는 하이라인파크였다. 먼저 다녀와 본 친구가 강력 추천했던 곳이라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서울로7017과 비슷했다. 별 감흥이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 찾아보니 서울로가 하이라인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서울로를 먼저 가보고 하이라인을 가 봐서 감동이 덜했던 것이다.
보통 원조를 높이 쳐 주는 경향이 있다. 원조 포천 이동갈비 원조 신당동 떡볶이 원조 춘천 닭갈비 등 식당들이 간판에 원조를 강조하는 이유다. 사실 이 글의 제목도 하이라인을 닮은 서울로가 적절할 것이다. 하이라인이 원조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원조를 접하기 전에 원조를 따라한 걸 먼저 접했다면 어떨까. 내가 하이파크가 서울로를 닮았다고 느낀 것처럼 말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지만 원조가 최고라는 전제는 고민해볼 만하다.
하이라인파크를 빠르게 둘러본 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향해 걸었다. 중심가로 나오니 뉴욕에 왔다는 게 실감났다. 사람이 많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앞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중간에 길이 끊겼다. 공사 중이었다. 다른 데로 돌아가려니 다리가 아팠다. 그럴 법도 했다.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파리바게뜨를 봤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이후로도 몇 개 다른 지점을 발견했다. 가는 지점마다 북적북적해서 신기했다(한번씩 들러봤다). 우리 집 앞 파리바게뜨는 한적한데 말이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그냥 가긴 아쉬워 스타벅스를 찾았다. 즐겨 마시는 음료를 주문했다. 바닐라크림콜드브루나 아이스바닐라라떼였을 텐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이름을 물어보길래 '예리'라고 답했는데 나중에 와서 보니 컵에 'Yetti'라고 적혀 있었다. 예티는 전설에 나오는 설인이다. 대학 1학년 때 교양 수업 중에 아카데믹 잉글리시란 과목이 있었다. 원어민 강사 수업이었는데, 내 이름을 소개하자 강사가 웃었다. 그러면서 예티가 설인이라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 말을 뉴욕에서 또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여정 내내 스벅에선 내 이름을 못알아들었다. 테리, 제리 등 다양한 변주가 등장했다.)